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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강연이 시작되고 있다.
▲ 대한문 앞 거리 강연 거리 강연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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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늦은 7시 쌍차 대한문 앞 분향소 앞에서는 '시대를 묻다. 톡톡톡(talk. talk. talk)'이라는 이색 길거리 강연이 펼쳐졌다. 이야기 손님은 한국 쓰리엠 해고노동자 백승철씨와 <십자군 전쟁>을 그린 김태권 만화가다.

한국 쓰리엠 1년 차 해고노동자인 백승철씨는 100% 외자 회사로 대학생들이 입사하고 싶어 하는 기업 한국 쓰리엠의 실체를 솔직하게 들려줬다.

한국 쓰리엠은 전 세계 60여 개 나라에 지사를 둔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다. 1970년 대 미국 자본이 들어와 세운 한국 쓰리엠은 년 1조 원의 매출로 연간 영업이익 1천억 원, 연 주식 배당금만 2천억 원을 가져가는 거대기업이다.

대학생이 선호하는 기업, 존경하는 기업, 사회봉사를 많이 하는 기업으로 알려진 한국 쓰리엠은 2009년 전까지 노동조합이 결성되지 않았다.

쓰리엠 노동자들이 이야기하는 '쓰리 고'

백승철 한국쓰리 엠 해고노동자가 쓰리 엠의 조합원 탄압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다.
▲ 백승철 한국 쓰리 엠 해고노동자 백승철 한국쓰리 엠 해고노동자가 쓰리 엠의 조합원 탄압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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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교대 12시간의 중노동을 감당하는 기혼여성 노동자인 보조원들은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상여금조차 받지 못했다. 지난 2009년 연 2천억 원에 달하는 주식 배당금을 챙겨간 쓰리엠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정년을 몇 년 앞둔 노동자들의 희망퇴직과 임금삭감, 복지 축소를 단행했다.

2009년 5월 나주 공장에서 노조가 결성됐고 화성 공장까지 노조가 확산됐다. 단체 교섭을 거부해오던 사측은 박원영 본부장을 임명한 뒤 마지못해 교섭을 시작했다. 1일 2교대에 주말까지 근무해야 했던 상황에서 주말 근무와 근무 평가제를 없애고 무기 계약직 보조원들에게 600% 상여금을 지급하는 수준에서 임금 교섭이 이뤄졌다.

이후 사측은 단체 협약 등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온갖 방법을 동원 조합원을 회유하고 분열시키는 정책으로 노조 말살을 위한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쓰리엠 노동자들 사이에는 '사라져야 할 쓰리 고(Three Go)'라는 말까지 생겼다. 사측이 조합원에게 3가지 불이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임금 불이익이다. 한국 쓰리 엠은 5단계로 임금을 조정한다. 비조합원과 조합탈퇴자에겐 8~10% 임금 인상이 적용되는 3~5단계를, 2%대 임금 인상이 적용되는 1~2단계는 조합원에게만 적용해  월 30만 원에서 70만 원의 임금 차이가 나게 했다. 두 번째는 고의적인 승격 누락. 2년 이상 근무하면 자동 승격이 가능한 상황에서 조합원들에겐 승격에서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조합원을 탄압하고 있다. 세 번째는 퇴직금의 불이익. 임금인상 억제와 승격 불이익으로 퇴직금에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피해를 주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부서전환 배치를 통해 여름에는 풀뽑기, 가을에 낙엽쓸기, 겨울 눈쓸기 등이나 결근자 지원, 벗겨진 담벼락 페인트 칠하기 등을 시켰다고. 노동자들은 기존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시키면서 인격적인 모욕감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나주 공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부서 신설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원을 한 부서에 몰아넣고 일을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경비라는 명목으로 용역 70~80명을 배치해 로비에 앉아 수시로 조합원에게 욕설을 하고 눈 마주침 등을 시비삼아 집단 구타를 일삼기도 한다.

"가족들은 다른 일 찾아보라고 하지만..."

부당함에 굴복할 수 없다는 백승철 해고노동자
▲ 백승철 한국 쓰리 엠 해고노동자 부당함에 굴복할 수 없다는 백승철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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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씨는 2010년 조합직원 집단 구타 시 용역 경비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CCTV 등을 통해 백씨를 비롯 해고자 19명 중 절반 가량이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사측은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지만, 복직을 거부하고 항소 한 상태다.

