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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로 그려낸 한국 현대사> 표지
 <우표로 그려낸 한국 현대사> 표지
ⓒ 도서출판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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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1941년 일본 오사카 태생으로 해방 후 가족과 경상북도 포항으로 이주했다. 고학으로 상고를 졸업했으며, 서울 이태원에서 육체노동으로 학비를 벌어가면서 1965년 고려대학교 상학부를 졸업했다.  - 본문 394쪽 '이명박 정권의 발족' 중 -

<우표로 그려낸 한국 현대사>(나이토 요스케 지음, 이미란 옮김, 도서출판 한울 펴냄)에서 '이명박 정권의 발족'을 기록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가끔 해외거주 동포 2, 3세가 정관계 또는 스포츠 분야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는 사실을 전하는 뉴스를 접하게 됩니다. 사실을 전하는 내용이지만 기사를 쓰는 기자는 같은 한국인임이 은근히 자랑스러웠을 겁니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비록 그 사람이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하고 있을지라도 혈통이 한국인이라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위상이 높아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을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출생지가 일본 오사카입니다. 분명한 사실이고 진즉부터 알고 있었던 내용이지만 마음이 옹졸해 그런지 이 사실, 일본에서 출생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기고하거나 기록하는 일본인의 마음은 어땠을까가 궁금합니다. 우리가 그런 것처럼 자랑스럽거나 어떤 동질감 같은 게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유명인사가 된 한국인 2, 3세 소식에 은근히 한국인임을 강조하는 마음이 실리듯 책을 쓴 이 사람도 은근히 '일본에서 태어난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을 자랑하거나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한 나라의 근현대사, 변천사, 국가 행사 등을 우표만큼 잘 농축해 담아내고 있는 기록물도 흔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표로 그려낸 한국 현대사>는 우표 수집가인 한 일본인, 우표박물관 부관장인 저자가 미군정에서부터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던 시기까지 발행된 우표나 엽서에 반영된 한국의 근현대사를 181장면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2002년 2월 8일부터 2007년 3월 30일 까지 한일 경제 전문지인 <동양경제일보>에 연재했던 '우표로 보는 한국현대사' 중에서 발췌해 엮은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 우표는 1946년 2월 1일에 발행

1994년 6월에 발행 된 '하나로 연구용 원자로 준공기념 우표' 책 314쪽에 이 우표가 소개되고 있다.
 1994년 6월에 발행 된 '하나로 연구용 원자로 준공기념 우표' 책 314쪽에 이 우표가 소개되고 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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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우표 역사는 1946년 2월 1일, 조선우표 10전짜리부터 시작되고, 북한에서는 이보다 한 달 정도 늦은 1946년 3월에 첫 우표가 발행됩니다. 발행하는 우표가 다르다는 것은 고착화되어가고 있던 체제 분단의 현실을 냉정하게 함축하고 있습니다.

우표는 국내외에서 벌어졌던 큼지막한 행사나 경사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사건, 정치·경제·제도적 변화가 있을 때마다 발행되었으니 그때 그때의 사건이나 행사 내용을 자연스레 함축하게 되었을 겁니다.   

반탁운동(신탁통치 반대투쟁)의 폭풍이 휘몰아치며 어수선했던 1946년 2월 1일, 남한에서는 마침내 해방 후 최초의 우표(사진 참조)가 발행되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발행된 우표는 일본 식민지 시대의 우표에 한글로 '조선우표'라는 글자와 액면가를 가쇄(인쇄한 위에 다시 인쇄하는 것)한 임시적인 것이었다. - 본문 28쪽 '남한최초의 우표와 엽서' 중 -

1946년 3월에는 북한 최초의 우표인 무궁화가 그려진 20전짜리와 금강산이 그려진 50전짜리가 발행되어 남북은 우표부분에서도 분단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 본문 32쪽 '김일성과 태극기' 중 -

1945년 8월 15일에 목포에서 발송된 엽서로 시작되는 <우표로 그려낸 한국 현대사>에는 한국사 흐름에 따라 미군정 시대, 이승만 시대, 윤보선·장면 시대, 박정희 시대, 전두환 시대, 노태우 시대, 김영삼 시대, 김대중 시대, 노무현 시대,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발족까지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현대사 60여 년 동안의 정치·사회적 격동과 변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다 들어 있습니다.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이기에 한국인의 생각이나 느낌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인이 아니기에 좀 더 객관적이거나 냉철한 입장에서 기록된 면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게 옳을 것입니다.

