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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욱
 손정욱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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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도 있어요. 저 혼자이니 동료, 선배 의원들 눈치 볼 일도 없고, 그래서 소신 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소수 정당이라서 좋은 점이다. 경기도 안양시의회 손정욱 의원(통합진보당)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저 혼자다 보니 괴로운 일도 많지만 좋은 점도 있다" 며 이렇게 말했다.

안양시의회 의원수는 총 22명, 그 중 11명이 민주 통합당이고 9명은 새누리당, 1명은 무소속, 나머지 한 명이 통합진보당 손정욱 의원이다.

손 의원은 안양시 최초 진보정당 소속 의원이다.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국민참여당 비례대표로 안양시의회에 입성, 현재 의원활동 2년 차를 맞고 있다. 19일 오전 11시 손 의원을 만나 2년간의 소회를 들었다.

말을 하다 보니 좋은 점(소신 있게 활동 할 수 있다는 것)을 찾은 것이지, 사실은 소수정당 의원으로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다고 손 의원은 하소연 하듯 말했다.

"소수 정당에다가 비례대표, 거기다가 나이도 어린 축(1970년 생)에 속하다 보니, 처음엔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원으로 대접해 주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완전 애 취급 한 것이죠. 그래서 의원으로 대접해 달라고 동료 의원들에게 직접 얘기한 적도 있어요.

그때(2010년 지방선거) 야권 연대했잖아요? 민주통합당 하고. 그러면 정책협의, 또는 함께 토론해서 정책 결정해야 하는데 무조건 손만 들어 달라는 거예요. 그건 거수기 아닌가요? 그럴 거면 내가 민주통합당 하지 뭣하러 통합진보당 하겠어요. 말로는 소신있게 하라고 하면서, 진짜 소신있게 하면 그때부터는 공격이 들어와요."

소신 있게 했더니 공격, 무조건 손들어 달라고?

-공격? 무엇 때문에 어떤 공격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요즘 논란이 되는 안양FC(가칭) 문제 같은 거다. 아시다 시피 시장(최대호) 공약이고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 하는 일이다. 소신 있게 행동했더니, 어떻게 통합진보당이 새누리당과 손을 잡을 수 있느냐며 난리다. 정말 기분 나쁜 말이다."

-사실, 그 문제 궁금해 하는 분들 많다. 요즘 안양FC 창단 문제로 시끄러운데, 정서도 민주당하고 가까운데, 민주당 시장과 시의원이 미는 정책을 굳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대가 아니라 의원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따질 것은 따져서 좀 더 탄탄하게 준비 하자는 거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공청회도 좀 하면서, 그렇게 하면 좋겠다는 말이다.

2부 리그라도 축구팀 만드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재원마련, 수입구조 등 가장 기초적인 준비가 미흡하다. 창단을 제안받은 곳, 우리 시 말고도 여러 곳이다. 안산은 오히려 시의회에서 21명이 건의문을 냈지만 집행부(시)에서 브레이크를 거는 실정이다. 고정비용이 매년 들어가고, 시민들 여론을 조사해 보지 않았다는 이유다.

충남은 안희정 도지사 공약이다. 근데 본인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하지 않겠다고 발표 했다. 매년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와 함께 제안을 받은 화성은 아직 논의조차 없다. 안양만 서두르고 있다."

안양시의회는 '안양FC'(가칭) 창단 문제로 여야 의견이 엇갈려 진통을 겪고 있다. 안양시의회는 지난달 30일부터 8일까지 제187회 임시회를 열고 올해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창단을 찬성하는 민주통합당과 창단을 반대하는 측(새누리, 통합진보)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회기를 4일 연장했음에도, 회기 마지막 날인 12일까지 예결위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날 특위에서 시민축구단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정회를 선포하자 옆방에서 TV로 회의를 지켜보던 청년 2명이 회의장 문을 박차고 들어가 "지금 뭐하는 짓들이냐"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안양FC 창단은 안양시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최대호 안양시장 공약이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낯선 사람과 실랑이... 밤길이 무서워지기도

예결위
 예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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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 때문에 협박도 받았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예결위 때 정체불명의 두 사람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때 아찔했다. 밖에서 실랑이도 있었고, 다행히 당원 몇 명 있어서 말리고 그래서... 밤길이 무서워지는 순간이었다.

