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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안철수가 화두입니다.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과 고위당직자들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겨냥해 견제 발언을 쏟아내자 안 원장 측이 '상처 내기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히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오늘(20일)자 조간신문을 비롯해 많은 언론들이 이 소식을 전하면서 안철수 원장이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논외로 하더라도 안철수 원장은 지금까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안철수는 오는 12월 대선이 치러지는 '그날'까지 계속 화두가 될지 모릅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가진 정치적 파괴력이 만만찮기 때문입니다.

'그'는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의원을 현실적으로 위협하는 유력한 대선후보입니다. 수구언론 중의 하나인 <동아일보>가 "'안철수 안개' 이젠 걷어내라"(6월19일자 1면)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도 이런 측면을 고려했기 때문일 겁니다. 안철수는 지금도 그렇고 한동안 한국 정치권을 달구는 뜨거운 핫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재인·김두관의 가장 큰 적은 박근혜 아닌 '친노 프레임' 

경향신문 2012년 6월20일자 3면
▲ 안철수 경향신문 2012년 6월20일자 3면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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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재인 친노 프레임 극복, '그'가 필요하다'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만 전문가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하고 있진 않습니다. 그냥 '한 시민'이 바라보는 단상이랄까… 그런 정도로 보시고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5월 1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와 단일화를 넘어 공동정부로 가야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문 의원의 이같은 구상은 "안철수 원장 세력에 더해, 통합진보당과 시민사회 등 민주개혁 세력 전반을 아우르는 민주연립정부 구상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이 됐습니다.

이런 구상을 하게 된 배경에는 현실적인 측면이 많이 작용했을 겁니다. 이를 테면 안철수 원장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 고려했을 것이고, '노무현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고민도 감안했을 겁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이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다음과 같은 발언이 가장 큰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철수 원장과는) 적어도 정권교체를 바라보는 관점이랄지, 향후 우리 사회의 방향이나 가치(를 보는 시각), 시대정신 등에서 많이 가깝다. 얼마든지 합칠 수 있다. (공동정부 구성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집권할 경우에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충 등 여러가지 계획들을 안정적으로 끌어가는 세력 기반을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다."

한겨레 2012년 5월11일자 6면
▲ 문재인 한겨레 2012년 5월11일자 6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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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 진행된 인터뷰를 새삼 거론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문재인 의원이나 김두관 경남지사가 '친노 프레임'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안철수와의 연대'나 '공동정부론'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문재인 후보를 가장 괴롭히는 건, 박근혜 의원도 아니고 민주통합당 내 다른 경쟁자들도 아닐 겁니다. 오히려 그런 외적인 요인보다는 자신에게 드리워진 노무현이라는 그림자, 즉 '친노 프레임'이 대선 직전까지 문 후보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노무현을 극복하자'고 아무리 강조해도 조·중·동 등 수구언론은 그에게 '친노 이미지'를 끊임없이 재생산할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 프레임은 문 후보가 내놓는 새로운 비전과 정책, 희망과 대안을 모두 희석시킬 겁니다.

문재인 확장성과 김두관 스토리가 시너지 효과내려면...

'노무현을 이제 극복해야 한다'고 문 후보가 강조하면 할수록 그의 항변은 그를 더욱 '친노 프레임'에 가두게 될 겁니다. 강기석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이 지적했듯이 문재인 후보에게 노무현은 "떠나보낼 수도, 내려놓을 수도, 극복할 수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문재인 의원에 비해 '친노 프레임'이라는 이미지에서 조금 벗어나 있습니다. 자신을 '친노 비주류'라고 종종 언급한 것도 이런 프레임을 일정하게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김두관 지사 역시 문재인 의원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노무현을 극복해야 한다'거나 '자신은 친노 비주류가 아니다'라고 강조할수록 자신을 '친노 프레임'에 더욱 가두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죠.

