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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교수들은 이번 진보당 사태가 진보정치의 '위기이자 곧 기회'라고 말했다.
▲ 진보정치의 재구성 좌담회 성공회대 교수들은 이번 진보당 사태가 진보정치의 '위기이자 곧 기회'라고 말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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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가 인문정신을 가지고 정말 국민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자세와 언어를 만들어내야 한다. 진보가 이런 바탕이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절차적 합리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보를 위한 고통의 훈련이 시작됐다."

김민웅 교수(성공회대 정치학)는 통합진보당 혼란에도 담담하게 말했다. 담담함은 오랫동안 진보정치를 연구해 온 노련함에서 나온 것 같았다. 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진보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진영 모두의 책임"이라며 "MB정부 이후 절망하고 있는 국민들이 진보정치를 절실해 하고 있는 만큼 진보의 좌표를 정립할 새 기회가 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계기로 '진보시즌2'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진보진영의 학자들이 16일 진보정치의 미래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와 경향신문이 공동 주최한 긴급 좌담회에서다. 조현연 정치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김민웅 정치학과 교수, 정해구 정치학과 교수, 조희연 사회학과 교수, 김정훈 사회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성공회대100석 규모의 대강당은 학생들과 연구자들로 빼곡했다.

사회를 맡은 조현연 교수는 진보당 사태로 인해 "피와 땀 속에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 진보의 역사가 회복불능의 상태가 됐다"며 "이 와중에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민간인 불법사찰, 대통령 측근비리, 언론사 파업 등 정치적 쟁점이 찬밥신세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조희연 교수는 '진보적 성찰성'을 강조하며 "진보가 적, 보수에게 들이대는 비판의 잣대를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감수성을 갖자"고 말했다.
 조희연 교수는 '진보적 성찰성'을 강조하며 "진보가 적, 보수에게 들이대는 비판의 잣대를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감수성을 갖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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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좌담회에 참석한 학자들은 '위기는 곧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올해 12월 대선을 앞둔 마당에 현재로서는 악재다. 이번 사태를 통해 진보가 대중정당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우리 정치사에서 매우 놀라운 기회'라고 평가했다.
정해구 교수는 "(진보당 당권파가 보여준) 권위주의적, 폐쇄적 진보를 벗어나 자유롭고 관용적인 진보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며 "리버럴 진보가 돼야 국민과 외부 사람들이 진보진영에 참여하는 대중정당의 발판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진보는 나를 자꾸 불편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질적인 것들과 끊임없이 토론하고 계속해서 자기를 쇄신하는 진보의 참다움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김정훈 교수는 "진보는 80년대 운동 이후에 다져온 진보의 연고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며 이를 통해서 "2040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대중적 정당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수는 '진보적 성찰성'을 강조했다. '진보의 성찰성'이란 진보가 적, 보수에 들이대는 비판의 잣대를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감수성을 갖자는 취지다. 조 교수는 "진보적 성찰성은 아직은 소수인 비당권파에게도 적용된다"며 "소수파도 진보정당의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미래지향적인 진보는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가치도 포괄해야 한다"며 "진보가 '노동'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진보의 가치들을 끌어안으면서 이념의 풍부화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권파는 MB의 영포회와 같은 연고주의"



학자들은 진보당 사태의 원인을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했다. 김민웅 교수는 "(당권파가) 진보정치의 가치를 독점하고 있다는 생각때문에 조직의 경직성, 독선을 가져온 것"이라며 "(당권파는 12일 중앙위 저지를) 진보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하나의 전선으로 여겨 폭력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김민웅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진보통합(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탈당파, 국민참여당)의 결과물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점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민주주의를 보일 수 있어야 했는데 준비가 전혀 안 됐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교수는 "운동권은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하면서 동지들을 규합하고 더 많은 대중지지를 끌어들이기 위해 '조직보위'를 핵심가치로 받든다"며 "이런 논리가 진보정당 내부에는 문제시 되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됐다"며 폭력사태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조 교수는 내부적으로도 "자기 진영이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운동이자 진보라는 무의식이 있었다"며 "패권주의라는 이름으로 구태의연한 악습이 진보당에 잔존했다"고 평가했다.

김정훈 교수는 "당권파의 고질적인 집단주의는 MB의 영포회와 같은 연고주의와 같다"며 "운동권의 연고주의는 공과 사가 분리되지 않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말했다. 독재정권을 상대하는 과정에서는 저항력을 가질 수 있지만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이후, 연고주의는 악습이 될 수밖에 없다는 김정훈 교수의 지적이다.

김정훈 교수는 또 "진보정당의 민주주의 문법이 아직도 80년대에 머물러 있다"며 "요즘 20대에게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얘기하는 것은 우리들에게 3.1운동을 말하는 것과 같다"고 진보정당의 운동논리를 비판했다.

정해구 교수는 '당내 민주주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당정치에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가 바뀌는 것처럼 당도 권력을 둘러싼 정파들의 권력 순환이 있어야 한다"며 "당권파는 당권을 결코 넘겨줄 수 없음을, 그리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물리적 폭력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태그:#통합진보당, #진보시즌2, #진보의재구성, #성공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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