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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만드는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6월부터 매주 금요일 고정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름은 '전방위 토크'. 고정 패널은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김성식 전 의원입니다. 6월 1일 '전방위 토크' 첫 방송의 주제는 '안철수 원장의 행보'에 대한 토론입니다. 이털남은 앞으로도 매주 금요일마다 전방위 토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도깊은 토론의 장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청취자들은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아래는 6월 1일 첫 방송 전문입니다. [편집자말]
1일 오전 '이털남' 녹음실에서 '전방위토크' 첫 회 녹음을 마친 김성식 전 의원, 김종배 시사평론가, 진중권 교수.
 1일 오전 '이털남' 녹음실에서 '전방위토크' 첫 회 녹음을 마친 김성식 전 의원, 김종배 시사평론가, 진중권 교수.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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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털남: 어제(5월 31일) 공지한대로 이털남은 오늘부터 새단장을 한다. 이슈를 터는 기본 컨셉은 변함이 없지만 형식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두 분의 고정패널을 모시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가장 뜨거운 이슈를 파고들기로 했다. 이름은 '전방위 토크'. 전방위 토크를 꾸며줄 두 분을 소개하면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식 전 의원. 진중권 동양대 교수. 김 전 의원은 탈당 전까지 새누리당 안에서 개혁성향의원 모임인 민본21을 이끌었던 분이다. 진 교수는 청취자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날카롭고 직선적인 얘기를 사회에 던지는 전방위 평론가로 유명한 분이다.

김성식: 안녕하십니까?

진중권: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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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털남: 김성식 전 의원님, 한 기자가 '국회의원은 4년 계약직이다'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4년 계약직 끝난 소감이 어떤가?

김성식: 솔직히 행복하다. 한두 번 떨어진 것도 아니고(웃음).

이털남: 정말 행복한가? 금배지의 유혹이 상당하다고 하던데(웃음).

김성식: 한 번 해보고 나면 꼭 그렇게 유혹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깨가 무겁다. 짐을 내려놓았으니 저만의, 자유인으로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이털남: 총선 후 한 달 반 정도 지났다. 휴식은 취하셨는지.

김성식: 요새 서서히 독서빨이 생기고 있다(웃음). 예전에는 책을 잡아도 서문만 보고 끝까지 못보고 그랬는데 끝까지 보고 봄날의 따뜻한 기운도 느끼고 그렇다.

이털남: 진 교수님, 객지 생활 중이신데 힘들지 않은가.

진중권: 늘 객지생활을 했기 때문에(웃음) 한 10여 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가방에 팬티 세 개만 집어놓고 다니면 세계 어딜 가도 문제가 없다.

이털남: 거의 김삿갓에 필적하는 삶을 살고 있다(웃음). 학교가 경북 영주인데 숙식은 어떻게 하는가?

진중권: 학생식당에서 점심, 저녁 다 먹는다. 나와서 식당에서 먹을 때도 있다. 라면집이 있는데 싸더라. 김밥 한 줄에 라면 먹으면 3천원이다(웃음).

이털남: 직접 밥을 해먹진 않는가?

진중권: 집에서 간단히 라면정도 끓여먹는다(웃음). 12시 넘어서 출출할 때.

이털남: 그러다 몸이 축나는데 건강 신경 쓰셔야 할 텐데.

진중권: 저는 살이 안 찐다. 망언(웃음)

이털남: 본격적으로 전방위 토크 첫 번째 주제에 들어가 보자. 저희가 선정한 전방위 토크 첫 번째 주제는 이것이다. 지금 안철수 원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의 주제는 '안철수 원장은 왜?'이다.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가 있다. 언론이 안 원장에게 불만이 많은 것 같다. 엊그제 부산대 강연을 할 때 일부 언론은 오늘 대선 출마 할 것이라는 예고 기사를 냈다. 아니었지만. 그리고 나서 안 원장 왜 이러냐 박스 기사도 나오고. 언론은 상당히 불만이 만은 것 같은데 그것은 언론의 입장이고 안 원장은 자신의 입장이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짚기 위해 먼저 전제가 필요하다.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거냐, 아니냐. 이것에 따라서 안 원장의 행동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진다. 두 분은 어떻게 보시나? 출마할 것이라 보는가?

진중권: 당연히 출마할 거라 본다.

이털남: 그 이유는?

진중권: 여러 행보를 보면 잡히는 맥이 있다. 출마를 안한다면 분명히 말을 할 텐데. 몇 달 동안 계속 있었고. 6월말 정도로 보통 예상했다. 언론에서 떠도는 게 재미있다. <문화일보>로 기억하는데 오늘 대선 선언, 그래서 이게 웬일인가 했다. 제가 볼 땐 6월말로 알고 있었는데(웃음). 그러다 그 얘기 안 나오니 김빠진 맥주 어쩌고 하며 욕을 한다. 그걸 보면 연상되는 게 있다. 고궁 같은 곳에 보면 물고기가 있는데 사람들이 있으면 다 몰려와서 입을 뻐끔뻐끔거리는데

이털남: 먹이 달라고?

진중권: 그렇다. 입으로 떡밥떡밥 이러는 것 같은, 시각적으로 그런 연상이 된다(웃음).

이털남: 6월 말로 보는 이유는? 종강 때문인가?

진중권: 책이 출간되는 걸로 알고 있고 그 때쯤 그걸 계기로 출마하지 않을까. 그걸 넘어가면 너무 늦다. 유권자들이 검증할 시간도 줘야하고 자기 메시지를 알릴 시간도 충분히 있어야 하고 레이스에 필요한 조직도 꾸려야 하니까.

이털남: 김 전 의원은?

김성식: 제가 점쟁이가 아니니 예측할 순 없다. 본인의 결단에 달린 문제다. 스스로 질문하는 중이라는 부산대 강연 얘길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대학 강의에서 대선 선언출마 하겠다고 일부 기자들이 봤다면 그게 바보스러운 거고. 다른 계획 속에서 누군가의 만남의 장소에서 판단해야지.