문재인 후보에게 노무현은 "떠나보낼 수도, 내려놓을 수도, 극복할 수도 없는 존재"인 것처럼 김두관 경남지사에게도 노무현은 "떠나보낼 수도, 내려놓을 수도, 극복할 수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은 어쩌면 비슷한 운명을 걸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쯤에서 다시 이 글의 제목을 한 번 더 언급하겠습니다. '문재인 친노 프레임 극복, '그'가 필요하다'입니다. 핵심은 문재인 의원이나 김두관 경남지사가 '친노 프레임'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안철수와의 연대'나 '공동정부론'을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동아일보 2012년 6월19일자 3면
▲ 대선주자 동아일보 2012년 6월19일자 3면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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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선주자를 지지하는 분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저는 문재인 의원과 김두관 지사 모두 대중들에게 선보일 '새로운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봅니다. 냉정히 말해 그렇다는 겁니다. 문재인 의원은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지지율에서도 큰 변화가 없고 시너지 효과도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른바 '확장성'이라는 큰 숙제가 문재인 의원 앞에 놓여 있다는 얘기죠. 과거에 비해 많은 부분 달라졌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나오고 있지만 그것이 일반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대중에 비친 '그'의 이미지는 여전히 '과거 문재인'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현재의 정체된 상태'를 돌파하기 위한 뾰족한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아직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은 김두관 경남지사의 경우 문재인 의원과 비교했을 때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토리'가 있습니다. 혹자는 이 때문에 김두관 지사가 문재인에 비해 본선 경쟁력이 더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측면을 감안한다 해도 '확장성'은 김두관 지사 역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김두관 스토리'는 지금보다 자신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본선 경쟁력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입니다.

문재인·김두관의 '민주주의' - 안철수 '안전개혁 코드'의 결합

안철수와의 연대나 공동정부론 구성을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수구언론 조·중·동의 '친노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앞으로 진행될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이 단순히(!)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내는 과정이 되려면 안철수라는 인물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강준만 교수(전북대)가 <멘토의 시대>(인물과 사상사 펴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안철수 원장이 가진 장점 중의 하나가 바로 '안전개혁 코드'입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진보세력은 이른바 '엄친아 성공코드'가 없기 때문에 대중은 진보세력의 사회개혁론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진보진영의 진정성과는 별개로 일반대중들은 이들의 사회개혁을 약자의 원한 비슷한 걸로 받아들인다는 거지요. 진보진영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아니다'라고 부인하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원장의 개혁론은 일반 대중에게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똑같이 사회개혁과 민생안정을 얘기하더라도 '엄친아'이면서도 '강남좌파'에 속하는 안철수 원장이 말하면, 개혁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대중에게 준다는 거지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안철수 원장에겐 '2040세대'의 압도적 지지가 있고, '엄친아 성공코드'와 함께 '분배·공정·공생'와 같은 코드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책임윤리'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혁명코드'는 안철수 원장이 가진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가 <정치의 몰락 : 보수 시대의 종언과 새로운 권력의 탄생>(박성민·강양구 저, 민음사 펴냄)에서 "안철수는 안보와 성장의 두 축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박정희 패러다임'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선언의 상징"이라고 강조한 것도 안 원장이 가진 이같은 장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박정희 패러다임' 종식과 친노 프레임 벗기 위한 현실적 방안

문재인 의원과 김두관 지사를 너무 수동적으로 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만 저는 현 상황을 좀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근혜라는 강력한 대항마가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민주통합당으로는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습니다. 문재인과 김두관,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후보만으로는 '박근혜 대세론'을 꺾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거지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오는 12월 대선이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지배해왔던 패러다임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려면 '문재인·김두관+안철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이들 후보들의 '연대 혹은 공동정부론' 구상을 통해 미래비전과 전망을 제시할 수 있고,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있으며 그런 과정 자체가 정체된 야권의 대선 구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거죠. 무엇보다 이런 '미래지향적인 논의'가 수반될 경우 문재인·김두관에게 제기되는 '친노 프레임'이라는 부당한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 문제가 어떤 후보를 야권의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하느냐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마이너스 게임'이 아닌 윈윈할 수 있는 방안 찾아야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문재인·김두관의 대선 당선을 위해 안철수 원장을 도구화하려는 발상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절대 아닙니다. 다만, 이번 대선이 수구언론이 제기하는 '친노 프레임' 틀에 갇힐 경우 '구 패러다임' 종식은 물론 한국 사회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도 물 건너 갈 가능성이 많다는 걸 우려하는 것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현재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과 고위당직자들이 안철수 원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습니다. 그건 서로에게 '윈윈'이 아닌 '마이너스 게임'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안철수라는 '훌륭한 파트너'를 너무 정치공학적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건 아닌지 민주통합당이 자문해 볼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곰도리의 수다닷컴'(pressgom.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문재인, #김두관, #안철수, #친노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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