백씨가 속한 나주 공장은 해고노동자가 정문 밖에서 투쟁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문을 폐쇄하고 다른 길을 냈다. 공장 안 사람들과의 접촉을 차단시키고 주말마다 조합원을 상대로 노조 탈퇴 회유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2009년 당시 600명이던 조합원은 이제 150여 명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투쟁이 길어지자 부모님과 아내까지도 "이제 그만하면 됐다. 다른 일을 찾아봐라"고 애원했지만, 백씨는 "부당해고가 너무 억울해 투쟁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조합원으로 버티고 있는 150여 명의 동지들에게 미안해서 쟁을 멈출 수 없다"는 백씨는 현재 민주노총의 신원보장 기금과 재정사업을 통해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

만화가 김태권 "노동자는 잘났다"

김태권 만화가가 노동자의 얼굴을 그려보이고 있다.
▲ 김태권 만화가 김태권 만화가가 노동자의 얼굴을 그려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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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손님, 김태권 만화가는 '노동자들은 정말 잘났다'라는 주제로 만평에 필요한 얼굴과 손 공권력과 자본을 표현하는 방법을 직접 시현을 통해 설명했다.

김태권 만화가는 역사 속 인물과 사건, 현실을 되짚어 봄으로 현재의 인물과 사선, 사회 현실을 조명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십자군 전쟁>과 <히틀러>에 대한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종교·권력·자본·교육 등 분야마다 소수의 기득권자들이 자신들에게 향하는 불만을 내부가 아닌 외부로 돌리게 하는 방법으로 침략 전쟁이나 '왕따 그룹'을 만들어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그는 "노동자는 그런 불의한 사회현실과 자본, 부당한 권력 남용에 저항하는 의식있는 시민들"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은 자본에 굴복하지 않고, 권력에 빌붙어 복종하지 않고 자신의 노동의 대가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투쟁'이라 쓰인 붉은 띠를 두르고 각진 얼굴의  남성만 등장하던 노동자의 이미지는 똘망똘망 잘생긴 평범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바뀌었다.

자본과 공권력을 표현하는 방법도 시대에 따라 변해가고 있다.
▲ 지본과 공권력 자본과 공권력을 표현하는 방법도 시대에 따라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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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어 배가 나오고 목이 보이지 않게 그려지던 자본가의 이미지도 다소 마르고 간사해 보이며,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노동자들의 손은 주로 주먹을 쥔 상태로 표현됐는데, 예전에는 폭력에 저항하는 의미였다면 요즘은 집중과 단결을 의미한다고 한다. 삶의 현장과 사업장에서 각자의 일에 충실하다가 투쟁의 장소에서 서로 연대해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단결의 결의를 주먹에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대의 거대 자본과 공권력은 돈으로 자기들의 명령에 따르는 마름들을 고용해 같은 노동자를 탄압하고 분리하는 계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김태권 만화가는 "한국 사회의 얼굴은 바로 대한문 앞 쌍차 투쟁 현장과 같은 투쟁의 현장에 있다"며 "병들고 아픈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가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된 사회도 건강한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며 "한국 사회의 얼굴은 바로 대한문 앞"이라고 덧붙였다.

백승철과 김태권 만화가가 질의 응답을 받고 있디
▲ 시대를 붇다 톡톡톡 백승철과 김태권 만화가가 질의 응답을 받고 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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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시대를 진단하고 시대를 묻고 싶은 시민들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대한문 앞 거리 강연 '시대를 묻다. 톡톡톡(talk. talk. talk)'을 놓치지 마시라. 한편, 대한문 앞에서는 매일 오후 7시 문화제와 거리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 대한문 앞 행사 일정
- 6월 22일(금)19:00 거리강연(심보선,포레시아) / 6월 24일(일)19:00 공연(유금신)
- 6월 25일(월)19:00 거리강연(태준식, 동서공업) / 6월 29일(금)19:00 거리강연(정혜신,시그네틱스)
- 7월 1일(일)19:00 공연(꽃다지) / 7월 2일(월)19:00 거리강연(노종면)
- 7월 6일(금)19:00 거리강연(김미화, 콜트콜텍) / 7월 8일(일)19:00 공연(박준)
- 7월 9일(월)19:00 거리강연(정지영, 재능교육) / 7월 13일(금)19:00 거리강연(김혜원아동문학가)
- 7월 15일(일)19:00 공연(김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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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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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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