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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6월 21일 한국과 아시아 활동가들이 한남동 태국 대사관 앞에서 소묫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2012년 6월 21일 한국과 아시아 활동가들이 한남동 태국 대사관 앞에서 소묫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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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10시 한남동 태국 대사관 앞에서는 왕실모독죄로 구속된 태국의 노동운동가 소묫 프룩사카셈숙(50)씨 석방과 양심수를 양산하고 있는 형법 제112조 왕실모독죄의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문에는 민주노총과 국제민주연대, 노동자 연대 다함께를 비롯하여 홍콩, 인도네시아, 태국의 노동·사회단체 등 총 18개 국내외 단체가 연명하였으며, 이들 단체 회원 약 30여 명이 참여하였다.  

아시아 노동운동에 관심이 있는 한국의 노동계 인사들에게는 친숙한 태국의 헌신적인 노동운동가인 쇼묫 프룩사카셈숙(Somyot Prueksakasemsuk)씨가 지난해 4월 30일 특수 수사부 관리들에 의해 체포되어 방콕의 클롱프렘 중앙교도소에 1년이 넘도록 수감되어 있다.

소묫씨는 태국의 형법 제112조가 규정한 왕실 모독죄(Lese majeste)로 체포되었다. 소묫씨는 2010년 5월에도 '아비싯 비상사태법'에 의해 보안경찰에 체포되어 군대의 막사에서 3주간이나 갇혔던 적이 있다.

왕실 모독죄는 소위 '불경죄'를 의미하는데 왕이나 왕비, 황태자 등에 대한 모독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최저 3년에서 30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 태국에서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도 국왕의 승인을 받을 정도로 국왕의 권한이 막강한데, 왕실 '모독죄'이므로 해석상의 모호함으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거나 노동운동을 탄압하는데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쇼묫씨는 2011년 4월 체포되기 전까지 시사주간지<레드 파워>를 발행하면서 왕실 모독죄 폐지를 위한 국회청원을 위해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레드셔츠' 단체에서 영향력 있는 활동을 한 바 있다. 구속 이후 법원은 그가 국외로 탈출하려고 했다는 이유로 2012년 2월까지 7번에 걸친 보석 신청을 기각한 상태이다. 또한 소묫씨는 수감기간 동안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우로 고통받고 있다.

2012년 3월 공개된 소묫 부인의 편지에 의하면 재판 과정에서 목격자들의 증언을 듣는다는 이유로 모든 목격자들이 방콕에 살고 있음에도 법원은 그를 태국 전역에 걸쳐 있는 4개 지방에 옮겨 다니면서 검찰의 목격자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때마다 트럭에 실린 새장 같은 철장 속에서 10kg이 넘는 쇠사슬에 묶인 채 4000km 이상을 옮겨 다녔다고 한다.

쇼묫씨는 학생운동 활동가로서 1970년대 태국 민주화 운동과 1976년 시위에도 적극 참여하였고 노동운동내에서 인권 운동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킨 화재로 유명한 태국-벨기에 케이더 의류 (Par garment and Keder) 사업장 노동자 지원활동을 했으며, 전국적인 모성권 보장 캠페인을 조직하고 노동자를 교육하는 것을 비롯하여 30여 년 넘게 태국의 노동운동가로 활동해 왔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표단이 태국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표단이 태국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강연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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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노동정보서비스훈련센터(CLIST)를 창립하여 자동차, 화학, 의류,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많은 훈련을 조직하면서 민주노조를 키우고 연대를 강화하는 활동을 해왔다.

특히 한국의 노동운동에 많은 관심을 두고 90년대부터 한국의 노동조합들과 꾸준한 교류를 해왔고 양국 노동운동가들의 연수와 교류를 주선한 바 있다. 한국의 민주노조 운동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태국어로 번안하여 '연대의 노래'로 만들어 태국 노조 활동가들이 즐겨 부르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전개하고 한국정부에 의해 탄압을 받을 때마다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조직하여 태국주재 한국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한국정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각국의 노동문제에 대한 연대 활동을 활발히 전개한 바 있다.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 그의 석방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지난해 구속 직후부터 전개되고 있다. 홍콩노총이 홍콩주재 태국총영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것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세계의 양심 있는 사람들은 그의 석방을 위한 다양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소식들은 그의 석방을 염원하는 많은 사람이 함께 운영하는 홈페이지(freesomyot.wordpress.com)와 페이스북(free somyot) 등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하여 방글라데시, 홍콩, 호주, 뉴질랜드 등 각국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석방 캠페인을 소식들이 올려져 있다.

쇼묫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국제 캠페인 피켓
 쇼묫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국제 캠페인 피켓
ⓒ 강연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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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지난해 7월 22일 국제민주연대, 양대 노총 산하 산별 연맹,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남동 태국 대사관 앞에서 진행하였고 수차례 1인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태국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였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였다.

19번째 군부 쿠데타가 국왕의 승인을 받은 이후 탁신의 망명, 그리고 왕당파를 중심으로 하는 '옐로우 셔츠'가 집권한 이래 태국에는 400여 명의 양심수들이 감옥에 갇혀 있는데 이들 상당수가 왕실 모독죄 혐의를 받고 있다. 태국의 한 활동가는 '레드 셔츠' 지도자를 비롯하여 적어도 100여 명 가까운 사람들이 왕실 모독죄 혐의를 받고 수감되어 있다고 말한다. 

2010년에는 탁신과 빈민들의 지지를 받는 '레드 셔츠'와 국왕파, 군사쿠데타 지지 세력인 '옐로우 셔츠' 측이 충돌하여 시민 90명이 사망하였다. 이러한 민주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값진 희생 속에 레드 셔츠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2011년 7월 3일 총선이 진행되었고, 당시 탁신의 누이 동생인 잉락 친나왓이 지휘하는 야당(프어타이당)이 압승을 거두는 정치적 변화가 있었다. 소묫씨가 감옥에 갇힌 지 석달 만인 2011년 7월 24일 법원 판결에 예정되어 있었고, 국제사회는 변화된 태국 정치 정세가 그의 석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조심스러운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었지만, 그는 결국 풀려나지 못했다.

현재의 잉락 친나왓 총리는 자신의 오빠인 탁신을 사면하기 위해 쿠데타 세력과 협상하고 있지만 정작 왕실모독죄에 대해서는 자신의 공약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 개정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월 8일 왕실모독죄로 수감 중이던 62세의 암뽄 땅노빠꾼씨가 감옥에서 사망했다. 그는 아비싯 전 수상의 개인비서에게 국왕을 비판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2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더 늦기 전에 국제사회 양심의 소리가 절실한 때다.


태그:#쇼묫, #태국, #왕실모독죄, #노동운동, #레드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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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려 피는 민들레처럼 아름다운 공동체를 꿈꾸고, 빨간 장미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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