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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포이즈'공연 중. 흰 바탕에 붉은색 이동무대로 강렬함과 균형을 표현하였다.
 국립발레단 '포이즈'공연 중. 흰 바탕에 붉은색 이동무대로 강렬함과 균형을 표현하였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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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현대발레 공연이었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공연된 국립발레단의 <포이즈(POISE)>(안무 안성수, 연출 의상 정구호)는 역동성과 이질성을 동시에 표현하는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연출과 의상을 맡은 정구호는 원래 의상 디자이너이다. 따라서 이번 무대는 그야말로 자신의 의상세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연출과 무대였다. 무용수들이 입은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흰색 타이즈 형의 의상은 의상 자체를 표현하면서도 무대와 동작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는 데 일조하였다. 특히 1막에서 국민체조를 연상시키는 기계체조 형태의 몸짓에서는 더욱 표현성이 극대화되었다.

제목인 POISE는 균형(Equilibrium)을 뜻한다. 이 작품에서 인간 군상들은 자꾸만 분열되지만 균형을 향해서 움직이기를 갈구한다. 매스-게임을 연상시키는 바쁜 움직임과 턴 동작, 그리고 군무 위주의 안무가 전체 안의 각 요소들의 흐트러짐과 모임, 혹은 화학에서 물에 잉크를 떨어졌을 때 무수한 분자가 확산되어 결국은 평형 상태(Equilibrium)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 하였다.

반면, 흰색 바탕에 붉은색 무대와 의상, 그리고 균형적인 촘촘함과 그것들 사이의 흐트러짐이 흡사 카드놀이의 다이아몬드나 하트의 붉은 패들을 연상시키기도 하였다. 진은숙의 현대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르기도 하며 먼 상상의 나라에서 인형들의 움직임처럼 무용수들은 쉼없이 균형을 향해 진군하는 소립자들 같았다.

붉은 조명아래 균형과 흐트러짐을 동시에 보여주는 국립발레단 현대발레 '포이즈(POISE)'.
 붉은 조명아래 균형과 흐트러짐을 동시에 보여주는 국립발레단 현대발레 '포이즈(POISE)'.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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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서는 역동성과 진취성을, 바흐의 음악에서는 균형미와 절제미를 표현하였다. 균형을 표현하는 이번 작품의 안무에 두 작곡가의 음악은 서로 대비되는 균형과 불균형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다. 다만 무대를 꽉 채우려는 욕심인 듯 음량이 너무 커서 시종일관 피로감을 주기도 하였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사용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구소련 시대의 공산주의를 약간 의식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 음악이 주는 기괴함과 정신 없음, 무질서처럼 보이지만 시공간마다 질서를 의식한 음악 말이다. 바하에서는 반대로 서양 고전시대 이전 바로크 시대의 정격성과 촘촘히 짜여진 구조, 정제되어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답답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었다.

따라서, 느린 감정 표현보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체적인 구도와 움직임, 무대와 소리의 역동성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전체 2막 6장의 무대에서 흰색 무대배경 혹은 붉은 무대 배경은 모던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고, 특히 가로 세로의 수직 수평 구도가 인상적이었다. 천장에 매달려 수직으로 번갈아 움직이는 사각형태의 붉은 장식은 아래에 무용수들이 있는 가운데 위압감을 주며 거대 기계안에 어쩔 수 없이 빨려 들어간 인간군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군무 사이에서도 주역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었다. 이은원은 시원하고 화려한 턴동작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2막 2장에서 김주원과 이영철은 우아한 몸짓을 보여주었다. 1막 단체무 사이에서 큰 키의 이재우 역시 강한 점핑으로 현대무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지영 역시 날렵함과 역동적인 몸짓으로 중심에서 연기하였다.

특히 이날은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자리를 지켜온 발레리나 김주원의 마지막 고별 무대여서 더욱 뜻깊은 무대가 되었다. 무대가 끝나고 김주원은 관객들의 기립박수 속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의 감회에 젖으며 관객들과 호흡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국립발레단, #포이즈, #김주원 이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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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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