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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센치 머리가 찢어져 꿰맸다고 합니다.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김홍규 수석부지부장 2.5센치 머리가 찢어져 꿰맸다고 합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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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조에 알아보니 5월 23일 아침, 출근 선전전이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마침 시간이 나서 아침 7시 공장 정문에서 가까운 비정규직 교육관에 가봤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침 선전전 할 현수막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혹시 5월 17일 오후 1시 정문 앞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그곳에 있었던 분이 누구인가요? 그날 일에 대해서 물어볼 게 좀 있어서요."

정문 앞에 가니 현자노조 간부 둘이서 선전물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회사 안쪽으로 현수막을 펼쳐놓고 선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같이 간 비정규직 노동자도 모두 회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뭐야 이거 오늘은 회사 안에서 선전전 하나? 그럼 누구에게 물어보나?'라고 생각하며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뒤늦게 다른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오길래 물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폭행 당한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당사자는 바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김홍규 수석 부지부장입니다. 비정규직 노조 간부는 김 수석이 지금 시내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가보라 했습니다. 병실도 알려줬습니다. 저는 곧바로 버스를 타고 그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에 가니 뭔가 어수선했습니다. 아침 인지라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중이었나 봅니다. 알려준 병실 문을 두드리고 살며시 문을 열었습니다. 김홍규 수석 부지부장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5월 17일 정문 앞에서 발생한 폭행사태에 대해 궁금한게 있어 비정규직 노조 간부를 만났더니, 폭행 피해 당사자를 만나 이야기 들어 보는 게 좋겠다고 해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김홍규 수석의 이마 위에는 아직도 상처를 덮은 반창고가 있었고 팔목엔 링겔용 주사기가 꽂혀 있었습니다. 얼굴은 부어 있었으며, 코가 오른쪽으로 치우쳐진 것 같았습니다. 김 수석은 조용히 밥을 다 먹고는 밥상을 갔다 놓으러 갔습니다. 걷는 것도 다소 불편해 보였습니다.

꽉 막힌 정문... 밀려난 비정규직 대표단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간부가 23일 수요일 아침 노조선전물을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간부가 23일 수요일 아침 노조선전물을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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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김 수석을 만나러 가기 전에 받은 선전물을 보여주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김 수석은 선전물을 천천히 훑어본 후 말문을 열었습니다.

"5월 17일 오후 3시에 불법파견 교섭이 잡혀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사전 회의를 하려고 오후 1시까지 현자노조 회의실에서 만나기로 했지요. 그러려면 비정규직 노조 임원과 상집이 출입을 해야 해서 조직강화실에 이야기 해 실무협의를 하라고 했지요. 

실무협의를 하고 비정규직 대표단이 들어 오는 것으로 보고받고 기다리는데, 갑자기 오후 1시에 정문에서 다시 막았다는 겁니다.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황당했어요. 노사 대표가 만나 교섭을 진행하려는데, 비정규직 노조 대표단이 없으면 교섭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래서 다른 노조간부들과 함께 정문으로 간 것입니다."

정문에 갔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용역 경비와 회사 간부가 몰려나와 있었고, 비정규직 노조 대표단은 길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고 합니다.

"경비용역의 입에서 술냄새가 났다"

현대차 울산공장 안 길 옆에서 23일 아침 출근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안 길 옆에서 23일 아침 출근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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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휙휙 지나다니는데 사람을 찻길로 내몰고 포위하고 있는거 같더라고요. 그것도 2시간 후면 우리와 같이 현대자동차 회사쪽 대표단과 교섭을 진행할 비정규직 노조 대표단을 그렇게 대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어요. 그래서 경비들을 옆으로 비켜 세우고 들어가자고 했지요."

김 수석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하려 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마이크를 빼앗았고, 그사람은 마이크로 김 수석의 머리를 내리쳤다 합니다. 이마 위 머리를 맞았는데 피가 많이 흘러 내렸다고 합니다.

"제가 들고 있던 마이크를 빼앗아 제 머리를 가격한 사람은 G용역 경비업체 소속 과장 이OO로 확인됐어요. 그사람은 한 때 현대자동차 법규부 출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고요. 밀치는데 술냄새가 많이 나더군요. 그 술냄새는 한 사람 입에서만 나는 게 아니었어요. 여러 용역 경비들 입에서 술냄새가 많이 풍겼어요.

저희들은 다 알아요. 누가 용역이고 누가 현대차 간부인지. 마스크 끼고 사원증을 달지 않고 있는 젊은 사람들은 모두 용역 경비들이고, 사원증 달고있는 사람들은 모두 현대차 과장급 이상 직원들입니다. 그들은 소대, 중대로 편성돼 있어요. 그렇게 조직 관리를 하고 있어서 5분이면 1400명까지 동원할 수 있지요. 용역 경비는 운동으로 몸이 단련된 사람들로 확인되고 있어요."

