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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과 국제 NGO 활동가들은 20일 오후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전자산업 노동권과 환경정의를 위한 국제운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직업병 노동자 산재 인정 등을 요구하는 노란색 피켓을 삼성 로고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과 국제 NGO 활동가들은 20일 오후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전자산업 노동권과 환경정의를 위한 국제운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직업병 노동자 산재 인정 등을 요구하는 노란색 피켓을 삼성 로고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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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보다 인간이 더 중요하다!"

20일 오후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 30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지난 18일부터 천주교 수원대리구청에서 열린 '전자산업 노동권과 환경정의를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다국적 시민단체 활동가들이었다.

국제NGO 활동가들 삼성전자에 '경고 카드'

세계 10여 개 국 36개 단체에서 모인 노동, 환경,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굳이 삼성전자를 마지막 기자회견 장소로 택한 건 최근 반도체 노동자 사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삼성전자 앞에선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 아버지인 황상기씨를 비롯한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중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활동가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언어로 쓴 노란색 피켓을 들었다. 이 피켓들은 삼성전자를 향해 "노동자를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산업 재해'를 인정하지 않는 삼성을 향한 '경고 딱지'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삼성 로고가 선명한 현수막 앞에 자신들이 쓴 경고 메시지를 붙였다.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온 한 활동가는 영어로 "우린 킬러폰이 아닌 진정한 녹색폰을 원한다"고 썼고, 멕시코에서 온 활동가는 스페인어도 "삼성 노동자를 죽이지 말라"고 썼다. 언어는 모두 달라도 메시지는 분명했다.

대만 '지구의 시민들' 활동가인 웬링 투는 "세계 각지를 다니다 갤럭시S 광고를 보면 젊은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서 "삼성이 창의적이고 지속가능적인 비전을 갖고 휴대폰을 만들려면 더 이상 반도체 산재 문제를 부정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RCA(미국의 다국적 무선 전기회사)는 노동자들에게 독극물이 든 물을 마시게 했고 폭스콘은 대표적인 전자산업 노동자 착취 사례로 꼽힌다"면서 "삼성도 RCA와 폭스콘 뒤를 따를 거냐"고 꼬집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지난 3일간 전세계 전자산업 노동자들이 막강 자본 앞에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는 과거 실리콘밸리에서 발생했고 지금 삼성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중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라며 국제 노동자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국제회의를 통해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죽음을 전세계에 알려나가기로 결의했다"며 "삼성이 피해자의 고통을 계속 외면하면 전세계 민중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재해 입증책임 사업자에"... 인권위 권고 '단비'

박유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직사업국장은 "어제 인권위에서 산업재해 입증 책임을 사업자가 하도록 권고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면서 "반올림과 피해자 가족의 투쟁은 힘은 작더라도 강한 의지만 가지면 권력에 맞서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산업재해 인정 기준을 개선하라고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지금까지 산업재해 입증 책임이 피해 노동자에게 있었지만 앞으로는 국가나 사용자가 질병과 업무 무관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해온 반올림과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에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이렇게 지나가는 비를 우리나라에선 호랑이가 장가가는 비라고 한다. 이 비처럼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도 곧 지나가고 눈물도 말랐으면 좋겠다."

이날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사회자인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는 "누군가 흘리는 눈물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 삼성 사옥 주변은 버스와 바리케이드에 둘러싸여 '물 샐 틈' 없었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눈물'까지 막진 못했다.

삼성 반도체 반올림 국제 활동가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삼성 서초사옥 주변을 삼엄하게 경계하는 삼성 직원들
 삼성 반도체 반올림 국제 활동가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삼성 서초사옥 주변을 삼엄하게 경계하는 삼성 직원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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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삼성전자, #삼성 백혈병, #삼성 반도체,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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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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