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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재를 주장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9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7시간여 동안 조사받았다. 조 전 청장의 검찰조사는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로부터 고발당한 지 21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조 전 청장은 이날 오후 9시 25분께 검찰조사를 마친 뒤 '2년 전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을 후회하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히 후회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함으로써 제 자신도 그렇고 노 전 대통령이나 유족분들께 심려를 끼친 점을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고발당한 지 21개월 만에 검찰조사... 차명계좌 발언의 근거 있나?


조현오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0년 3월 기동부대 지휘요원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에서 "노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사망했나? 뛰어내리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에 같은 해 8월 노 전 대통령 유족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조 전 청장을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같은 해 9월 노 전 대통령의 유족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를 언급한 조 전 청장은 수개월이 지나도록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이 현직 경찰총수를 조사해야 하는 부담감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에 문재인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검찰을 항의차 방문했고, 참여정부 인사들이 조 전 청장의 소환조사를 촉구하며 릴레이 1인시위를 벌였다.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이 조 전 청장을 고발한 지 9개월 만인 지난해 4월 15일에서야 조 전 청장으로부터 서면답변서를 받았다. 피고발인을 소환조사하지 않고 '서면조사'라는 특혜를 베푼 셈이다.


그런 가운데 조 전 총장은 지난 4월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부실대응과 거짓해명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검찰은 그의 소환을 통보했고, 이날 소환해 7시간여 동안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의 근거를 집중 추궁했다. 


초점은 조 전 청장이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재를 주장한 '근거'가 있느냐에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조 전 청장이 지난 2009년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기록 중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와 관련된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조 전 청장이 그런 자료를 바탕으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조 전 청장도 최근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어느 은행에 누구 명의로 돼 있는지 검찰에 출석해 모두 까겠다"며 '차명계좌 논란'을 예고했다. 


"조 전 청장, 청와대 행정관 2명 계좌에 10억 꽂혔다고 말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관리하던 계좌들을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09년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이인규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소속)는 지난 2010년 9월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정상문 전 비서관이 차명으로 관리하던 계좌들은 사실은 노 전 대통령쪽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이니까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로 볼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검사출신의 새누리당 당선자는 "조 전 청장이 사석에서 '권양숙 여사쪽에서 일한 청와대 행정관 2명에게 10억 원씩 꽂혔다'고 말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며 "조 전 청장이 '계좌번호도 알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 전 청장은 이날 소환조사를 마친 뒤 '검찰에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관련자료를 제출했나?', '차명계좌를 알게 된 경위를 소명했느냐?' 등의 질문에 "검찰조사를 받고 나오는 길인데 제가 여러 가지 이야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현재 검찰은 지난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기록을 보관하고 있다. 조 전 청장이 이날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와 관련된 자료를 제출했을 경우 차명계좌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차명계좌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대검에 있는 박연차 게이트(2009년) 수사자료를 들여다 볼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그:#조현오, #노무현 대통령 차명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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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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