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돌아보는 실크로드 여행. 캬슈가르를 출발하여 타클라마칸 남부 오아시스 민펑을 시작으로 사막 공로를 이용, 중국 최대 규모의 사막인 타클라마칸을 횡단한다. 사막에서의 첫날밤을 무사히 보내고, 북쪽으로 향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현대판 오아시스에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갔던 나의 부실한 체력과 에너지를 보충하고, 서둘러 오늘의 목적지로 향한다.

천국과 지옥의 경계선이 무려 1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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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이 안보이는 타클라마칸 사막 공로, 4KM마다 오르막길이 있어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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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은 50도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에 숨조차 쉬기 어려운 최악의 공간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곳이기에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다행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막과 나를 지켜봐 주는 태양이 있기에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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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를 즐겨타는 동료들은 평지보다는 오르막이 있어야 즐겁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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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생각으로 정신을 지배해 미소 지을 수 있지만, 작고 힘없는 인간이기에 체력적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이곳 타클라마칸 사막. 마치 육체적 고통으로 뜨거운 아스팔트에 쓰러지게 할 작정인지 4km 구간마다 굽이굽이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자전거는 평지만 타면 심심해. 오르막길이 있어야 제맛이지!"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즐거워하는 동료. 함께 온 그들이야 국내에서도 자전거를 즐겨 타는 마니아인 터라 계속되는 평지보다는 가끔 나오는 오르막길이 즐겁다고 한다. 하지만, 여행이 아니면 자전거를 거들떠보지 않는 나에게 있어 4km마다 나오는 오르막길은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의 경계선이 아닐 수 없다.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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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공로 중간에 만난 한국 자동차 쏘나타!! 외국에서 보는 한국 제품은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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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빵~ 빵빵빵~"
"다니는 차도 없는데, 경적을 울리고 XX이야."

오아시스 이후 차량을 한 대도 만나지 못했는데, 뭐가 급한 지 내 뒤로 경적을 울리며 빠르게 돌진하는 자동차가 보인다. 더운 날씨로 불쾌지수 200%가 넘어간 상황. 나도 모르게 욕을 내뱉으며 경적을 울리는 차량을 살피는데, 외관이 한국에서 보던 익숙한 차량이다.

나를 추월하여 한쪽에 멈춘 자동차. 다가가 운전석에서 내린 운전사를 살펴보니, 중국 (한족)도 아닌 위구르 사람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에 응원하려 차를 세웠다는 위구르 청년. 다른 지역도 아닌 이곳에서 국산 자동차를 보게 된 것이 신기했고, 무엇보다 살짝 시원한 물이라도 주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무척 반가웠다. 하지만 그들 역시 뜨거운 태양에 지쳤는지 인사만 건네고 휑하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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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를 건네고 수박을 가져와 잘라주는 중국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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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도 했던가? 내심 물이라도 건네주길 바랐지만, 그냥 인사만 하고 가는 그들의 뒷모습에 아쉬움과 좌절감은 깊어만 간다. 하지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법. 이번에는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차량이 천천히 서행하며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더니, 이내 차를 세우고 뒷좌석에 실린 수박을 꺼내 우리에게 건넨다. 이 지역에서는 2위안(약 4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이지만 이곳은 사막 한가운데이기에 우리에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한 과일이다.

내친김에 칼까지 가져와 수박을 잘라주는 그들의 모습이 그야말로 무속인이 말하는 북쪽에서 만난 귀인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 뒷좌석에 있어 겉은 따뜻하지만, 그 안은 수분으로 가득하여 꿀맛 그 자체다.

사막에서 뜨거운 라면 먹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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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늘을 거의 볼 수 없는 사막공로. 다행이 얼마 가지 않아 좁은 장소지만 빛을 피할 수 잇는 공간을 발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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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시간도 잠시. 수박을 건넨 그들과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또다시 죽음의 라이딩을 이어간다.

"경민아! 가다가 그늘이 보이면 자리 잡어. 밥 먹자!"
"네. 알았어요. 근데 이곳에 그늘이 있기는 할까요?"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밥을 먹지 못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빈 속에 당도가 끝내주는 수박을 먹어서 그런지 배가 아프다. 오전에 지나온 오아시스를 제외하고는 그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곳이다. 먼저 앞서나가는 후배에게 최악의 경우 텐트를 치는 한이 있어도 1시간 이내에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기를 당부한다.

다행히 좁디좁은 공간을 발견했다. 비록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빛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모두 기뻐하며 그늘로 달려가 식사 준비를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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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던 사막에서 라면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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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점심은 라면. 혹 지금 이 여행기를 보는 사람 중 '미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사막 여행을 준비하면서 필자(배낭돌이)는 꼭 한 번 사막에서 뜨거운 라면을 먹어 보고 싶었다.

열(熱)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 가만히 있어도 욕이 절로 나오는 최악의 더위이지만, 이곳에서 뜨거운 물에 팔팔 끊인 뜨거운 라면을 먹는 이열치열과 잊을 수 없는 사막에서의 다소 바보스러운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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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운 라면을 피해 준비한 해산물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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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맛볼 라면은 해산물이 들어간 중국 라면이다. 사실 중국에도 한국의 신라면도 있지만, 고춧가루가 들어가 있기에 혹시 도전 중 포기할 것 같아 그나마 맵지 않은 라면을 선택했다. '뜨겁고, 매운맛에 라면을 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까'는 우려심에.

팔팔 끓는 물에 면과 수프를 넣고, 완성 한 오늘의 점심. 그릇 대신 봉지에 라면과 국물을 담아 놓았는데, 봉지가 뜨거운 것은 물론 그 안에서 새어나오는 뜨거운 김 때문에 입으로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 이미 조리가 끝난 상황이기에 라면을 먹지 않으면 아까운 식량을 버려야 하는 상황. 몇 번이고,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한 젓가락 면을 집어, 봉지에 입을 갖다 대고 흡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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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지 않고 열기를 내뿜는 사막과 뱃속의 라면 열기로 현기증마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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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5분 남짓한 시간이면 라면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필자(배낭돌이)이지만, 주변의 사막 열기로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려서 점심을 먹었다. 이미 얼굴과 몸에는 뜨거운 라면 기운으로 땀벅이다.

사막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것을 먹었으니, 더위를 이겨낼 수 있겠지? 하지만 착각은 자유일 뿐 수박 때문에 조금씩 아팠던 배가 편안해졌지만, 그늘에 앉아 있어도 안과 밖으로 열기로 가득하다. 빛을 가려주는 그늘이 무용지물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뜨거워지는 나의 육체, 거기에 나의 정신마저 혼미하여 아껴먹어도 부족한 생명수를 쉬지 않고 들이켰다.

토막이야기 : 타클라마칸 사막공로 512km 구간 동안 4km 간격으로 약 120개가 넘는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길이가 심한 곳은 약 6km 구간이 있는데, 자전거를 많이 안 타는 필자(배낭돌이)에게는 정말 최악의 코스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사막을 벗어난 이후 웬만한 오르막길을 봐도 쉬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 일명 짐승남이 되어버렸다. 혹, 본 후기를 통해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싶은 여행자가 있다면 내일부터라도 꾸준히 자전거를 타 보자. 남녀노소 누구든지 자전거 여행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