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는 시대. 의외의 '알짜배기' 취재원이 있으니, 바로 '경비 아저씨'입니다. 해당 연예인이 사는 곳의 관리인과 인근 주민들은 연예인의 사생활까지 침범하기 위한 '매개체'가 되곤 합니다.  

지난해 말, 옛 연인과의 법적 공방과 사생활 노출로 방송활동을 중단한 여성 방송인의 소식이 11일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 그가 살던 곳의 한 아파트 관리인의 말을 빌려 '집을 처분하고 떠났다'는 최근 근황을 공개했기 때문이죠.

 TV조선의 연예 정보 프로그램 <연예 in TV>

TV조선의 연예 정보 프로그램 <연예 in TV> ⓒ TV조선


이 방송으로 해당 방송인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자 연예 매체들은 앞 다퉈 기사를 받아 적었습니다. 좀 더 이슈화시킬 수 있는 해석도 얹어졌습니다. 자택을 급하게 처분하고 떠났다는 소식에는 '도둑 이사'라는 수식이 나붙었고, 이삿짐을 나를 때 도와준 남자가 있다는 관리인의 또 다른 전언에는 '벌써 딴 남자?"라는 '비아냥'이 곁들여졌네요.

연예 매체들은 기꺼이 '흥신소'를 자처합니다. 연예인이 활동을 중지해도 뉴스는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혼한 연예인의 집 대문을 두드리거나, 논란으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연예인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찾아가면 되니까요.

벨을 눌렀는데 인기척이 없어도 뉴스가 됩니다. 인근 주민의 '몇 달째 못 봤다'는 제보조차 환영해요. 만약 그 자리에 스타가 키우던 애완견이 지나가고 있었다면, 그 개가 취재원이 됐을 겁니다. '뜸했던 A씨, 뭐하나 봤더니', '충격! 동네 주민에게 A씨 근황 묻자' 뭐 이런 제목의 기사가 나오겠네요.  

물론 취재 내용에 대한 객관적 책임도 떨어집니다. 익명의 아파트 관리인과 인근 주민의 말을 빌렸을 뿐이고, 그들이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었는지는 다음의 문제니까요. 어처구니없는 건, 이 모든 일이 흥신소가 아니라 진짜 '언론의 역할'이라는 거룩한 이름으로 행해진다는 겁니다.

 조혜련 이혼 보도가 나온 후, MBC <기분 좋은 날>은 조혜련의 집을 찾아가 취재를 시도했다.

인근 주민의 '못 봤다'는 제보도 대환영 ⓒ MBC


뉴스는 논란을 만들고 그 논란은 다시 뉴스가 됩니다. 뉴스로 검색어를 만들고, 검색어는 다시 뉴스의 클릭을 돕는 우스운 공생관계와 같은 이치죠. 이 비정상적인 구조가 만들어진 건, 셀 수 없는 매체 간 밥그릇 싸움, 그러니까 뉴스 경쟁 때문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나 언론의 할 일과 같은 거창한 과업 때문이 아니고요.

그게 아니면, 스타가 거처를 옮겼다거나 새 남자친구를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해 제공되는 뉴스란 말인가요.

스타를 쫓는 그 집요함과 에너지를 다르게 응용하면 좋은 일에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테면, 미제사건을 해결하고 실종된 사람들을 찾는 일 같은 거요. 그러니까, 언론보다 차라리 흥신소가 어떨까요. 

TV조선 종편 연예뉴스 연예 IN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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