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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누구라도 들어가고 싶을 회사 아닐까. 직원 26명에 매출이 125억 원을 넘는다. 그렇다고 '소문난 잔치 밥상'이냐, 그것도 아니다. 영업이익 22억4900만 원에 당기순이익이 55억4800만 원에 이른다. 이것도 '대단'한데, 자산이 무려 689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요즘 유행어를 빌려쓰면, 그야말로 '살아 있는' 이 회사, 미래에셋 그룹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이다. 그룹 사업 컨설팅이나 국내 외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금융 자문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비상장사다. 그런데 이 회사에 대한 신용평가는 이상하게도 매우 '차갑다'. 

2011년 결산 재무제표를 이용하여 올해 작성된 나이스신용평가정보의 신용분석보고서를 보면, 자기자본비율은 76.11%로 양호한 상태이나 부채 대 매출은 1865.65%로서 동업종 하위 15% 미만에 속하는 불량한 상태다. 유동성도 불량, 수익성 분석에서도 총자본순이익율은 우수하나 금융비용 대 매출은 불량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특히 눈에 띄는 말.

"기업의 전체적인 성장규모를 평가하는 총자산증가율은 549.45%로서 전체 업체의 총자산급증그룹에 속하는 '요주의'상태이며, 동업종 내에서 총자산급증그룹에 속하는 '요주의'상태입니다."

3년 만에 자산 21배 증가, 그룹 지배구조 핵심 '정위치'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와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와 미래에셋컨설팅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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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3년 동안 자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3월 기준 329억 원 규모였던 자산이 다음해 1천억 원대로 '점프'한다. 이어 2011년 같은 시기에는 6940억8356만 원, 3년 만에 21배가 증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그룹 측은 2010년 계열사였던 케이알아이에이(KRIA)와의 합병을 주요 원인으로 설명한다. 그럼 KRIA는 또 어떤 회사인가. 대외적으로는 부동산 관리회사 정도로 알려졌지만, 실제 박현주 회장 중심의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 핵심 역할을 했던 곳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미래에셋그룹을 대표하는 회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등 3곳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캐피탈의 2대 주주가 KRIA였다. 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2대주주였다. '물론'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최대주주는 박현주 회장이다. 

결국 KRIA의 자산 중 상당수의 계열사 주식이 미래에셋컨설팅으로 흘러들어왔고, 그만큼의 그룹 영향력이 미래에셋컨설팅으로 이전된 셈이다. 그 결과 미래에셋컨설팅은 현재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위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와 미래에셋컨설팅' 참조).

합병 이후 지분법적용투자주식 비율 97%로 대폭 상승

미래에셋컨설팅과 KRIA의 자산 변화(단위 : 천원). 출처 : 금융감독원 제출 미래에셋컨설팅 및 KRIA 감사보고서
 미래에셋컨설팅과 KRIA의 자산 변화(단위 : 천원). 출처 : 금융감독원 제출 미래에셋컨설팅 및 KRIA 감사보고서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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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두 회사가 합병할 당시 KRIA 총자산은 3417억2965만 원, 미래에셋컨설팅이 997억5423만 원이었다. 그런데 2011년 3월 감사보고서를 보면, 미래에셋컨설팅 총자산은 6940억8356만 원이다. 3개월 여 만에 다시 2500억 원 규모의 자산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그룹 측은 합병 과정에서 자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재평가가 이뤄진 자산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을까. 일반적인 재벌들처럼 토지 등 부동산이었을까. KRIA와 미래에셋컨설팅의 경우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 

두 회사가 합병하기 전 감사보고서들을 보면, KRIA의 경우(2010년 9월 현재) 총 자산에서 다른 회사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75%에 이른다. 미래에셋컨설팅의 경우도 71.4%로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 합병 이후인 2011년 3월 미래에셋컨설팅의 지분법적용투자주식 비율은 97%로 크게 상승한다. 이는 곧 양사가 보유하고 있던 그룹 지분에 대한 재평가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컨설팅은 그룹 내에서 금융업을 제외한 업체 중 총자산 기준 1위의 업체로 올라섰다.

