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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6명. 정직 등 징계자 200여 명. 대기발령 69명. 2010년 3월 취임 이후 김재철 MBC 사장이 MBC 노조에 떨어뜨린 '징계 폭탄'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를 두고 "전두환 5공 군사독재정권 이후 대한민국 언론역사상 최대의 언론탄압"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11일 사측이 2차로 대기발령 내린 34명 가운데는 지난해 수원 경인지사로 '강제전보' 조치 당했던 한학수 PD도 포함되어 있었다. 2011년 5월, 한학수 당시 <7일간의 기적> PD는 이우환 <PD수첩> PD에게 '취재중단 지시'를 내린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을 평PD 협의회를 대표해 면담하고, PD들의 의견을 전달했다는 이유로 '보복성 인사'를 당했다. 두 달 뒤인 지난해 7월, 서울 남부지방법원은 두 PD가 낸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인사의 부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12년 6월. 한학수 PD는 경영본부 인사부 소속으로 대기발령 받았다. 대기발령은 징계 직전 단계를 말한다. 한 PD는 지난 1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PD수첩>도 못하게 하지, 수원 경인지사에 강제 발령 내지, 이제 와서는 파업 중에 대기발령 내지, 왜 이렇게 괴롭히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현재 MBC에서는 "파업이 끝나면 대기발령자들을 다 해고시킬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 이날 사측은 홈페이지에 경력사원 공개채용 공고를 올렸다. 한 PD는 이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였다. 

 

14일로 파업 137일째. 1997년 공채로 입사한 한 PD는 "황우석 사태 때를 제외하고 이렇게 뜻하지 않게 방송을 오랫동안 쉬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2006년 <PD수첩>을 통해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던 한 PD는 "테러의 위험성" 때문에 3개월간 연수를 떠난 적이 있다고 한다.

 

"저 좀 취재하게 해주세요.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하게 해주세요." 한 PD의 "소망"은 언제쯤 이뤄질까. 사측은 1차 대기발령자 가운데 13명을 '직장 질서 문란'을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인사위는 오는 18일 열린다. 사측의 강경한 태도로 본다면, 2차 대기발령자인 한 PD 역시 징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뒤통수치는 징계·대기발령... 김재철 사장, 대화할 의사 없다"

 

- 파업이후 대기발령자가 69명, 해고자는 4명으로 늘어났다. 대기발령자 13명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다음 주 월요일(18일)에 열린다. 사측이 이토록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한 편으로는 대화한다고 해놓고, 뒤통수를 치는 징계와 인사 조치가 계속 나오고 있다. 사실상 김재철 사장은 대화할 의사가 없다고 보여진다. 노조를 무릎을 꿇리려고 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어 보인다. 또 한 편으로는 MBC 사장을 사퇴했을 때 검찰의 수사가 당장 눈앞에 다가오기 때문에 오로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MBC 사장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든다."

 

- 업무에 복귀한 KBS의 경우에는 사측에서 계속 대화 노력을 했다고 하던데.

"김재철 사장 같은 경우에는, 저는 참 이해하기가 힘들다. 정상적인 상식의 범위를 벗어난 인물이라고 보여진다. 이건 좌우의 문제도 아닌 것 같고, 보수와 진보의 문제도 아닌 것 같고. 이상하다. 이상한 분이다."

 

- 자신이 왜 2차 대기발령자 명단에 포함됐다고 생각하나. 

"구체적인 이유를 듣지 못했다. 트위터상에서 활동한 사람이라거나 아니면 무슨 집회에 더 많이 참석을 했다거나, 무슨 기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징계를 내리거나 인사 조치를 할 때는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을 해서 조치를 해야 맞다. 그런데 왜 저를 대기발령을 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전해들은 바가 없다."

 

- 파업이 끝나면 대기발령자들을 모두 해고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사측에서 그런 이야기를 흘리는 것 같다. 대화자체를 완전히 안 하겠다는 거다. 달리 말하면 선전포고다."

 

- 오늘 경력사원 공채가 떴다.

"파업이 진행 중인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채용을 하는 것이 과연 노동법상 타당한 일인가. 심히 부당하다. 이건 파업노동자들 등에 깔을 꽂는 행위와 다름없다. 그리고 파업인력으로 생기는 공백, 올림픽 방송이라든가 이후의 방송을 땜빵하기 위해서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거나 1년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묻는다? 시용기자, 시용PD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J씨와의 관계? 관심없다... 비리 의혹 해명해야" 

 

- 사측에서는 노조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처음에 사측이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막 몰았다. 그런데 (노조 집행부 5인에게 구속영장이 재청구 됐을 때) 판사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노조의) 업무 방해에 대해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구속영장이 2번이나 기각되고 나니까 이제는 '정치파업'이라고 몰아붙인다. 우리가 정치할 사람들도 아니고 정치에 줄을 대서 뭘 하자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목적은 정치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파업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든 안철수가 되든 문재인이 되든 정치로부터 한 걸음 떨어진, 정치로부터 덜 휘둘리는 공영방송사를 만들자는 게 이번 파업의 취지다."

 

- 사측은 노조 집회에 소셜테이너나 야당 인사들이 참석한 것을 문제 삼는다.

"유승민, 남경필, 김성식 등 보수 인사들도 영상으로 노조에 지지메시지를 보냈다. 최근에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조차 '김재철은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김재철 사장이 정상적인 상식을 가지고 MBC라는 공영방송을 운영할 수 있는 수장인가가 의심스러운 상황인 거다."