이털남: 부산대 강연은 그런 자리도 아니었다?

김성식 전 의원 "안철수 교수는 군대 가기 전날에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퇴치하려고 밤 샌 사람이다(웃음)".
 김성식 전 의원 "안철수 교수는 군대 가기 전날에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퇴치하려고 밤 샌 사람이다(웃음)".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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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안 교수는 군대 가기 전날에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퇴치하려고 밤 샌 사람이다(웃음). 그렇기에 자기가 해야 할 일, 학기 문제 등 자기 인생관에서 중시하는 게 있기에 그날 그 자리가 출마 자리가 될 수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누구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안 교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현재 총선 후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전 대표가 상당히 앞서가고 안 교수가 2등, 나머지 민주당 주자들은 3위 이하인데 상당히 격차가 난다. 이제 불출마 해버리면 야권 전체 대선 라이스가 잘 되지 않을 책임을, 결과적으로는 져야하는 딜레마가 있다. 예전에 50% 지지를 받았지만 5% 지지율 받던 박 시장에게 양보한 그런 국면과는 성격이 다르다.

결과적으로 출마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의 내면에 관한 문제이므로 한 사람을 판단할 때 이 한 길만 갖고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 내면도 봐야 한다. 이 분의 내면을 나름대로 자기 확신이 설 때, 주변에 민폐를 덜 끼치는 방향으로 판단한다고 하니 출마를 할 가능성부터 안 할 가능성까지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털남: 정리하자면 진 교수는 아주 확신을, 김 전 의원은 아주 조심스럽게 출마 쪽에 무게중심을 두지만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이 전제 하에, 일부 언론은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기본을 깔고 난 후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선에 출마할 사람이라면 빨리 나와서 검증 무대에 서야하는 거 아니냐, 국민들이 판단할 근거를 최대한 많이 줘야 하는데 이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건 페어플레이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 점은 어떻게 보는가?

김성식: 우스운 지적 아닌가. 자신이 준비된 상태에서 적절한 때를 택해서 얘기하는 것은 본인의 권리다. 설사 그것이 늦어져서 손해를 보더라도 안 교수 자신의 업보다. 본인의 판단에 맡길 문제다. 일부, 도마에 올려서 난도질하고 싶은 마음으로 나오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 다만 국민들이 볼 때 궁금하지 않은가. 국정 수행 능력이 있는지. 이런 부분은 자문자답해야 한다.

이털남: 진 교수는?

진중권: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 출마 선언한 사람도 많지 않고 박근혜 대표도 정식으로 출마 선언하지 않았다. 딱히 늦었다고 볼 순 없다. 후보라면 검증되는 시간을 줄이고 싶은 게 당연하다. 나름 신선함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이 분이 충분한, 확실하게 출마 준비가 끝난 상태는 아니다. 본인이 준비가 되면 얘기할거다. 그때부터 검증할 시간은 있다. 앞으로 대선까지 5~6개월 남았는데 대한민국에서 그 정도 시간이면 조선왕조 5백년...(웃음)

이털남: 2002년 정몽준 대선 후보의 경우 9월에 출마 선언을 했다.

진중권: 박원순 후보 같은 경우도 선거 한 달 전에 출마했다. 그때 검증이 덜 됐다고 볼 수 없다. 얼마나 혹독한 검증을 거쳤나.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김성식: 현실적으로 안 교수나 함께 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읽어볼 필요는 있다. 무대포로 빨리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싶어서 하는 류의 발언을 차치하고, 정치에서 이런 말이 있다. 총론은 몰표의 영역이지만 각론은 감표의 영역이다. 예를 들어 정의라고 말하면 표가 된다. 그러나 정의라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 이해관계가 다르지 않나. 한미FTA도 그런 것 아니겠나. 그렇기 때문에 때를 봐야하는 문제가 있다

현재 안 교수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은 이유는 디테일도 있으나 정치적 로망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정치 로망에서 한 걸음 더 나가서 현실 정치의 종결자로서 확신을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편에서 도마 위에 빨리 올려놓으려고 하는 소리보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에 대해 적절하게 자기 준비를 해야 한다.

이털남: 안 원장의 행보를 두고 언론이 불평불만 쏟아내는 이유는 안 원장이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 아니라 작년 9월부터 예열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할 것처럼 하다가 한 발 빼고, 한 발 나가다 뒤로 빼니 감질난다는 정서적 반응인 것이다. 이런 정서적 반응까지 비판을 해야할까?

진중권: 이번 강연에서 그런 말씀하셨다. 이제 내 입으로 말하겠다, 다른 건 믿지마라. 이런 발언이 거기에 대한 스트레스 같다. 자기가 준비되면 얘기하면 될 텐데 자기는 가만히 있는데 해석을 했다가 그 해석이 빗나가면 뭐라고 하고, 매번 언론이 예측하고 맞아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말하는데 당사자로서 그런 부분이 황당할 것이다.

김성식: 유념해서 봐야할 것도 있다. 현실정치에서 잘 검증, 단련되고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과정은 불가피하다.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출마설이 나왔을 때 조국 교수가 트위터에 안 교수에 대해 올린 글이 있다. 안 교수의 친구들이 누군지, 그들과 뭘 하려는지 비전, 정책 수행능력이 뭔지 따져야, 후보가 되면 돕겠지만 이런 것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윤여준 장관 등의 멘토설이 나오니까 민주당의 다수 의원들이 정체성을 밝히라고 한 적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안 교수를 너무 두둔할 일만은 아니다, 이건 현실정치에서 겪을 일이라고 본다. 빨리 도마 위에 올려서 어떻게 하겠다는 속 보이는 마음들은 신경쓰지 않는 게 낫다.

이털남: 안 교수의 행동이 페어플레이에 어긋나는 게 아니라고 정리할 수 있나?

