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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당 풍어제와 풍어굿판을 달구기 위한 농악놀이.
 영당 풍어제와 풍어굿판을 달구기 위한 농악놀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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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없어 부르는 게 값입니다."

공판장에서 생선 등을 받아 파는 상인 김홍중씨의 말입니다. 이 말에는 고기 씨가 말라 풍어를 기원하기 어려운 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는 무분별한 남획 등이 불러온 자업자득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정의 생계를 위해 많은 고기를 잡길 바라는 어민 입장에서는 애가 탈 노릇입니다.

어민들의 염원을 달래고 2012여수세계박람회 성공 기원을 위한 풍어제와 풍어굿이 지난 6일 여수시 남산동 영당에서 열렸습니다. 서민들이 함께하는 이런 곳에선 에피소드가 있기 마련입니다. 에피소드를 찾던 차에 하나가 걸려들었습니다.

"오늘 김충석 여수시장을 대신해 오신 이창규 해양관광수산국장님이 우리에게 영당의 낡은 대문을 고쳐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마이크를 타고 나온 사회자 말인 즉슨, '너 여기서 한 약속을 꼭 지켜라'는 설레발(?)이었습니다. 웃음이 절로 나더군요. 서민들이 이렇게라도 해야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현명한 삶의 지혜였습니다.

여수시 이창규 국장, 정홍수 향토민속문화보존회장, 정오균 여수향교 전교, 이복의 사)진남제전보존회 이사장(좌로부터)
 여수시 이창규 국장, 정홍수 향토민속문화보존회장, 정오균 여수향교 전교, 이복의 사)진남제전보존회 이사장(좌로부터)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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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어항단지도 지금은 썰렁합니다. 생선 값이 비싼 이유가 보입니다.
 여수 어항단지도 지금은 썰렁합니다. 생선 값이 비싼 이유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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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동 어항단지 옆에 자리한 영당입니다.
 국동 어항단지 옆에 자리한 영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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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당은 여수 어민들이 바다에서 일어나는 재난을 막고 풍어를 기원하던 '해신당'입니다. 옛날에는 영당 앞을 지나는 배들이 고사미(告祀米)를 내어 고사를 지낸 뒤 출어했다고 합니다.

영당은 임진왜란 이전에는 최영 장군을 모시다가 임진왜란 이후부터 충무공 이순신을 주신으로 이대원과 정운 장군을 배향하였습니다. 1994년에는 이순신, 최영, 이대원, 정운 네 장군과 용왕신, 산신 6신위의 영정을 봉안하였습니다.

그러다가 1943년 일제 관헌에 의해 영정이 철거되고 남아 있던 당우도 1976년 어항단지 조성에 따라 철거되었던 걸 1979년 향토민속문화보존회가 중단되었던 영당풍어굿을 재현한 일을 계기로 1982년 현 당우를 복원하였습니다. 영당 풍어굿은 지난 1991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당당히 대통령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영당 풍어굿은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풍어굿이 이틀에 걸쳐 열두거리로 열린다고 합니다. 무녀들이 영당에 있는 용왕신과 바다에 빠진 귀신을 맞아들여 가설로 설치한 굿당에 안치하고, 부정 없는 마을의 아낙들과 함께 12고리를 맺고, 동서남북 중앙을 가리키는 다섯 가닥의 긴 고를 풀면서 굿을 합니다.

이때, 어느 한 고가 풀리지 않으면 용왕신의 노여움이 풀리지 않은 것으로 믿고 그 방향으로는 출어를 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고풀이에 참여한 부녀자들은 정월 한 달간 해산한 가정이나 초상집에 가지 않은 것은 물론 부정 탄다 해서 궂은 음식도 삼갔다고 합니다.

풍악이 있어야 굿판이 어울립니다.
 풍악이 있어야 굿판이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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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당 풍어제를 올리는 중입니다. 이는 유교식이지요.
 영당 풍어제를 올리는 중입니다. 이는 유교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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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어제를 올린 후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이 음복 중입니다.
 풍어제를 올린 후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이 음복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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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다로 나가려면, 영당에 고사미 2말씩을 바치고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치성을 드렸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풍랑을 만나거나, 고기를 잡지 못하고 빈 배로 돌아오기 일쑤였다는 속설이 전해지도 합니다.

이도 지금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래선지 젊었을 때 고기잡이배를 탔다는 임경순(76) 씨는 이렇게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풍어제는 출어할 때 지내는 고사나 매한가지다. 옛날에 풍어제를 지내면 고기가 잘 잡힐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 마음이 든든했다. 지금은 이런 게 사라져서인지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영당 풍어굿판에서 눈에 띄는 게 있었습니다. 외국인이었습니다.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는 동안 박람회장에서 '물 위 공연'을 하기 위해 여수에 왔다는데, 잠시 틈을 내 풍어굿을 보러 왔다더군요.

피터 데이비슨(Peter Davidson, 33)씨는 흥미로웠던 것에 대해 "음악과 굿이 예뻤다"고 합니다. 또 도모꼬 다까하시(31)씨는 "친절해 좋았고, 풍어제 후 밥도 주고 술도 주는 게 재밌었다"더군요. 굿판의 재미는 바로 이런 것이지요.

하여튼 풍어제 힘을 빌어, 바다에 씨가 말랐다는 고기가 많이 잡혀 어민들 이마에 맺힌 잔주름을 없애주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6신위 이외의 잡신이 먹을 '뒤전거리상'도 흥미로웠습니다.
 6신위 이외의 잡신이 먹을 '뒤전거리상'도 흥미로웠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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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데이비슨(좌)과 도모꼬 다까하시(우)는 주최측에서 주는 도시락과 물 등을 받고 즐거워 했습니다. 공짜는 다  좋아하나 봅니다.
 피터 데이비슨(좌)과 도모꼬 다까하시(우)는 주최측에서 주는 도시락과 물 등을 받고 즐거워 했습니다. 공짜는 다 좋아하나 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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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어굿판입니다.
 풍어굿판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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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영당풍어제, #영당풍어굿, #2012여수세계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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