박현주 회장 일가 자산 가치도 '급팽창'

박현주 회장 일가의 미래에셋컨설팅 소유지분 현황. 출처 : 금융감독원 2012년 5월 31일자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 공시'
 박현주 회장 일가의 미래에셋컨설팅 소유지분 현황. 출처 : 금융감독원 2012년 5월 31일자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 공시'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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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곧 박현주 회장 일가의 지분 가치도 그만큼 올라갔다는 뜻이 된다. KRIA나 미래에셋컨설팅 모두, 철저히 '박현주 가족 회사'였기 때문이다.

합병 전 KRIA와 미래에셋컨설팅 지분구조는 박현주 회장 43.68%, 부인 김미경씨 10.24%, 박 회장 자녀 세 명이 각각 8.19%, 그 외 혈족 2∼4촌 3명이 8.43% 등 도합 86.92% 지분을 박 회장 일가가 갖고 있었다.

이와 같은 가족 중심의 지분 구조는 합병 이후 더욱 강화됐다. 현재 박 회장 일가의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율은 무려 91.86%에 이른다. 특히 박 회장의 경우 합병 전 43.68%에서 합병 후 48.63%로 4.95%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와 같은 모습은 비상장 회사 합병으로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다시 회사 상장을 통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두는 기존 재벌 행태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미래에셋은 "미래에셋컨설팅의 상장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항변한다. 미래에셋 측은 "미래에셋컨설팅은 그룹 사업 구조에서 주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 발전을 위해서도 상장 대상이 아니다"며 "때문에 기존 재벌 모습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컨설팅과 KRIA의 합병 효과는 또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 미래에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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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RIA와 미래에셋컨설팅 합병 과정을 돌아보면, 이와 같은 해명에는 또 다른 의문이 붙는다.

사실 KRIA와 미래에셋컨설팅은 원래 '한 몸'이었다. 2008년 9월 KRIA에서 떨어져 나온 회사가 미래에셋컨설팅이다. 그러다 다시 2년여만에 이번에는 미래에셋컨설팅이 KRIA를 흡수 합병한 것이다. 현재 미래에셋 측은 "미래에셋 브랜드로 통일함으로써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더욱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병이 이뤄진 2010년, 그 해 미래에셋그룹이 대기업으로 지정되는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시 금융회사로 분류된 KRIA는 금산법에 의거 비금융계열사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미래에셋 그룹은 비금융사로 분류된 미래에셋컨설팅이 KRIA를 합병함으로써 비금융자회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정을 피해 가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박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완벽히' 지켜낸 셈이다. 미래에셋 측은 "합병 당시 그런 상황은 있었다"고 하면서도 "합병의 주된 목적은 브랜드 통합이었다"는 말로 그룹 지배구조와는 거리가 먼 사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래에셋의 '얼굴', 꽃보다는 돈에 가깝다

미래에셋은 미래에셋컨설팅을 그룹 지배구조 핵심으로 보는 시각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 측은 "그룹 지배구조와 미래에셋컨설팅은 거리가 있다. 오히려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며 "회장의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을 다 뺀다고 해도, 그룹 경영의 영향력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미래에셋이 1인 지배체제로 인해 구설수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2006년 그룹 지분구조가 박 회장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배구조 문제는 이후에도 꾸준히 제기됐다. 미래에셋의 영향력이 그룹 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주요 상장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 그룹 지배구조로는 박현주 회장의 판단이나 이해관계가 시장에 반영될 개연성이 존재한다. 실제 2007년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이 박 회장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작년 국민연금이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맡겼던 주식 투자금을 대거 회수하고 미래에셋증권 주식을 사들인 배경에도 미래에셋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회사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는 데 대해 공적 역할을 하려는 것"이란, 일종의 견제가 발동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외부 시각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셋은 오히려 개인회사에 더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가족회사' 자산의 폭발적인 증가, 개인회사와 같은 지배구조, 이것이 미래에셋컨설팅과 KRIA 합병 과정에서 드러나는, 국내를 대표하는 금융그룹의 '이면'이다.


태그:#미래에셋, #박현주, #미래에셋컨설팅, #KRIA,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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