김성식: 손해가 생겨도 본인이 책임질 문제 아닌가.

진중권: 지적하신 문제 중... 어느 정도 밑에서 움직이는 멘토그룹이나 싱크탱크 그룹이 슬슬 드러나야지 않나, 그래야 이분이 출마를 하든 말든 어떻게 메시지 던질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지금은 복지·정의·평화라는 추상적인 가치 세 개만 말했는데 이 가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는... 혼자 움직이는 게 아니니까, 대선은. 싱크탱크, 멘토 그룹의 성향을 보면 감이 잡힐 것 같다

이털남: 아는 그룹 멤버는 없나.

진중권 교수 "애초에 더럽혀진 사람은 흠이 몇 개 잡혀도 그런 가보다 하고 넘어 가지만 지금 지나치게 이미지가 깨끗하다는 게 발목을 잡고 있다."
 진중권 교수 "애초에 더럽혀진 사람은 흠이 몇 개 잡혀도 그런 가보다 하고 넘어 가지만 지금 지나치게 이미지가 깨끗하다는 게 발목을 잡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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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저는 전혀(웃음). 그런 건 김종배씨가 물어와야 한다.

이털남: 아, 제가 해야 하나?

진중권: 그럼. 터트려야 한다.

이털남: 진행하기도 바쁜데 취재까지?(웃음)

진중권: 하나 터뜨리시고, 쫄지 마시고, 기소도 좀 당하시고, 총대도 좀 메시고(웃음).

이털남: 노력은 해보겠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웃음). 다음 카테고리로 넘어가보자. 안 원장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궁금하다. 작년 안 원장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대해 국민들이 열광했다. 그러나 얼마 전 여론조사를 보니 대선에 안 나오면 좋겠다는 응답률이 50%에 육박했다. 현상적으로 보면 상당히 모순된 반응 같기도 한다. 이런 현상에 깔린 안 원장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 정서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진중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 분이 싫어서 출마를 반대하는 이들. 나머지는 좋아서, 그가 망가질까봐 아끼는 마음으로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출마하면 후자는 찬성으로 돌아갈 것이다. 설문조사 자체가 잘못 됐고, 그 해석에 위험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당시에도 수많은 이들이 '웬만하면 안 나오고, 우리의 멘토로 그냥 남아주십시오'가 대다수 반응이었다.

이털남: 안 원장이 나온다면 적극 지지하겠지만 너무 사랑하기에 안 나오면 좋겠다는 마음이 섞여 있는 건가

진중권: 그렇다. 그 항목으로 얻어낼 정보는 거의 없다고 본다.

이털남: 안 원장이 현실정치에 발 들이면 망가질 거란 판단에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극심한 불신이 담겨 있는 건가

진중권: 기존 정치권뿐 아니라 정치권 일반 아니겠나. 이상의 영역에 있던 분이 현실로 내려오면 다르지 않나. 예컨대 멘토와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는 다르다. 사람들에게는 깨고 싶지 않은 꿈도 있을 것이다.

이털남: 그럼 안 원장의 이미지, 그의 정신세계를 좋아하나 그의 정치적 능력을 걱정하고 우려한다는 해석도 가능하지 않나. 상처받을 것이란 국민들의 판단에는 그가 기존 정치권에 들어가서 잘 버티겠나라는 걱정이 깔려 있고 그게 정치적 능력으로 연결되지 않겠는가.

진중권: 그걸 돌파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 영역에 들어왔다면.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이 바로 그 부분 아닌가. 그럴 준비가 돼 있나. 아마도 다른 분들보다 안철수씨는 타격이 더 클 것이다. 애초에 더럽혀진 사람은 흠이 몇 개 잡혀도 그런 가보다 하고 넘어 가지만 지금 지나치게 이미지가 깨끗하다는 게 발목을 잡고 있다.

이털남: 김 전 의원은?

김성식: 그런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예전 국민도 아니다. 예전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해서 제도 언론이 써 주는 것, 정치인의 말, 관료들의 발언을 받아들이거나 맘에 안 들어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자기들이 정보를 모으고 구글링하고 상세한 리포트를 만든다. 정보로 무장한 유권자,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있기에 본인이 그런 사태에 대해 잘 대처하면 흠이 조금 생겨도 경중을 가려 볼 거라 본다. 진짜 어려운 점은 따로 있다.

지금 국민들은 기존 정치권이 깔끔하지도, 문제 해결도 못하고 우기기만 하는데 안 교수는 들어주고, 위로하고 공감도 해주고 여러 한 일들을 보니 기댈만하다고 보는 것이다. 어느 한 편에 설 것이 분명해지면 반대 쪽이든 연대하는 쪽이든 정치공학적 계산에 의해서 다양한 태클이 들어오고 견제도 들어올 것이다.

안 교수가 가지고 있는 두 번째 딜레마가 뭐냐면, 부산대 강연에서 본인 스스로 변화의 열망이 나한테 온 것이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고 말한 것처럼, 안 교수의 정치적 입지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변화와 쇄신을 이끌어내면서 자신의 대선 길을 함께 보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것이다. 낡은 정치판을 이대로 둔 상태에서 본인이 대통령 되는 과정도 쉽지 않거니와 되더라도 과연 잘 할 수 있겠냐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걸려있다. 안 교수가 야권 후보가 될 것이란 정서가 많이 있지만 여기에 매이게 되면 본인이 할 수 있는, 기성 정치권 불신을 넘어설 수 있는, 기성 정치권 변화의 촉매제로써 입지가 약해질 것이다.

