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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기자들이 소 잡는 칼로 당근을 썰고 있다."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이 자조하듯 말했다. 어느덧 100일을 넘긴 파업. MBC 기자들은 김재철 사장 개인 비리 취재에 그야말로 '올인'하고 있다.

 

J씨 관련 의혹 '점입가경'... '뉴클리어밤'까지

 

지난 4월 16일 기자회견에서 MBC 노조가 처음으로 '무용가 J씨'를 언급했을 때 솔직히 갸우뚱했었다. 미디어 담당 기자들 사이에서는 "MBC 노조가 정말 답답한가 보다, 사장 사생활까지 캐는 걸 보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옐로우 저널리즘'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한 달여간 MBC 노조가 제기한 J씨 관련 의혹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김재철 사장이 울산 MBC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7년에 걸쳐 20억 원이 넘는 'MBC 돈'이 J씨에게 건네졌다. 확인된 것만 그렇다. 

 

이 기간 J씨 '특혜' 의혹 공연은 모두 27건. 김 사장은 <울산 MBC>와 <청주 MBC>, 그리고 본사 사장을 거치면서 J씨 측에 일괄 수주 방식으로 통째로 공연을 맡기는가 하면, 회사 관련 행사에 "J씨를 섭외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지난 5월 14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J선생은 재일 교포 무용인 가운데에는 손꼽히는 분이며 J선생의 출연은 이 분의 역량과 경험, 행사의 성격과 특성을 두루 고려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J씨의 친오빠를 '중국 동북 3성 지사장'으로 '특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측은 "특혜가 아닌 정당한 대가"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지난 22일, 이상호 MBC 기자의 표현으로는 "뉴클리어밤(핵폭탄)"이 터졌다. 김 사장이 J씨와 함께 충복 오송 신도시에 총 8억 원에 달하는 아파트 3채를 공동 구입·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MBC 노조는 이를 "두 사람이 경제적으로 한몸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J씨에 대한 석연치 않은 '몰아주기'가 결국 김재철 사장의 "자기 이익 챙기기"였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문제는 김 사장과 J씨의 아파트 구매 행태가 '투기'의 성격을 띈다는 점이다. 김 사장과 무용가 J씨의 아파트가 있는 충북 오송은 당시 KTX 역사 준공,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 등의 호재로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었던 곳으로, 두 사람의 아파트 3채는 모두 KTX 역사로부터 1km 안에 있다. 김 사장 명의의 A아파트 602동은 2007년 12월 첫 분양 이후 2010년 9월까지 '딱지(분양권)'의 주인이 무려 3번이나 바뀌었다.

 

노조는 "아파트 분양권을 미등기 전매하는 것은 시세차익만을 노린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 행위"라면서 "김재철 사장과 J씨도 미등기 전매를 시도했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비싼 값을 치르고 사겠다는 사람을 찾지 못해 아파트가 완공된 뒤 정식 등기를 하고 전세를 주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실정법 위반 정황도 드러났다. 사측은 지난 22일 특보를 통해 "김 사장은 2010년 9월 오송 신도시 소재 아파트 한 채를 지인 J씨로부터 구입했다"면서 "J씨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를 매도해야 하는데, 사지 않겠느냐고 권유해왔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지인 J씨'는 '무용가 J씨'를 뜻한다. 사측은 두 차례의 특보를 통해 김 사장이 '투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은퇴 후 살 집으로 A아파트를 샀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다음 날 노조가 공개한 '계약신고필증'을 보면 김 사장에게 A아파트 602동을 판 사람은 J씨가 아니라 부동산 중개업자 S씨로 나온다. 노조 취재에 따르면, 김 사장과 J씨는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받기 위해 김 사장이 아닌 부동산 중개업자 S씨 앞으로 분양권 명의를 돌려놓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1년여 뒤, 소유권 등기 이전 시기가 다가오자 김 사장은 다시 자신의 이름으로 명의를 변경했다. 노조는 이러한 행위를 명백한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으로 보고, 고소할 예정이다. 이미 노조는 김재철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2차례 고소한 바 있다.  

 

김재철 사장의 '기행'은 노조 파업의 가장 큰 동력

 

"'공정 방송을 떠나서 김재철 사장은 무자격 사장이다. 자질·함량 미달이다. 사장이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 어떻게 다른 사람의 비리 보도를 하겠나. 다른 공기관들의 비리문제, 배임문제 어떻게 방송할 건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14일, 정영하 위원장이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파업 중인 다른 언론사에서 "김재철 사장이 우리 파업의 가장 큰 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 사장은 공영 방송 수장의 자격이 의심스러운 행보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시사인> 기자가 '혹시 김재철 사장님이세요'라고 묻자,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라며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가 하면, "왜 <손바닥뉴스>를 폐지했느냐"는 이상호 기자의 질문에는 "경찰 불러, 나는 관계없어"라며 '동문서답'을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김 사장의 이러한 '기이한 행동'은 현재 MBC 노조 파업의 가장 큰 동력이다. 지난 21일 노조 집행부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전원 기각되면서 MBC 노조는 법적으로도 정당성을 얻게 된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가 100일 넘게 파업을 지속하는 동안, MBC 뉴스는 파행을 겪고 있다. 지난 17일 MBC <뉴스데스크>는 "권재홍 앵커가 퇴근길에 차량 탑승 도중 노조원들의 저지 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아 당분간 뉴스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는 소식을 톱뉴스로 보도했다.

 

이에 노조가 당시 현장 동영상을 공개하며 강하게 반발하자, 사측은 권 앵커의 입원 사유를 '정신적 충격으로 말미암은 두통과 탈진 증세'로 바꿨다. 결론적으로 <뉴스데스크>가 '허위보도'를 한 셈이다. MBC 기자회는 24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사측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와 함께 기자회는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의 뉴스를 '홍보전'의 도구로 삼은 MBC 사측과 보도 책임자들에 대해 앞으로 민형사상의 법적 대응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재철 사장 임기는 2014년... 노조의 '처절한 싸움' 언제까지?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정영하 위원장에게 '방송이 파행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을 계속한다는 것이 언론인으로서 부담스럽지 않으냐'고 묻자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노사간 싸움이 딱 벌어지면 가운데 회사, MBC가 있다. 내 새끼같은 거다. 솔로몬 지혜 비슷한 건데 그걸(MBC) 막 (서로) 잡아당긴다. 대개 보면, 노조가 못 견뎌한다. 사장은 나갈 사람인데 회사가 망가지니까. 김재철 사장 입성할 때 그것 때문에 저희가 손을 놔줬다. MBC가 찢어지니까. 망가지니까. 그런데 김재철 사장에게 2년을 맡겼다. 손을 놔줬는데도 찢어졌다. 더 맡겨 봐도 소용없다. 너한테는 죽어도 못 맡긴다. 반쪽이라도 내가 데려다가 살리든지…, 어떻게 보면 참 처절한 싸움이다."

 

펜과 카메라, 마이크를 놓고 싸움을 시작한 지 약 4개월. 그 사이 노조는 24일 현재 79번의 특보를 냈고, 김재철 사장과 관련된 숱한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그 결과, 김충식·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지적처럼 김 사장은 이미 "공영방송을 이끄는 사장으로서 도덕성, 윤리성 측면에서 더 이상 리더로 머무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김 사장을 상대로 노조가 도대체 언제까지 이 '처절한 싸움'을 계속해야 할까. 김재철 사장의 임기는 2014년까지. 하루 속히 이 '막장드라마'가 막을 내리기를 바란다. 


태그:#김재철, #MBC 노조, #MBC 파업, #MBC, #무용가 J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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