 

- KBS 노조 업무복귀를 보면서 조합원들 사기가 저하되지는 않았나.

"그렇지는 않았다. KBS는 적은 수의 인원으로 어렵게 파업을 했고 어려운 만큼 진정성 있게 파업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소 부족하지만, 공영방송을 하기 위한 합의를 가지고 노사 양측이 한발씩 물러섰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 (KBS 노조가) 들어가서 좀 더 좋은 방송을 하겠다고 하고 있고. 기대를 해본다.

  

그렇다고 MBC가 어떻게 될 것이냐. 김인규 사장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MBC는 파업할 만 하잖아'(웃음). 김재철 사장은 범법자로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혹에 대해 김재철 사장이 해명을 해야 한다. 법인카드 건, 그 뒤에 이어진 J씨 관련 법인카드 사용, 일감 몰아주기, 부동산 공동구매 등. 회사에서는 부분, 부분 해명을 하지만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해명을 하지 않는다."

 

- MBC 노조가 무용가 J씨 관련 의혹 제기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공정방송 투쟁과는 거리가 있지 않나'라는 지적도 있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일어났던 시사보도 부분에서의 압박, 와해 이런 부분에 대해 공정방송이라는 큰 틀에서 분노했고 그렇기 때문에 파업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김재철 사장의 비리가 이렇게까지 드러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물론 핵심은 김재철 사장이 사퇴하고 제도적으로 사장 선임구조를 바꿔나가는 일이다. 그런데 김재철 사장의 비리 역시 주목해야한다. 김재철 사장과 J여인과의 관계? 저는 관심 없다. 그건 그의 사생활일 뿐이다. 다만 거기에서 법인카드가 왜 등장하는가. 조직의 공적인 돈이 왜 그 여인과 얽혀서 들어가는가. 저는 그 부분에 대해 관심이 있다." 

 

"<무한도전>< PD수첩 > 존폐, 김재철 퇴진에 달려있다"

 

- 노조는 줄곧 '김재철 사장의 퇴진만이 출구전략'이라고 주장해왔다. 같은 생각인가. 

"최소한 이번 파업이 끝나기 위해서는, 김재철 사장이 노조로부터 3번이나 고소를 당하게 된 이 지경까지 왔다면, 자신이 죄가 없다면 명백하게 해명을 하고 지지부진한 해명밖에 못할 바에는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

 

- 김 사장은 '2014년 까지 임기를 채우겠다'고 밝혔는데. 

"그것은 김재철 사장의 희망이다. 현재 김재철 사장에 대해 실제적인 컨트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의원 두 분 아닌가. 이 두 분이 계속 김재철씨를 껴안고 가고 있다. 이 사태의 정상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김재철 사장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 파업한 지 130일이 넘었다. 넉 달째 월급이 안 들어왔는데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

"생활은 힘들다(웃음). 주변에 동료들은 대출을 받기도 하고 다들 허리띠를 졸라매서 살고 있다. 뭐, 어차피 각오한 바니까." 

 

- 지난해 강제발령에 이어, 대기발령까지 '수난'을 많이 당하고 있다. 

"왜 이렇게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PD로서 개인적인 소망은 저 좀 취재하게 해주세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게 해주세요. 그런 거다. <PD수첩>도 못하게 하지, 수원으로 경인지사에 강제발령 내지. 파업 중에 대기발령 내지. 괴롭다.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 입사 이후 이렇게 오랫동안 방송을 쉬어본 적이 있나.

"1997년에 시사교양국 PD로 입사했다. 기획조정실에 1년 정도 파견 나간 것 이외에는 방송을 쉬어본 적이 없다. '황우석 사태' 이후에 3개월 동안 쉬어본 적은 있다. 테러의 위험성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3개월간 연수를 간 적이 있지만, 지금처럼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 지난해 방송됐던 <아프리카의 눈물> 제작기가 책으로 나왔다고 들었다. 

"지난해 초에 방송됐는데 출판이 늦어졌다. 수원 유배가고 시사교양국 힘들고 그러면서. 출판기념회도 하고 싶은데 지금은 마음의 여유가 없다. 파업하는 와중에 출판기념회 한다는 것도 그렇고. 아프리카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 아프리카 문화나 사람들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 환경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읽었으면 좋겠다. 제목은 <아프리카의 눈물>이다."

 

- 시사교양국이 해체됐다. <PD수첩>은 어떻게 되나. 

"파업이 만약에 김재철 사장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마무리 된다면 <PD수첩>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무한도전>을 지켜낼 것인가 말 것인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데, <PD수첩>의 존폐,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역시 이 문제(김 사장의 진퇴)와 직결된다." 

 

- 파업이 이렇게 길어질 줄 알았나.

"몰랐다. 노조원들이 참 대단하다. 500명으로 출발해서 4개월 지난 과정에서 800여 명으로 늘어났다. 나름대로 다들 괴로움이 있고 어려움이 있고 개인사정이 있겠지만 공정방송이라고 하는 큰 틀에서, 제도를 개선하고 정비하는 과정의 첫 단추로서 김재철 사장 문제가 정리되기를 바라는 열정이 모인 것 같다."  


태그:#방송사 파업, #MBC, #김재철, #대기발령, #한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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