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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
▲ 서촌 통인시장에서 미래의 꿈을 발견하다. 통인시장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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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토) 오전, 오랜 만에 청와대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의 통인시장을 찾았다. 난 이곳에서 재미난 두 가지를 발견하고는 생동감 있게 변화하는 재래시장의 미래를 보았다. 

그 첫 번째는 상인들이 공동으로 만들어 파는 '내 맘대로 도시락'이었다. 통인시장의 상인들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공동으로 도시락 판매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우선은 통인시장 가운데에 고객지원센터를 만들고, 1층 화장실 옆 안내코너에서 빈 도시락통과 500원짜리 쿠폰을 10장 단위로 5000원에 판매를 하고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2층에는 '도시락 카페 通(통)'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차와 도시락을 구매한 손님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밥과 국,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내맘대로 도시락
▲ 서촌 통인시장에서 미래의 꿈을 발견하다. 내맘대로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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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일상적으로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찻집이지만, 월~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도시락을 가지고 와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겸하고 있는 것이다. 통인시장의 '내 맘대로 도시락'은 이런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다.

우선 10장 단위로 판매되는 500원짜리 쿠폰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빈 도시락 통을 준다. 그러면 고객은 통인시장 내에 '도시락 카페 通'과 계약을 맺은 수많은 가게를 방문하여 반찬이 될 만한 것들을 쿠폰 1~2장을 주고 구매를 한다.

흔한 반찬일 수도 있고, 떡이나 과일, 채소, 김밥일 수도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3~4개의 반찬을 구매한 다음, 고객지원센터 2층에 자리하고 있는 '도시락 카페 通'으로 가서 밥과 국, 김치를 쿠폰 4장(2000원)으로 구매하여 식사를 하면 된다.

시인 윤동주가 살던 서촌
▲ 서촌 통인시장에서 미래의 꿈을 발견하다. 시인 윤동주가 살던 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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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 제공되는 커피는 보통은 1500원이지만, 도시락으로 식사를 한 손님의 경우 쿠폰 2장(1000원)이면 구매하여 여유롭게 한잔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5000~6000원 정도면 맛있는 반찬에 밥과 국, 김치를 곁들인 식사와 차를 마시는 것이 가능하다.

더더욱 즐거운 것은 전통시장에 가지는 '덤' 문화이다. 어느 상점을 가도 정해진 1장의 쿠폰으로 살 수 있는 반찬의 양이 조금씩 다른 것이다. 덩치가 큰 청년이 오면 반찬을 조금 더 주기도 하고, 젊은 아가씨들이 오면 다른 것을 추가로 주기도 하여 자유로운 가감의 문화와 덤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서촌 통인시장에서 미래의 꿈을 발견하다.
▲ 화가 이중섭이 살던 서촌 서촌 통인시장에서 미래의 꿈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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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상인들이 공동으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도시락 카페와 반찬 및 차를 판매함으로서 인근의 샐러리맨들을 재래시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맛있는 반찬을 이곳저곳의 가게를 돌면서 골라 먹는 재미와 시장을 찾는 사람의 증대는 물론 판매 증가와 수입증대까지 이어지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를 찾은 것이다.

시장 가운데쯤 2~3층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공간만 있고, 상인들이 공동으로 협력할 수 있다면 지역 도시락 사업은 충분히 시장을 알리는 것은 물론 방문자의 증가와 상인들에게는 소득증대에도 도움이 되는 멋진 아이디어였다.

통인시장고객만족센터, 2층에 도시락카페가 있다. 1층은 화장실과 도시락통 판매장 및 통인시장 안내판
▲ 서촌 통인시장에서 미래의 꿈을 발견하다. 통인시장고객만족센터, 2층에 도시락카페가 있다. 1층은 화장실과 도시락통 판매장 및 통인시장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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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시장의 경우 쉽지 않는 사업이지만, 도심에 특히 오피스 가에 위치하고 있는 약간은 침체된 재래시장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볼 만한 사업 같아 보였다. 통인시장의 '내 맘대로 도시락'과 '도시락 카페 通'의 대박 신화가 전국에 전파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 두 번째는 놀랍도록 특이하게 변한 통인시장 '솟을대문'이었다. 최근 만들어진 솟을대문은 돌 위에 나무를 얹은 1개의 기둥, 그 위 뼈대를 이루는 나무 위로 세모 모양의 지붕을 얹은 모습은 우리 전통한옥의 솟을대문 모양 그대로지만, 조금만 더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소재를 이용한 '폼 나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한옥의 대문은 커다란 나무 기둥 2개에 기와지붕을 얹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의 기둥은 하나이고 지붕은 기와가 아니라 세모꼴의 유리지붕이다.

버버리코트를 입은 중년신사의 모습처럼 멋스러운 이 정문은 건축가 황두진 선생의 작품으로, 한옥 밀집 지역인 서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정문이다. 우리 전통 솟을대문의 느낌을 그대로 적용하여 세우기보다는 현대적 감각에 맞게 새롭게 승화한 것이다.

사실 우리의 전통시장은 그 동안 정부 예산을 받아 출입구를 개조하거나, 간판을 새롭게 달고, 천정과 지붕공사를 통하여 눈비가 오는 것을 피하면서 새로운 차양을 하는 것으로 끝을 내거나 조명을 설치하거나, 화분이나 나무를 심는 것으로 외부경관 조경을 마무리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통인시장의 새로운 입구 대문
▲ 서촌 통인시장에서 미래의 꿈을 발견하다. 통인시장의 새로운 입구 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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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통인시장의 변화는 외부적으로는 한옥마을 서촌에 위치한 전통시장이라는 이미지를 살려 출입구를 조선 한옥의 솟을대문을 현대적으로 승화했고, 내부적으로는 젊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시장을 즐기고 다시 찾을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한 흔적이 확연히 보인다는 것이다.

'내 맘대로 도시락'을 통하여 재래시장의 덤 문화와 자유로운 반찬의 선택을 통하여 까다로운 식성을 가진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서촌 통인시장에서 미래의 꿈을 발견하다.
▲ 통인시장의 입구 대문 서촌 통인시장에서 미래의 꿈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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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시장 가운데 카페를 만들어 저렴하게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실 수 있는 터를 만들어 재래시장을 잘 찾지 않는 젊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문화와 만남의 광장을 전통시장이 만들어 주고 있다는 의미에서 상당한 가치부여가 가능하다.

서울은 물론 지역의 전통시장도 통인시장의 변화에 주목하고 시장 전체에 대한 새로운 변화와 젊은 층을 편하고 쉽게 시장을 찾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에 머리를 맞댈 시기가 된 것 같다.


태그:#통인시장, #서촌, #내맘대로 도시락, #도시락 카페 통, #솟을대문 시장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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