하나로 연구용 준공 기념우표를 디자인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 김교만은 '6개의 구는 6대주를 상징'한다고 설명하였다.
 하나로 연구용 준공 기념우표를 디자인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 김교만은 '6개의 구는 6대주를 상징'한다고 설명하였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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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개원에 즈음해 남한우정은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태극문양 아래로 국회의사당을 그린 것으로 인면의 아래쪽에는 국회의 개원 일에 해당하는 '1948년 5월 31일'이라는 날짜가 들어가 있다. 이 우표가 실제로 발행된 것은 인면에 새겨진 날짜보다 한 달 가량 늦은 7월 1일이다. 5월 31일, 실제로 국회의 개원이 확인된 후 (당시의 혼란을 고려할 경우 선거 연기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을 것임) 제작에 들어가는 바람에 이런 시차가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표에 들어가 있는 의사당 건물은 옛 조선총독부 청사이다. - 본문 41쪽, '국회 개원' 중 -

옛 조선총독부 청사를 배경으로 한 4원짜리 '조선우표'

대한민국 국회 개원을 기념하는 기념우표는 옛 조선총독부 청사를 배경으로 한 4원짜리 우표였습니다. 침략국 일본의 심장부였던 조선총독부를 배경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비극을 적나라하게 노정시킨 기록입니다. 세비는 지급됐으나 19대 국회는 아직 개원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사정이야 다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제멋대로인 게 국회개원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포항제철소 준공을 기념하는 우표, 수출 100억 수출의 날을 기록하고 있는 우표, 포니 자동차의 생산을 기념하는 우표에는 경제적 발전을 하고 있는 한국이 농축돼 있습니다. 한국전쟁 발발, 서울 함락, 유엔군의 파견, 중국인민지원군의 참전 등을 담고 있는 우표나 우편물 등도 기록돼 있습니다. 문세광 사건과 박정희 암살도 추도 우표로 발행되어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 15대 김대중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책 332쪽에서 설명하고 있다.
 제 15대 김대중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책 332쪽에서 설명하고 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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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1946년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산상고를 졸업한 후 '삼해공업'이라는 작은 어망회사에 들어가지만 사법고시에 뜻을 두고 1개월 만에 퇴직했다. 독학을 하는 중간에 군 복무를 마쳤으며, 1975년 사법시험에 합격, 판사를 거쳐 변호사로 개업하였다.

변호사 시절에 다른 변호사를 대신해서 민주화투쟁을 하다가 체포된 피고의 변호를 맡으면서 인권변호사로 변신했다. 1987년에는 대통령의 직접선거를 요구하는 6월 항쟁의 중심인물로서 체포되기도 했다. - 본문 375쪽 노무현 정권의 발족 -

이승만부터 이명박까지, 역대 정권의 발족을 담고 있는 내용 중 '노무현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에 곁들여 설명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의 발족' 중 일부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성장배경, 정치·사회적 이력은 물론 재임기간의 거취나 행보까지를 당시에 발행된 우표를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변의 길이가 2∼3c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우표, 편지를 보내며 붙이면 그냥 편지를 보내는 수수료일 뿐이지만 이렇듯 시대별로 정리하니 우표에 담긴 의미, 우표가 담고 있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배경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담고 있는 깊고도 넓은 역사 파노라마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우표로 그려낸 한국 현대사>, 지은이 나이토 요스케, 옮긴이 이미란, 펴낸곳 도서출판 한울, 2012. 5. 31, 3만 원



우표로 그려낸 한국현대사 - 한 일본인 우표수집가의 눈에 비친 역사의 순간 181장면

나이토 요스케 지음, 이미란 옮김, 한울(한울아카데미)(2012)


태그:#우표로 그려낸 한국 현대사, #이미란, #한울, #우표,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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