이털남: 작년 9월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을 때 여론조사를 분석하면 민주당 지지자 60%, 한나라당 지지자 30% 정도가 안 원장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왔다. 달리 말하면 안 원장이 대선 출마하면 새누리당 일부 의원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김성식: 국민적 지지 기반에서만 보자. 누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기존의 낡은 정치를 그대로 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서 민주당과 잘 되서 후보가 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국민들이 안 교수에게 거는 기대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정치를 변화시켜라, 대선 후보가 되는 과정 속에서 그 가능성을 얼마나 보여주느냐, 그 매개자로서 역할을 어떻게 하는 것이냐다. 예를 들어 속초에서 오징어를 가지고 올 때 게를 넣으면 오징어가 팔딱팔딱 뛰지 않는가. 게가 하는 역할이 어렵다. 이 점에 대해서 안 교수 쪽이나 제3의 길 통해서 다음 정권 만들어보나 하는 사람들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이털남: 게로 비유해서 말씀하셨는데 좀 더 심화해서 보자. 안 원장이 기성 정치를 변화시키는 역할이 있다면, 한 번 해보겠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으로 나올까

김성식: 통상 두 가지 경우가 있다고 하지 않나. 민주당의 일부는 민주당에 들어와서 경선하자고 한다. 어제 김효석 의원이 중요한 말씀을 하셨는데 민주당이 지금처럼 다양성 인정하지 않고중도적 부분을 포괄하지 못하고 한 쪽으로 편입하면 그 작은 그릇으로 어떻게 안교수를 담느냐고 했다.

이털남: 안 원장 부친도 민주당 들어가서 경선하지 않을 거란 취지로 말씀을 하셨다.

김성식: 경우의 수를 가정하면 안 교수 입장에선 본인 나름대로 대선 후보로 우뚝 선 가운데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면 또 한 번의 과정을 거치는 등. 이 과정 통해서 본인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돌아보면 지난 총선 때 정당을 만들고 본인이 출마하는 게 본인에게 좋다는, 아끼는 사람들의 충고도 많이 있지 않았나. 이걸 생략했기 때문에, 생략이야 개인의 선택이지만, 더 큰 숙제, 짐을 대선 과정에서 안게 된 것이다.

이털남: 일반적인 전망은 안 원장이 독자적으로 대서 출마 선언을 하고 민주당은 대선 후보 경선을 해서 민주당 후보가 정해지면 단일화로. 그 모델, 후보 단일화 룰은 지켜봐야 하나 일반적으로 박원순식 모델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만약 이런 일반적 전망에 따르면 안 원장은 기성 정치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성 정치와 연대, 손을 잡는 게 된다.

진중권: 안 교수는 가령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지난 서울시장 선거 당시 한나라당에 대해 응징이란 표현을 썼다. 그 직후 한나라당이 쇄신한다면 바꿀 수 있다고 했다. 큰 틀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큰 승부가 있다는 게 상식이다. 과거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연대 모델, 뭐가 뭔지 모르게 갑자기 덜렁하는 경우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는. 그런 연대에 대해 국민들이 감동하지 않을 거다.

안 교수 입장에선 이 과정을 통해서 새누리당, 민주당, 진보당이든 기성 정치권에 대한 변화를 강력히 주문해야 한다. 민주당과 연대할 가능성이 높지만 연대할지라도 단순한 악수가 아니라 어떤 변화를 촉구하고 정강정책, 인물 면에서 바뀌는 과정을 만들지 않으면 나중에 최종적으로 민주당 후보와 연대할지라도, 박근혜 전 대표를 이길 수 있느냐. 시대적 과제인 화합과 소통의 정치를 하겠다고 강연을 했는데 진영논리에서 선거가 치러질 경우, 민주당에게 뭘 요구 할 건지 그런 게 숙제라는 거다.

이털남: 진 교수는 김 전 의원이 제기한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진중권: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새로움을 메시지 차원에서 담을 필요는 있다. 복지 정의 평화는 제대로 잡은 것 같다. 정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다. 쉽게 말하면 경제민주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공정한 경쟁 속 일자리 창출까지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진중권: 차원에서 연결돼야 한다고 본다. 부산대에서도 박근혜 씨 칭찬하고 문제인 씨도 칭찬했다. 네거티브가 아닌 기존 선거 레이스와는 다른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는 정당 정치 문제다. 재미있던 게 <한겨레>에서 성한용 기자가 '안철수 안 된다'고 쓴 걸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변화가 무엇인가. 예부터 정당정치에 불만은 있어왔고 정당정치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도 했다. 정치인이 아닌 운동권 끌어들이고 새누리당, 민주당 할 것없이 스타급 사람들 밖에서 끌어오고. 오세훈, 강금실씨도 그런 경우였고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도 처음에 정치 입문할 때는 그렇지 않았다.

박원순씨에 들어 의원 수준에서 시장 수준까지 간 거다. 이제는 대선 후보까지 나왔다. 이걸 부정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시대적 변화가 담겨 있는가. 예를 들어 외국에서 이런 이론이 나온다. 정당정치는 2020년 사라질 것이다. 성한용 기자의 말은 정치를 정치인에게 맡겨라, 정당 정치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는 것이다. 이 현상을 어찌 봐야 하나.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본질적인 부분과 연결돼있지 않나 싶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 녹음실에서 김성식 전 의원과 진중권 교수의 '전방위토크' 첫회가 진행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 녹음실에서 김성식 전 의원과 진중권 교수의 '전방위토크' 첫회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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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털남: 진 교수가 <한겨레> 칼럼을 언급했으니 좀 더 짚어보자. 아까 제가 질문 드린, 국민들이 안 원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정치적 능력이 있을까 하는 걱정 내지 의구심이 깔려있다고 본다면 성 기자가 칼럼으로 제기한 문제가 바로 그거다. 대통령은 정치를 해온 사람이 해야 한다, 정치 생리를 알고 정치권과 같이 가는 게 국정이다,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지적. 이런 지적이 일정하게 타당성이 있는 가 아니면 기존 정치권의 시각으로 안 원장을 재단하고 있는 건가.