트위터에 '빨갱이X'이라고 심한 욕을 적어 놓은 분도 있고, 어떤 분은 술에 취한 채 전화해서 욕도 하고, 이번에 반대 하면 통합진보당 지지 철회하겠다고 얘기하는 분도 있다. 우리 당원 중에는 이번 일 때문에 육두문자 메일을 받은 사람도 있다. 경기도당에 전화해서 항의하는 분도 있고."

-무조건 손만 들어 달라고 하는 것은 야권 연대가 아니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손 의원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야권 연대는 무엇인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차분하게 진짜 시민들을 위한 정책이 무언인지 의논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고. 그런 과정 없이 무조건 손만 들어 달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조건 손들어 주면 통합진보당이 왜 필요한가? 그냥 민주당 의원 한 명 더 있으면 되지. 또 소신을 가지고 행동했다고 한나라당(새누리당)과 같은 편이냐며 공격하는 것은 전혀 민주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이게 가슴 아프다."

지난 2년, "다사다난, 좌충우돌"

손정욱 의원
 손정욱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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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로 이렇듯 험난한 정치에 입문하게 됐나?
"정치학을 전공했다. 사실 2014년 정도에 출마 하려고 했다. 국민참여당 만나서 계획이 앞 당겨졌다. 국민참여당 강령 읽어보고, 이정도 당이면 아이들도 믿고 맡길 수 있고, 정말 사람 사는 세상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스스로 가입했다.

그 이전에는 지역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아이가 다니는 학교 녹색어머니, 운영위원 같은 거 했다. 성당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그러다가 2010년 6월에 갑작스레 공천을 받았다. 6월 3일, 그러니까 당선되고 난 이후에 어떻게 하면 시의원 잘 할 수 있나하고 고민 많이 했다.

해 보니까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회만 되면 많은 사람이 한 번 씩 해봤으면 좋겠다. 내가 사는 안양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고, 알게 되니까 이해하게 되고... 요즘은 주민들과 수다를 떨어도 안양시 행정이 어쩌고 하면서 좀 내용 있는 수다를 떤다."

- 상투적 질문인데, 좌우명은 무엇인가?
"상투적 대답인데, '겸손'이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아이가 내 영향을 받았는지, 엄마 직업을 묻는 란에 시의원이라고 적지 않고 '봉사 하는 사람'이라고 적었단다. 한참 웃었다. 이게 맞는 것 같다."

-좀 어려운 질문인데, 통합진보당이 매우 힘든 일을 겪고 있다. 책임있는 시의원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당내 민주주의가 반드시 정책돼야 한다고 본다. 부실이든 부정이든, 일단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빨리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해야 한다. 이번에 중앙위원 출마했다. 슬로건을 '민중의 정체성 가진 노동자와 깨어있는 시민과 함께 혁신을 위한 전진' 이라고 정했다."

-마지막 질문이다. 지난 2년을 4자 성어로 표현 한다면?
"이게 진짜 어려운 질문이다. 글쎄, '다사다난', '좌충우돌' 정도. 4자 성어 말고 좀 길게 표현해도 되나. 그래도 나름 소신 있게 했다고 생각한다. 혼자 있다 보니 외롭긴 하지만 거대 정당 의원들 부럽지는 않다. 그분들이 자기 생각 표현 못하는 모습, 가끔 본다. 난 그렇지 않다. 그래서 기분 좋다. 앞으로도 계속 소신을 가지고 할 것이다. 그러면서 2014년을 준비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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