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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욱 동지가 문화제 노래를 준비하고 있다.
▲ 박현욱 몸짓 선언의 멤버 박현욱 동지가 문화제 노래를 준비하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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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를 겸한 대형집회에서 꽃자주색 조끼를 입고 강렬한 몸짓으로 관중들을 압도하는 몸짓패 '선언'의 공연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한문에 분향소가 차려진 이후 선언의 멤버 박현욱(38·노동예술단  몸짓 선언)씨는 수시로 분향소 문화제 사회를 보고 노래도 한다.

박현욱씨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인연을 맺은 지도 10년이  넘는다. 박씨는 2001년 투쟁 때부터 쌍용차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러다가 2007년 쌍용자동차 율동패 강사로 좀 더 강한 인연을 맺는다. 물론 2009년 쌍차 투쟁 현장에도 결합했다. 박씨는 "대한문 분향소에 자주 오는 것은 단순히  결합한다는 의미를 넘어, 노동자 동지로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에 함께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사실 이곳은 청와대도 가깝고 시청이 자리한, 어찌 보면 서울의 한복판이잖아요. 분향소가 이런 곳에 차려져서는 안 되는데, 우리 사회가 분향소가 차려지지 않아도 좋을 여건을 만들지 못한 것이죠. 쌍차 투쟁의 최전선의 거점이 이곳 분향소라고 봅니다. 여기서 더 이상 후퇴하거나 물러 설 수 없다는 의미죠.

쌍차 투쟁은 작게는 쌍차 동지들의 투쟁장이지만 사실은 우리나라 노동자들 전체 투쟁의 최전선입니다. 전쟁의 최전선이라 더 많이 집중하고 더 많이 결합해야 합니다. 여기서 물러서는 것은 노동운동이 벼랑으로 내몰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전선을 사수해서 반드시 돌파구를 만들어 내야합니다."

박현욱 동지는 노동자의 날에 선보인 집체극의 연출을 맡았다.
▲ 집체극 박현욱 동지는 노동자의 날에 선보인 집체극의 연출을 맡았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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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동자의 날인 지난 5월 1일 현장 퍼포먼스인 '집체극'의 연출을 맡았다. 그는 연출을 제안 받고 주제와 흐름의 가닥을 잡은 다음, 세세한 부분은 다른 동지들과 상의했다고 한다. 몸짓 선언은 노동예술단  선언 중 '몸짓' 패이다. 노동예술단 선언은 90년대 노동자 노래패 선언으로 출발했다. 1999년 몸짓 선언이 생겨나면서 노동예술단 선언은 노래 패와 몸짓 패로 운영이 되고 있다.

노동예술단 선언은 공연도 하지만 현장 노동자 문화를 만들고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팀을 조직하고 교육하는 일을 주로 한다. 그는 사회시스템을 바꿔내려면 문화 예술을 바탕으로 한 조직의 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자본주의가 지닌 모순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억압당하고 고통 받으며 죽어나가는 상황을 맞을 것입니다. 이 모순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을 뛰어넘는 지향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동자들이 조직되고 훈련되어야 하는데 문화와 예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향소에도 제가 강습을 하는 율동패들이 왔다 갔거든요. 민중가요와 같은 노래와 춤을 통해서 교육되고 실천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는 것이죠. 의식적으로 훈련되어 더 강력하게 조직화되고 노동자들의 연대와 투쟁의 필요성을 인식해 올바른 전망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 가장 큰 의미가 되겠지요."

양심의 문제 넘어서 내 문제로 자각해야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날에 8월 총 파업 투쟁을 결의했다.
▲ 노동자의 날 행사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날에 8월 총 파업 투쟁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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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앞에 분향소가 차려진 지 36일째다. 수시로 대한문 분향소를 지키며 함께 한 그에게 인상 깊었던 점이나 대한문 분향소가 갖는 의미를 묻자 서슴지 않고 대답한다.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어요. 분향소에 앉아 있는데 일산에서 일가족 4명이 한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아이는 손을 잡고 분향소를 찾아 왔더라고요. 비가 와서 돌아다니기 번거로운데  아이들까지 데리고 분향소를 찾은 것이 감동을 주었습니다.

누가 '우리 사회는 누구도 사회적 문제에 양심적으로 감응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끝났다'라고 하던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음은 있는데, 용감하게 외적으로 드러내 행동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마음이 있다는 것과  실제 외적으로 실천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잖아요? 대한문 분향소는 바로 마음을 외적으로 나타내지 못했던 분들께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장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36일이 지나면서 그냥  몇 번씩 지나다니던 시민들이 언제부터인가 모금함에 돈을 넣고 가더군요. 분향소 자체로 시민들 의식을 일깨우는데 커다란 의미가 된 것이죠.

하지만 이 문제를 '양심의 문제'로 종결지어선 안 됩니다. 내 이웃이 곤경에 처했는데 돕고 싶다는 것은 시작점이 될 수는 있지만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불쌍한 사람도 단순히 곤경에 처한 이웃도 아닙니다. 대한문 분향소의 문제를 '나의 문제 노동자의 문제'로 인식해야만 합니다. 비정규직 문제 정리해고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분향소를 지켜내는 일은 바로 내 문제를 내 스스로 해결하는 일이라는 의식으로까지 발전이 돼야만 합니다. 쌍용자동차 문제는 단지 쌍용차 공장 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쌍용자동차 대한문 분향소로 상징화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등 노동자의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시민들의 숙제를 묻자 그가  힘주어 답했다.

"노동자들이 해고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그  부당함을 거리로 나와 호소할 때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너만 해고당했느냐. 왜 시끄럽게 구느냐'라는 반응을 보이면 저항을 하던 사람들은  위축됩니다. 그러나  위축될 것이 아니라 더 당당하게 더 자신 있게 뛰쳐나와 지나가는 자동차를 멈춰 세우고 '해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우리 사회의 잘못된 흐름을 멈춰 세워 다시 생각해 보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더 크게 외치며 문제 제기하고, 시끄럽게 떠들어 우리 사회가 문제의식을 지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더욱 강고한 조직화와  끈질긴 투쟁이 필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욱 동지는 <정말 그들이 각성하길 바래?>라는 칼럼집을 노사과연에서 출판했다. 11일 대한문 분향소 앞에서는 바자회와 김제동씨 사회로 문화공연이 이어진다.



태그:#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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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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