진중권: 그 두 가지가 저도 확실하지 않다. 탈정치화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정치는 어차피 그런 거니까 난 참여하지 않을 거야, 정치를 욕만하고 끝나는 탈정치화. 아니면 촛불집회 때 나타난, 완전히 새로운 정치화.

이털남: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 모델을 만들려 한다?

진중권: 만들려는 그 때 캐릭터, 게임 속 캐릭터가 내세워지는 게 안철수씨가 아닌가. 아직 판단을 못 내리고 있다. 성 기자는 전자로 보는 것 같다. 제가 보기에는 낡은, 일리는 있으나 두 번째 측면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털남: 김 전 의원은 어떻게 보는가?

김성식: 막스 베버가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을 썼다. 아큐패이션이란 단어가 있기에 어떤 분은 소명이라고도 번역한다. 막스 베버 같은 철학자가 단순히 직업 정치꾼에 대해 쓴 것은 아니었다. 선한 목적이 권력이란 악마적 수단을 통해서 구현될 수밖에 없는 정치에 대해 제대로 성찰해보라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성한용 기자의 칼럼은 한 측면, 우려가 담겨있는, 본인이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 기자는 그 칼럼을 통해서 대통령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답좀 해보라고 말한 것 가다

두 번째 측면이 재미있다. 야권 주자들이 지금 당신이 앞장서있으니 기도 못 피고 정체 돼서 힘들지 안느냐, 이 점도 그 칼럼에서 동시에 지적이 됐다. 이 점은 현실적으로 안 교수는 책임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까 언급한 안 교수의 딜레마, 지금 불출마하면 야권 쪽 엔진을 꺼뜨린 책임을 다 뒤집어써야 한다는 점도 본인이 의식해야 할 문제다.

왜 나를 그렇게 보느냐, 민주당 주자들이 기 못 피는 게 왜 내 책임이냐고 반문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탈정치화, 참여정치, 인터넷을 바탕으로 하는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언급하지만 인간 머리의 설계능력의 한계 상 당분간은 이런 요소들은 보완적인 것이고 대의민주주의가 기본 틀이 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본다. 이런 상황으로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털남: 지금 중요한 얘기가 나왔다. 진 교수는 앞서 정당정치가 없어질 거란 해외의 이론까지 언급했다. 이어서 촛불 시위에서 나타난, 국민의 직접, 정치에 참여해서 변화시키려는, 그러기 위해 안 교수를 캐릭터로 이용한다는 것이고 김 전 의원 같은 경우 당분간은 대의민주주의가 유지될 거라고 본다.

김성식: 직접 민주주의는 보완적인 요소가 될 거라는 것.

이털남: 어떤 측면이 더 힘을 얻고 갈 것이라는 점에서 방점이 다른 것 같다. 김 전 의원은 대의민주제를 골간, 참여민주제가 보완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한 편으로 민주통합당을 보면 일반적으로 오락가락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럼 민주당은 뭘 모르고 능력이 떨어져서 저렇게 오락가락했나, 그렇게만 보기가 힘든 게 새누리당의 고정 지지층에 비해 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은 유동적이다. 진폭이 크다. 그게 당의 행보에 반영된 거라고 보면 정당정치라고 하는 것에 대한 유권자들의 규정력이 커진 것 아닌가. 단지 보완재라고 보기에는 과소평가한 게 아닌가?

김성식: 이털남과 제 생각이 크게 틀리지는 않다. 예전에는 선거 때에만 치자는 유권자에서 정보로 무장하고 늘 영향을 미치는 주권자 시대로 바뀌었다고 앞서 말씀드렸다. 그 최종 종결, 즉 정책적 방향과 법을 정하고 국정 방향을 정하는 것은 대의민주제라는 최종 틀 속에서 결정되는 구조. 인류가 발전한 정치 구조 한계 상 그 구조밖에 없다는 측면으로 말씀을 드린 것이다. 다만 개방적으로 직접민주주의 요소에 다가서야하느냐. 새누리당이 이점에서 정신차려야 한다. 소통을 홍보라고 생각한다(좌중 웃음).

소통은 그게 아니다. 무슨 일이든 30분 내로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증하라는 것에서 비롯된다. 논의 포인트는 조금 다르지만 직접 민주주의 요소가 많은 영향을 줄 것이고 그 영향을 잘 받는 정당이 발달할 것이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대의 민주주의틀 속에서 이뤄질 것이다. 따라서 대의민주주의도 생산적 정치, 깔끔하고 제대로 된 정치로 바뀌는 것이 국민의 희망을 위해 중요한 점이다. 그 점을 안 교수 혹은 어떤 대선 주자이던 간에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진중권: 대의민주주의와 정당정치를 좀 더 구별할 수 있다고 본다. 대의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고대그리스도 아니고 여의도에 천 만명 모여서 중구난방 떠들 순 없다. 그럼 정당정치의 문제다. 우리는 산업혁명의 모델이다. 보수·진보, 가진자와 못 가진자, 프롤레티라이와 부르주아. 계급계층의 물질적 이해관계를 무력이 아닌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의회정치다

지금 이념적·정치적인 것에 대한 환멸 하는 경향이 있다. 탈진보, 탈보수, 더 나아가 탈정치, 탈정당정치까지. 유권자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컴퓨터 게임과 비슷하다. 나랑 동일시 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하다. 그 사람이 나가서 이 낡은 정치를 개혁하는 걸 보고 싶어 한다. 안철수 현상의 본질이 거기에 있다고 본다. 단지 성한용 기자가 그런 측면을 못 보고 있는 거 아닌가.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못 보는 것 같다. 안철수 현상을 일탈현상, 뭔가 부정적인 현상, 우리 정치가 걸린 병에서 나온 현상으로 보는. 이렇게만 보지 말고 뭐랄까, 어쩌면 상당히 미래지향적 정치의 모습이 그 안에도 담길 수 있다.