사측은 "먼저 때린 건 노조"라고 주장해

가져간 노조소식지를 전하자 관심있게 읽어보는 김홍규 수석.
 가져간 노조소식지를 전하자 관심있게 읽어보는 김홍규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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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릴 수 없다'는 제목의 선전물을 배포했습니다. 그 속보에서 현대자동차 노조는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능멸하는 왜곡선전 즉각 중단하라"며 "현대차가 합의서를 위반했다, 회사가 먼저 폭력을 휘둘렀다, 회사가 먼저 도발을 강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회사 선전물 <함께 가는 길>에는 '어제(5/17·목) 본관 정문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관한 진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이 글에는 "금속성 둔기(마이크)를 이용해 먼저 폭력을 행사하고 폭력사태의 단포를 제공한 것은 노조"라며 "보안요원은 둔기로 세 차례 후두부를 가격 당했으며, 홀로 둘러싸여 폭행 당했고, 보안요원의 음주사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함께 가는 길>에는 당시 사진도 나와 있는데, 김 수석이 마이크를 높이 들고 있는 사진과 노조 간부에게 용역 경비업체 이OO가 둘러 싸여 있는 사진도 있었습니다. 또한, 옷에 피를 묻힌 채 고개 숙이고 있는 사진도 편집돼 있었습니다. 김 수석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어봤습니다.

"저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수석 부지부장 위치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용역 경비업체 이OO 과장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제가 상황 수습하려고 마이크를 잡았더니 마이크를 빼앗았습니다. 노조 비품을 용역 경비가 빼앗으려고 하는데, 가만 있을 사람 어디 있겠어요. 

저는 뺏기지 않으려고 한 것 뿐이고요. 회사는 노조 간부가 용역 경비업체 이OO 과장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마치 집단 폭행이라도 한 것 처럼 사진을 엮어 내보냈어요. 그 사진은 저와 몸싸움 하는 것을 노조 간부들이 말리는 사진입니다. 나중에 저는 회사에 그 용역 경비과장과 면담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자취를 감추고 나타나지 않고 있지요. 자기가 폭행 당했다면 떳떳하게 나타나서 이야기해야지 않겠어요?"

저는 그날 폭력 사태로 얼마나 다쳤는지 궁금했습니다.

"이마 위 머리 부위가 2.5cm 찢어져 꿰맸구요. 코뼈가 부러져 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목도 많이 아프고, 왼쪽 어깨도 많이 욱신거립니다. 저는 제 몸 다친 것 보다 마음이 더 아파요. 세상은 금력과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어요. 현대차가 올해 들어와 벌써 39차례나 노동자를 고소고발했어요. 현대차는 고소고발을 취하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워 올 임단협에 대해 양보를 받아 내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임단협과 불법파견에 대한 그 어떤 내용도 양보할 생각이 결코 없어요. 용역 경비가 노조 임원을 이렇게 집단폭행해 중상을 입힌 일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노조 위상이 추락된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담당 부위원장이 있는데도 수석인 제가 직접 나선 것은 현대차가 단협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확실한 경고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진실은 용역이 노조 간부를 폭행했다는 것"

건물 2층엔 현대자동차 노조 사무실이 있고, 큰 벽보가 있는 1층 입구가 비정규직 노조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건물 2층엔 현대자동차 노조 사무실이 있고, 큰 벽보가 있는 1층 입구가 비정규직 노조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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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현대자동차 윤갑한 울산공장장이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폭행사태의 책임자 격인 지원실장과 노협실장, 총무실장, 지원사업부장, 경비대장에 대해 엄정처벌을 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또한, 폭행에 가담한 경비도 처벌해야 하고, 그 용역경비업체에 대한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조 위상을 지키자면 그정도는 돼야 한다고 봅니다. 안 그러면 회사는 노조를 얕보고 또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현대차 경비도 아니고 용역경비에게 폭행당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까지 했는데, 현재 그의 심정은 어떨까요.

"회사는 이번 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려 하고 있습니다. 노조 수석 간부가 폭행 당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래서 노조는 특근을 거부했어요. 이 일을 두고 현대차는 비정규직 때문에 특근이 손해를 본다는 식으로 몰고 가고 있어요. 조합원들이 이런 말에 현혹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진실을 바로 알아야죠. 진실은 회사 지시에 의해서 용역업체 경비가 노조 간부를 폭행해서 중상을 입혔다는 것이고, 단체협약 제10조를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회사는 더이상 그 진실을 거짓으로 꾸미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특근 하나보다 노동조합 위상을 지키고 단체협약을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1987년 이전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1987년 이전 노조가 없을 때 우린 어땠습니까. 기계취급 받으며 노예취급 받으며 직장생활하지 않았습니까?"

조합원과 국민에게 하고픈 말이 있을 것 같아 한 마디 청했습니다.

"회사에서 의도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열'에 현혹되지 말고 노조를 중심으로 뭉쳐야 할 것입니다. 언론을 보면 파업에 따른 기업의 생산손실만 보도하는데, 노조의 위상 훼손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사건 발단이나 원인에 대해서는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의 이윤만을 위해 언제까지 노동자가 희생양이 돼야 합니까."

덧붙이는 글 | 김 수석의 쾌유를 빕니다.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갔는데도 달갑게 맞아주고, 그날 이야기를 해준 김홍규 수석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태그:#현대자동차, #폭력사태, #불법파견, #정규직화, #울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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