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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에 개정·시행된 군인복무규율는 대통령을 상관에 포함시켰다.
 2009년 9월에 개정·시행된 군인복무규율는 대통령을 상관에 포함시켰다.
ⓒ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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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출신 현역 대위의 상관모욕죄 기소가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을 상관의 범위에 포함시킨 2009년도 '군인복무규율' 개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군인사법 제47조의 2에 의거해 만들어진 군인복무규율은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생활에 관한 기본사항"을 규정한 대통령령이다. 여기에는 ▲ 복무, 명령과 복종, 고충처리, 비상소집 등 복무태도 ▲ 내무생활, 종교생활 등 병영생활 ▲ 휴가 등이 세세하게 규정돼 있다.

군인복무규율은 66년 3월 제정·시행된 이래 수차례 개정이 이루어졌다. 특히 현역 대위 상관모욕죄 기소와 관련, 이명박 정부 출범 2년차인 2009년 9월에 개정·시행된 내용이 각별하다.

2009년 9월 군인복무규율상 상관에 '대통령' 명시

2009년 9월에 개정된 군인복무규율 제2조 4항에 따르면, 상관은 "명령 복종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으로서 국군통수권자부터 바로 위상급자까지"를 가리킨다. 군인복무규율이 제정·시행된 지 43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을 상관으로 명시한 것이다.

2009년 9월 군인복무규율이 개정되기까지 상관은 "명령 복종관계에 있는 자 사이에서 명령권을 가진 자"로 기술됐다. 군형법 제2조에서도 상관을 "명령 복종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군형법과 군인복무규율은 직접적 연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관의 정의는 이렇게 같았다.   

2009년 9월 개정안은 기존에 기술된 상관의 정의를 좀 더 구체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헌법에 군통수권자로 명시된 대통령을 상관으로 따로 명시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 아니냐?"는 비판적인 지적이 나왔다.

2009년 9월 개정안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제9조 2항이 신설됐는데, 여기에는 "군인은 타인의 명예를 존중하여야 하며 이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고 적시돼 있다.

앞서 상관의 정의에 대통령을 포함시켰다는 점을 헤아리면 이렇게 신설된 조항은 "인터넷 등에서 대통령을 비방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탓에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이명박 대통령 비방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통령의 명령'에 해당하는 대통령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뒤 공포한다. 대통령을 상관에 포함시킨 2009년도 9월 개정안도 당연히 이러한 절차를 거쳐 시행됐다. 그런 점을 헤아리면 이명박 대통령이 군인복무규율의 상관 정의에 대통령을 명시한 모양새다.  

"상관 비방 금지 각 군 지침 하달, 군인복무규율 개정과 맞물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2월 23일 강원도 동부전선 백두산부대 방문을 마치며 병사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떠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2월 23일 강원도 동부전선 백두산부대 방문을 마치며 병사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떠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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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09년 개정안이 시행되기 직전에 국방부의 사전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국방부는 개정안을 지난 2009년 6월 11일부터 7월 1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이와 함께 '상관 비방 등 군기강 문란행위 근절 강조' 공문(지침)을 각 군에 내려보냈다.

국방부는 이 공문에서 대통령이 "모든 군인·군무원의 직속상관"임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을 포함해 상관을 비방할 경우 군형법에 따라 상관모욕죄 등으로 사법처리하겠다("상관 비방 등 위반지 적발시 의법 처리")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사이버 순찰 및 적발활동 강화"를 각 군에 지시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국방부는 '군인복무규율'을 근거로 ▲ 정치적 시위나 서명운동 참여·서명 ▲ 정치헌금 기부 ▲ 정치적 구호나 상징물 패용·부착 ▲ 정치적 의견 공포 ▲ 국가정책 공개 비판 등을 금지했다.  

한 전직 군법무관은 "그런 내용이 담긴 국방부의 지침이 전군에 내려와 관련 교육자료를 만들어 장병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교육을 진행했다"며 "이러한 교육은 대통령을 상관에 포함시킨 군인복무규율 개정과 맞물려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2년차에 '대통령 비방 금지 지침' 하달과 대통령을 상관에 포함시킨 군인복무규율 개정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이명박 정부의 '2008년 촛불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2008년 5월 30일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예비군복을 입은 시민들이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를 마친뒤 덕수궁 앞에서 경찰과 대치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08년 5월 30일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예비군복을 입은 시민들이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를 마친뒤 덕수궁 앞에서 경찰과 대치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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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호사는 "군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한 이아무개 대위를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로 기소한 것은 군형법상 상관에 대통령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 아니냐?"라며 "그런데도 굳이 대통령령에 불과한 군인복무규율에다 대통령을 상관으로 명시한 걸 보면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예비군복을 입고 나온 시민들도 정권 쪽에서는 상당히 두려웠을 것이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이듬해(2009년) '대통령 비방 금지 지침'을 하달하고, 군인복무규율의 상관 정의에 대통령까지 끼워넣은 억지를 부렸다."  

그는 "2009년 9월 군인복무규율 개정은 '인터넷상에서 대통령 등 상관을 비방하지 말라'고 각군에 내린 지침의 권위와 규율성을 살리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라며 "이는 국방부 스스로도 상관모욕죄를 규정한 군형법을 대통령 비판 행위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태그:#군인복무규율, #현역 대위 상관모욕죄 기소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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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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