이털남: 자신의 정책지향을 정당에 투영했는데 언제부턴가 나타난 현상이 그것을 특정 정치인, 인물에 투영시키고 동일시해버리는 현상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것이 현상으로 나타난 게 빠 현상, 무슨 무슨 사모 단체들. 오히려 이런 식의 흐름이 앞으로 강화될 것이면 인물을 축으로 정치를 바꾸고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현상이 강화될 거라고 보는 건가?

진중권: 강해질 거라고 본다.

김성식: 딱 닫혀있는 당원의 시대에서 평등의 시대로 바뀌고 있는 거다. 이 점에서 진보정당에서 진성당원제 논란이 나오듯이 지금 딱딱한 정당은 망하게 돼있다. 어떻게든 자신들의 촉각 열어두고 몸을 가볍고 유연하게, 팬덤 현상을 제도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아예 정치적으로 정당을 안 해본, 국민의 바다위에 떠 있는 안 교수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직접적 소통 공감의 능력은 입증됐다고 봐야 한다.

반대로 제도정치 측면에서 어떻게 정치력을 발휘할 것이냐는 물음표를 받고 있으니 그 점에 대한 답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영혼을 버릴 필요는 없다. 본인이 생각하는 시민의 불안한 삶을 시민들의 열망을 받들어서 제도정치 틀 속에서 왜곡되지 않게 해보겠다는 꿈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꿈을 갖더라도 현실정치 종결자가 되기 위한 나름의 설계를 확보해야 한다.

진중권: 조직이라는 것은 올가니제이션 아닌가. 조직의 대표적 형태가 교회 군대 공장 노조 정당 등. 지금은 조직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시대다. 진보정당에서 진성당원제 주장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산업혁명적인, 낡은 틀 일수 있다. 그런데 이걸 너무 과장하면 컴퓨터 캐릭터가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아직까지는 물질적으로 움직이는 조직들이다 그렇게 보면 컴퓨터 캐릭터처럼 허망할 수 있다.

게임 끝나고 나면 변한 것은 없는. 이번에 매치가 아주 잘 된 경우가 김진숙씨 농성이다. 이건 아주 매치가 잘 된 것이다.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연결되지 않으면 찻잔 속 태풍이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매개해서 퍼뜨리고, 그걸 또다시 오프라인 매체들이 받아주는 과정에서 커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이 정당 정치와 어떻게 접목돼는 가에 성패가 달렸다고 본다. 잘못 접목하면 똑같은 놈이 되고 접목 못하면 아예 아웃이다.

김성식: 기성정치에 대해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어떤 씨앗을 보여주는 것인가가 핵심인 것 같다.

이털남: 체크포인트를 그걸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진 교수가 인물에 자신을 투영한다고 했다. 이러다 보면 잘생기고 성공한, 언변 좋은 사람만 뜨는 건 아닐까. 저 같이 안 생긴 사람은 못 뜨는 결과를 빚지 않을까(웃음).

진중권: 저는 그런 걱정이 없어서(웃음).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 녹음실에서 김성식 전 의원과 진중권 교수의 '전방위토크' 첫회가 진행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 녹음실에서 김성식 전 의원과 진중권 교수의 '전방위토크' 첫회가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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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이털남은 정치할 생각이 없지 않나. 예리하게 시민의 목소리를 발굴해서 전달하는 사람이지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 그런 얘기하는 건 행복한 얘기다(웃음). 저처럼 떨어진 사람이 할 고민이다. 제가 한 두 번 낙선한 게 아니라서 낙선 자체는 담담하지만 역시 뱃지 달고 안달고 여부는 천양지차 아닌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도 돌아보면 한나라당 개혁한다고 난리치고 탈당까지 했는데 바뀐 게 없지 않느냐 해서 떨어진 거다. 이명박 정부를 바꾸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못 바꿔서 당신 사람보고 찍는 것보다 그래도 야권 연대의 큰 틀을 찍겠다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제 지역구에서 낙선한 것이다.

외람되지만, 반대로 안 교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기성정치인에 대한 열망이 자신에게 담겨있을 뿐 내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서, 아니다 당신이 대통령이 되려면 이 정도가 아니라 해결할 가능성 보이라는 질문에 대해선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굉장히 어려운 위치에 서 있다. 지금 싸우는 정치, 진영 논리 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정치판 논리는 보수 정치 바라는 사람이 있는데 보수 정치 궤멸론이 나오고, 진보 정치 바라는 사람이 있는데 진보 정치 궤멸론이 나온다.

이런 걸 넘어서라는 게 국민적 요구. 이렇게 하려면 옛날 노대통령이 임기 말 제안했던 대연정 정신과 같은, 정책 패러다임의 발상의 변화가 필요하다. 야권과 어떻게 해본다는 소연정, 현실 집권 과정에서 그럴 순 있다. 그러나 국정운영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한 번도 연정의 제대로 된 기억이 없다. 디제이피 연합도 잠깐 하다가 깨지고 유럽의 사회 민주주의, 기민당 형식의 연정도 없었다.

기존의 한 쪽이 정권 잡고 하다가 금방 심판론에 빠지고 상대 인정하지 않고 심판과 응징의 악순환에 빠져왔다. 현재와 같은 낡은 대립구도 위에 대통령이 된다한들 그런 대립과 배제의 정치를 전제한 국정운영이 성공할 수 있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당선된 쪽이 인센티브를 갖되 한 쪽 궤멸론이 아니라 대연정에 입각한 국정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점은 비록 안 교수 뿐 아니라 다른 대선주자들을 께 다 던져진 질문이다. 이 점에 대해 안 교수는 비교적 고민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 자기 장점을 잘 가지면 그것은 다른 배제적인 진영을 만드는데 쓸 거냐, 바꿔서 더 큰 청사진 보일 거냐 이거다

이털남: 김 전 의원이 일관되게 지적하는 것은 안철수 현상의 배면에 깔린 국민적 요구는 '기성 정치를 변화시켜라' 이것인데 그럼 안 원장이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여기서 기존의 고정된 틀, 보수 대 진보, 새누리당 대 민주당 이런 틀에 갇히면 망한다라는 말씀인가

김성식: 그렇다.

