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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앞에 설치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희생자 22명 추모 분향소를 중구청 직원과 남대문경찰서 경찰들이 강제철거하며, 이 과정에서 1명을 연행했다. 강제집행으로 부서진 분향소 시설물들을 쓰레기차에 싣고 있다.
 5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앞에 설치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희생자 22명 추모 분향소를 중구청 직원과 남대문경찰서 경찰들이 강제철거하며, 이 과정에서 1명을 연행했다. 강제집행으로 부서진 분향소 시설물들을 쓰레기차에 싣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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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7일 오후 4시 30분]

'100여만 원이 든 모금함, 천막 3개, 22명의 죽음 현수막, 해고는 살인이다 손펼침막 200개, 시민상주단 현수막, 전태일 열사 필사본 액자 6개, CMS 용지 2500매, 설치 예술작품과 미술작품 다수 등.'

지난 5월 24일, 서울 중구청과 남대문 경찰서가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면서 '중구청' 마크가 찍힌 쓰레기차에 실어간 물품들이다. 쌍용차 범국민대책위는 중구청에 사과와 함께 분실 물품에 대한 배상 등의 조치를 요구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얻을 수 없었다.

이날 수차례에 걸친 남대문 경찰서와의 충돌 과정에서 폭력사태도 발생했다. 대책위 주장에 따르면 강제 철거에 항의하는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회의원이면 다냐, 이X야" 등의 욕설을 들어야 했고,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머리 뒷부분을 주먹으로 세 차례나 맞았다. 정진우 진보신당 사무총장은 목과 팔이 꺾인 채 10m 정도 끌려갔고, 쌍용차 노동자 10여 명은 폭행을 당한 후 경찰차량에 격리됐다.

"22명 죽음 애도하는 마음을 쓰레기차에...묵과할 수 없어"

 쌍용차 범국민대책위가 7일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중구청,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죄로 고소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쌍용차 범국민대책위가 7일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중구청,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죄로 고소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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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책위는 7일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창식 중구청장과 이철구 남대문 경찰서장 등 중구청·남대문서 관계자 6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집단·흉기 등 재물손괴 등)죄로 고소했다. 고소대상에는 최성영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도 포함되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분향소 침탈과 철거가 여전히 반복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고소까지 이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대책위는 "대한문 분향소는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가 남대문 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했고 접수번호까지 받은 상태였다, 경찰이 침탈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러나 해당구청인 중구청은 계고장 하나 없이 철거했으며, 경찰과 사전모의를 한 것이 여러 경로로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중구청과 경찰이) 22명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의 마음을 쓰레기차에 버렸다"면서 "어찌 이럴 수가 있나, 이러한 만행을 묵과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강제철거의 불법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 당시 국가기관의 집단적인 폭력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말문을 연 김 변호사는 먼저, "우리나라에서는 집회에 대한 허가가 금지되어 있다, 쌍용차 노조는 천막을 집회 물품으로 신고했고 경찰로부터 이에 대한 보완이나 금지 통고가 없었다"면서 "적법하게 신고 된 집회를 경찰이 방해했다"고 말했다.

또한 철거 절차와 관련해 "계고장이 없었고, 특례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전 시정명령이나 절차가 있어야 하지만 이 역시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경찰이 김정우 지부장을 강제연행한 것 역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집단과 단체의 위력을 이용한 손괴, 폭력은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있는 중죄"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 이후,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중구청-남대문서 "'맞대응' 할 것"..."분향소 또 철거? 당연하다"

한편, 쌍용차 범대위 고소와 관련해 중구청과 남대문서 관계자들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면서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소인 가운데 한 명인 이병목 서울중구청 건설관리과 가로정비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당시 건설관리과에서 수거해 갔던 차량 3대 분량의 물품 가운데 관 22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음 날 쌍용차 노조에 돌려줬다"면서 "모금함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다만, 저희가 철수하고 난 뒤 나머지 지저분한 쓰레기는 청소과에서 정리를 했는데 쌍용차 노조에서 언급한 분실 물품들이 포함됐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왜 계고장 없이 행정대집행을 했느냐'는 질문에 이 팀장은 "계고는 사전에 수차례 했고, 대집행을 하면서 공무원증을 제시했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쌍용차 노조에서는 '집회신고 물품에 천막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철거한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분들이 집회신고를 한 것은 맞지만 도로에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도로법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도로법 위반' 사실을 강조했다.

또 다른 피고소인인 최성영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도 쌍용차 범대위가 주장한 '폭력' 혐의에 대해 "경찰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최 과장은 "당시 채증자료 전체를 다 검토해봤는데, 은수미·장하나 의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경찰이 아니라 시위대였다"면서 "모든 증거가 다 준비되어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쌍용차 분향소를 다시 철거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두 관계자는 한 목소리로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목 팀장은 "그곳(대한문 앞)이 외국인들이 제일 많이 오는 문화재인데, 그 분들(쌍용차 노조)이 문화재 옆에 신나, 휘발유 통 등 위험물을 갖다놓고 집회를 하고 기거하고 있다"면서 "외국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오고 시민들이 다니는 곳을 3분의 2 이상 점유하고 불법행위를 하는 것은 법질서를 안 지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성영 과장 역시 "저희는 법과 위반된 것은 정치적인 이해를 안 따진다"고 밝혔다.


#쌍용차#대한문 분향소#중구청#남대문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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