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MBC 노동조합 주최로 'MBC 방송대학'이 열렸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MBC 노동조합 주최로 'MBC 방송대학'이 열렸다. ⓒ 이미나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여의도공원 '희망캠프' 현장에서 방송대학을 열고 있다.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여의도공원 '희망캠프' 현장에서 방송대학을 열고 있다. ⓒ 김시연


[기사보강 13일 11시 45분]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15주째 결방되던 12일. 가수 싸이는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참가곡인 '흔들어주세요' 동영상을 링크하며 그리움을 드러냈다. 포털에는 '무도, 언제까지 결방되나'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무한도전>의 수장 김태호 PD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따로 있었다. 바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정영하, 아래 노조) 주최 'MBC 방송대학'에 모습을 드러낸 것. 500여 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김태호 PD는 면접 당시의 일화와 PD라는 직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전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방송대학에는 <최고의 사랑> <선덕여왕>의 박홍균 PD,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의 김진만 PD, <박경림의 심심타파>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의 김재희 PD, <해를 품은 달> <남극의 눈물>의 송인혁 촬영감독, 김수진 기자, 김초롱 아나운서가 시민들 앞에 나섰다. 사회는 <내조의 여왕> 연출자이자 노조 부위원장인 김민식 PD가 맡아 입담을 뽐냈다.

김태호 PD, 입사 초기에 '새로 들어온 개그맨'으로 오해받은 사연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MBC 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MBC 방송대학'에서 자신의 입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MBC 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MBC 방송대학'에서 자신의 입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 이미나


김태호 PD는 '얼굴 때문에 뽑혔다'며 MBC에 들어오게 된 뒷이야기를 밝혔다. "2001년이  사회적으로 벤처 열풍과 도전정신이 강조됐던 시기였는데, 회사에서도 모험을 한 것 같다"라는 그는 "입사 후 당시 예능국장으로부터 '다른 애들은 모르겠는데, 너는 인물보고 뽑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민식 PD가 <논스톱> 연출과 조연출로 인연을 맺은 김태호 PD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갑자기 밖에 레게머리를 한 애가 돌아다녀서 새로 들어온 개그맨인 줄 알았다"고 말하자 김태호 PD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원래 머리가 노란 색이었는데, 원서를 낼 때 잠깐 검은 색으로 염색을 했었다"며 "그런데 면접 전날 '나를 속이지 말자'라는 생각에 노란 머리에 피어싱을 하고 갔다"고 말했다.

"그런데 인사부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면접을 본다는 놈이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시는 거예요. 겉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저도 속으로 '그런 걸 갖고 문제삼을 회사는  다닐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고 들어갔죠. 그런데 또 예능국장님은 그걸 보고 뽑으신 것 같아요. (웃음)"

 김태호 MBC <무한도전> PD가 12일 오후 여의도공원 '희망캠프' 현장에서 열린 방송대학 '방송학개론 토크쇼'에서 자신의 취업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태호 MBC <무한도전> PD가 12일 오후 여의도공원 '희망캠프' 현장에서 열린 방송대학 '방송학개론 토크쇼'에서 자신의 취업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 김시연


김태호 PD는 면접을 보면서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개 거울을 보고 (멘트같은 것을) 연습하고 그러는데, 그러면 티가 날 것 같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면접장에서) 잘 듣는다는 걸 보여주려고 몸도 숙이고, 맞장구도 쳤다"며 실제로 당시의 앉은 모습을 재연해 내기도 했다.

또 그는 "'요즘 쌀 한가마니 가격이 얼마냐'는 질문에 '추곡수매가 기준인지, 그냥 일반미 기준인지'를 되물어 그 분(면접관)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는 일화도 소개하며 "면접엔 정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태호 PD는 "예능 PD로 산다는 것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평소의 생각을 꺼내 놓았다.

"처음에 예능 PD를 지원했던 건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였어요. 마음만 먹으면 버라이어티 쇼도, 시트콤도 할 수 있는 게 예능이거든요. 그러다 보면 제 안에 있는 이야기에 한계가 올 수 있어요. 그때 주변의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것도 예능 PD들의 큰 의무와 책임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귀를 열고 많이 들어야 하고, 내 고집이 맞다고 생각될  땐 4천만과 싸울 용기도 있어야 합니다. 또 그게 옳았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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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방송대학에서는 아나운서, 드라마 PD, 예능 PD, 시사교양 PD, 라디오 PD 등 각 부문의 MBC 노조원들이 흩어져 자신들의 직무와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놓는 '동아리방' 행사도 마련됐다. 이날 모인 이들은 대부분 20대의 젊은 언론인 지망생들. 이들은 각자 지망하는 부문의 '선배'들을 찾아가 눈빛을 반짝였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12일 오후 여의도공원 '희망캠프' 현장에서 연 '방송대학'에서 허일후 아나운서(오른쪽 두번째)와 김초롱 아나운서(맨오른쪽)가 언론인 지망생들과 취업 상담을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12일 오후 여의도공원 '희망캠프' 현장에서 연 '방송대학'에서 허일후 아나운서(오른쪽 두번째)와 김초롱 아나운서(맨오른쪽)가 언론인 지망생들과 취업 상담을 하고 있다. ⓒ 김시연


라디오 PD를 지망한다는 이 아무개 씨(24)는 한창 강희구 PD와 '카톡 친구'를 맺는 중이었다. "노조 트위터를 보고 친구와 함께 찾아왔다"는 그는 "설명회 같은 곳을 가면 자신들의 이야기만 하고 헤어지는데, 이 자리는 자유롭게 질문도 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파업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끝내야죠"라며 단호한 표정을 짓던 이씨는 "<무한도전>이 방영되지 않는 걸로도 많은 이들이 파업을 실감하고 있다"며 노조에 응원의 뜻을 보냈다.

10대 학생도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민지 씨(17)는 예능 PD들의 자리를 찾아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역시 "김태호 PD를 보고 예전부터 예능 PD가 되고 싶었다"며 "막연히 PD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했는데, 오늘 여러 가지를 듣게 돼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배현진 아나운서의 고교 후배라는 김씨는 배현진 아나운서의 업무 복귀 소식을 듣고 "(후배로서) 부끄러웠다"고 평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선배' 언론인들은 이미 스타가 되어 있었다. 이들은 행사가 끝나고 밀려오는 기념촬영 요청에 사인 요청을 받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이를 지켜보던 김민식 PD는 "우리가 원하던 대로, '피크닉에 온 것 같은' 분위기 속에 행사를 잘 치른 것 같다"며 "다음에도 이렇게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생각해 보아야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MBC에 이어 13일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김현석)이 같은 장소에서 'KBS 방송대학'을 연다. 이날 방송대학에는 <1박2일>의 나영석 PD,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PD, 최경영 기자, 김승휘 아나운서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MBC 방송대학에 참석한 이들. 왼쪽부터 김초롱 아나운서, 김진만 PD, 박홍균 PD, 송인혁 촬영감독, 김민식 PD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MBC 방송대학에 참석한 이들. 왼쪽부터 김초롱 아나운서, 김진만 PD, 박홍균 PD, 송인혁 촬영감독, 김민식 PD ⓒ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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