진중권: 아까 언급한 얼굴 잘생기고 공부 잘하고 있어 보이는, 누가 생각나는데(웃음) 저는 사실 정치가 변했다고 느낀다. 영화의 정치와 게임의 정치가 있다. 영화의 정치, 영화 스토리에는 우리가 개입할 수 없다. 끝나면 별 달 뿐이다. 기존의 정치가 이렇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영화가 아니라 게임이다. 자기 스토리를 자기가 바꾸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캐릭터가 필요하고 그래서 캐릭터가 중요하다. 게임 속 캐릭터는 매력적이어야 한다. 동일시할 수 있는.

우리가 흔히 에듀케이션에서 에듀테인먼트, 폴리테이너, 인포테이너, 소셜테이너. 웬만한 국회의원보다 김제동, 김미화, 김여진의 한 마디가 영향력은 더 크다. 이건 사람들이 스토리텔링을 요구한다는 것. 기존정치 바꾸라는 스토리텔링에 참여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게임 속 스토리텔링이란 프레임을 제공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 박원순씨 때도 그랬다. 박원순씨가 후보로 뽑힐 때 장충체육관에 젊은 사람들이 막 내리고 이런 것들, 이걸 보고 열광했다. 지금 민주당 대표 경선은 그것까지 안된다. 그런데 안철수씨에 대해서 사람들이 그걸 요구한다는 것이다. 하나, 기존의 정치 바꾸라는 건 이미 잡혔다. 그 다음이 문제가 이걸 어떻게, 게임처럼 사람들을 참여시킬 것이냐고 생각한다.

이털남: 바꾸는 과정도 상당히 중요하지 않은가.

진중권: 그렇다. 내가 참여해서 바뀌는 구나 이게 중요하다. 그래야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헌신적으로 뛰어든다. 정치에 헌신적인 것은 투사, 전위이가 아니라 게이머들이다. 게이머들은 몰입도 강하다. 이념에 대한 충성도 못지않게 강한 게 게임을 향한 충성도다.

김성식: 역으로 기성 정치권의 책무에 대해서 잠깐 말씀드리고 싶다. 새누리당이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있지 않지만 빨리 도마 위에 올려서 주먹질하려고 생각하면 새누리당도 미래가 없다. 민주당도 안철수를 활용해서 우리가 정권 차지할까 이러면 두 당이 다 답이 없다. 민주당은 지난 시기 디제이 정부, 참여 정부보다 더 좋은 정부를 보여야 하고 새누리당은 시대 흐름에 맞게 가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역주행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고. 대신 이런 점에 대해 안교수에게 바가지 씌울 수 없는 문제다. 기존 정치권도 이번 집권 과정을 기존의 패싸움 어떻게 잘 벌이냐로 본다면 별로 안 좋을 거라 생각한다.

이털남: 두 분 말씀 종합하면 박근혜 위원장 행보는 정반대로 치닫고 있는 것인가.

진중권: 낡았다. 그리고 좀 전에 말씀하신 것 중 공격하는 것, 도마에 올리는 것. 게임은 재미있어야 하고 대중이 그런 것을 원한다. 그렇게 공격을 해서 극복하는 모습 보여주고, 이게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네거티브만으로 무너질 거란...

이털남: 빠 현상 중 하나가 그거다.

진중권: 그렇다. 그런 부분이 있다. 게임의 재미를 가미시키는 것. 게임엔 항상 적대자가 있고 주인공은 위기에 처해서 벗어나야 하고. 그걸 자기들이 하고 있는 그런 측면, 역동적인 측면이 있다. 단지 우리가 검증 지면 무너질 것이란 생각은 안이하다. 민주당은 안철수 얘기할 때가 아니다. 안철수와 결합해도 민주당 자체가 잘돼야 의미가 있다. 안철수는 내버려두고 리더십부터 세워야 한다. 총선 때 보면 황당하지 않나.

이털남: 문재인 의원은 안철수 원장과의 공동정부로 가면 박근혜를 이길 수 있고...

진중권: 그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 자기가 약하다는 걸 자인하는 것 밖에 안 된다.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입증한 후 얘기가 나와야 한다.

이털남: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드리겠다. 아까 제가 얼굴 잘 생겨야 하고 언변도 좋아야 하는 등의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다. 어떤 사람이 문국현 사장 얘기를 했다. 문 사장이 2007년 대선이 아니라 올해 대선에 나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질문했다. 그 사람이 가진 캐릭터, 지향이 시대의 흐름과 맞느냐 아니냐, 궁합이 맞느냐 안 맞느냐가 중요한데 그 점에서 문 사장은 안 맞았다, 그런 얘길 하기 위해 물음표를 던진 거다.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궁합이 맞고 있음을 증명한다. 어떤 점에서 맞아 떨어지는가. 이번 부산대 강연에서 안 원장이 말한 복지정의평화는 추상적인 얘기다. 예를 들어 전두환 정권도 국정 캐치프래이즈가 정의 사회구현이었다. 어떤 정의냐, 어떤 평화냐, 어떻게 평화를 달성할 것인가 이런 각론은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만 갖고 안 원장을 평가할 수 있는 있느냐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안철수라는 한 사람에 담겨있는 시대정신을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김성식: 음성변조만 하면 복지정의평화가 누구 얘기인지 모를 정도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얘길 한거다. 그런데 너무 추상적으로만 얘기한 것은 아니다. 복지에 대해 이런 표현을 썼다. 단순한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가 선순환하게 하는 것. 단순한 일자리 발전과 연결시킬 수 있는 것. 아주 독특한 사고다. 결과에 평등을 생각하기보다 출발선 평등이 정의고 실패한 패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남북문제에 관해서는 시간 관계상 언급하지 않겠다. 아무튼 나름대로 고유의 입지, 정책적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런 점들이 매우 중요한 우리의 과제다. 그런데 이번 대선이 의미가 뭔지를 정리해야만 거꾸로 인물도 투사를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노태우 대통령은 '위대한 보통 사람의 시대'를 말했다. 와이에스는 '군정종식', 디제이는 '수평적 정권 교체' 노무현정부는 '참여' 이명박 정부는 '국민 성공시대' . 이번 대선의 의미는 '온전한 시민권의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본다. 지금 시민권 사각지대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 비정규직, 국민연금이나 노인연금 같은 기초적인 복지 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정의로움, 공정 경쟁을 통해 법의 정확한 집행 통해서, 정의로운 영역과 복지 영역으로 가야 한다.

아시다시피 시민권 발전과정은 신체와 양심, 계약의 자유같은 시민권적 자유도 있고 정치적 자유도 있다. 사회적 시민권도 중요하다. 우리는 정치적 민주화 했으나 경제적, 사회적은 안돼 왔다. 여기까지 시민권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고 이 뜻은 시민들이 권리와 책임을 함께 갖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들에게 뭘 해주겠다는 게 아니고 시민들은 주권자의 당당한 권리로서 요구하는 것이고 동시에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로 이어지기 위해선 시민들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지도자가 해야 한다.

온전한 시민권의 시대에 대해 과연 저는 새누리당이 시민권이란 말을 알기나 하는지 질문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안 교수는 이 점을 추상이 아닌 현실적으로 어떻게 만들어갈지, 그 숙제를 갖고 있다고 본다. 온전한 시민권을 연다는 측면에서 안교수의 삶, 소통방식은 상당한 강점이며 시대정신에 부합하다. 그러나 온전한 시민권이란 것도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를 통해 구현되지 않으면 뜬구름과 같다. 이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모든 주자들이 온전한 시민권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걸 제대로 얘기하는 대선판이 되길 바란다.

이털남: 온전한 시민권의 구현이 경제 민주화, 사회 민주화의 비전을 제시하는 걸로 귀착이 될 것 같다. 진 교수님은?

진중권: 저도 그분이 추상적으로 말을 하진 않았다고 본다. 제가 그분께 매력을 느꼈던 부분이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문제, 이 분이 말한 출발 조건의 평등은 보수적인 부분인데 사실 제대로 된 보수 사회라면 여기에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이런 얘길 하면 진보라고 받아들여진다. 이 분이 얘기하는 건 진보보수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다. 이것은 이분이 호응받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본다.

중소기업이 안 되면... 지금 고용의 90% 를 중소기업이 창출하는데 대기업의 횡포가, 중소기업을 못살게 군다. 그렇기 때문에 이익공유제를 만들어서 억지로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 하게 하고 게임 규칙 어기면 아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강력한 처벌 의지가 필요하다. 고용이 살아나고 젊은이들 일자리가 살아나는 부분을 이분이 지적한 게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두 번째로 아까 문국현 말씀을 하셨는데 그 분은 이번에는 안 될 거다. 복지 부분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네트워크에 대한 피로감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노무현 정부 때 네트워크에 대한 강력한 피로감이 3공시대의 재판, 이명박을 낳은 것 아닌가. 그런데 문국현 씨가 나왔으니 떨어져 나가 버린 것이다. 지금도 피로감이 있다. 이명박 씨는 현장 감독, 공사판 감독이다. 이 분(안철수)는 백신 만드는 분이다. 산업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넘어왔는데 여기에 맞는 경제관념과 상식들을 갖춘 분이 안철수 씨란 생각을 사람들이 갖는 것 같다. 그래서 여기에 나온 게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다.

내가 CEO고 너희는 사원이다, 내 말대로 해, 나는 나중에 평가받을 거야. 사람들이 여기에 굉장히 지쳐있는데 안철수씨는 얘길 들어준다. 이것들이 이분이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라고 본다. 이런 것들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어떻게 실행하는가. 이것에 따라 파급력이 굉장히 다를 거라고 본다. 박근혜 씨 같은 경우 오공, 삼공까지 가버리는.. 7인회 멤버를 보니 경악을 했다. 이들이 대단한 분들, 정책 세우거나 하는 분들은 아닐 거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이건 퇴행도 아니고. 저는 경악을 했다. 일부러라도 거리 둬야할 판에 그건 아니다 싶었다.

이털남: 첫 번째 전방위 토크, 한 시간에 걸쳐 쉼 없이 달려왔다. 오늘 '안철수 원장은 왜'란 주제로 진행했다. 두 분과 진행하는 과정 중 중요한 이야기가 나왔다. 청취자 여러분들이 충분히 이해, 소화하시고 나름의 관점으로 평가하시리라 믿는다. 오늘 전방위 토크 첫 번째는 여기서 마무리하며 첫 시간이니만큼 토크 소감을 한 마디씩 들어보겠다. 김 전 의원님?

김성식: 저에게는 낙선 후 새로운 장으로 영광스럽게 이털남 데뷔를 하게 됐다. 보다 솔직하게, 정치권에 몸을 담고 있던, 반성적인 이야기까지 솔직히 해서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 특히 평소에 저희 집사람과 딸이 좋아하는 진중권 교수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다.

이털남: 진 교수님?

진중권: 즐거웠다. 이런 식 대담이 처음인데 새로운 형식이라... 앞으로 기대가 된다 (웃음)

이털남: 김 전 의원님의 부인과 따님이 팬이라는데 끝나고 싸인 하나 해주셔야 하지 않나

진중권: 너무 자신을 낮추셔서 제가 말이 안 나오고 있다(웃음).

김성식: (진 교수) 사인 못 받아오면 저녁 못 얻어먹는다(웃음).


태그:#이털남, #전방위토크, #진중권, #김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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