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닮고 싶은 이 시대의 멘토를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는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이하 <두드림>)이 봄맞이 새단장을 했다.

김용만, 두드림의 큰형님이 되다!

지난 5일 방송된 <두드림>의 오프닝은 스튜디오가 아니라 한적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그리고 <두드림>의 '막내'이자 메인 MC를 맡고 있던 김용만이 '큰형님'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드림>은 매주 사회적인 이슈를 화두로, 이와 관련된 명사들의 이야기를 듣는 강의 형태로 이루어져 왔던 프로그램이다.

 <두드림>의 4MC 김용만, 노홍철, 김C, 이해영

<두드림>의 4MC 김용만, 노홍철, 김C, 이해영 ⓒ KBS


사실 <두드림>의 유명세는 4명의 MC 군단에서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소설 <개밥바라기별>의 작가이자 '문단의 어른' 황석영과 배우이자 성공한 제작자인 송승환, '마왕'으로 불리는 가수 신해철, 그리고 진행의 중심이 되어준 베테랑 MC 김용만까지 '연륜 있는 4MC의 조합'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두드림>이 토요일 늦은 시간 방송되는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내용의 깊이와 더불어 그 내용과 상응하는 웃음과 재미도 놓쳐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주부터는 김용만을 제외한 MC 3명이 모두 바뀌었다. <1박 2일>에서 예능감과 지성미를 뽐냈던 뜨거운감자의 감성 보컬 김C,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를 연출한 이해영 감독, 오랜만에 MC로 나선 '돌+I' 노홍철이 변화의 핵이 될 전망이다.

이번 MC들은 과거 MC와는 확연히 다른 구성이다. 이전 MC들은 '무거운 교양 프로그램' '교시성이 강하다'는 평을 들었다. <두드림>은 대화를 나누긴 하지만 토크쇼보다 강의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멘토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시청자 대신 질문을 해야 하는 MC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면을 볼 때 지난 MC들은 오히려 멘토로 출연해야 할 사람들이지, 듣는 자리에 앉아있을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두드림>의 히든카드는 노홍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인 MC 김용만은 노홍철의 투입 소식을 듣고 "미스인데.."라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기우였다. 노홍철은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넓고 깊진 않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는 작은 마음이 있다"며 프로그램에 어떤 역할을 할지 포부를 밝혔다.

노홍철은 이날 멘토로 나온 표창원 범죄심리학 교수의 강의를 듣고 "<두드림>이 강의실에 온 게 아니라 직업상담소에 온 것 같다"고 해 관객의 웃음을 유발했다. 메인 MC 김용만과 대등한 분량을 차지했지만, 정작 진행에 필요하지 않은 말을 많이 하는 노홍철을 보면서 김용만의 기우가 이에 해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MC 노홍철이 '말하는 자'가 아니라 '듣는 자'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두드림>의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C와 이해영 감독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적재적소에 말했다. 웃음보다는 멘티의 역할에 집중한 모습이었다. 김C는 자신의 철학과 비견한 질문으로 <두드림>에 깊이를 더했고 이해영은 <살인의 추억>이란 영화와 프로파일링을 영화감독의 시선으로 엮어 표창원 교수에게 전문가적인 질문을 던졌다. 적은 분량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두 사람이 왜 있는거지?'하는 의문을 자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첫 방송이다. 두 MC의 역할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르랴.

하늘에서 내려온 멘토? 눈높이 강의!

이날 방송된 <두드림>은 많은 변화를 꾀했다. '강의실' 즉 세트장도 달라졌다. 멘토가 강의하던 강단의 위치가 바뀐 것. 이전에는 방청객과 MC가 고개를 꺾어 강단을 우러러봐야 해 방송을 보는 시청자나 참여한 멘티(방청객)에게는 멘토를 우러러 봐야 하는 이미지를 조장하곤 했다.

 새롭게 단장한 <두드림> 스튜디오

새롭게 단장한 <두드림> 스튜디오 ⓒ KBS


새로 단장한 <두드림>에서 연단의 높이는 멘티와 대등해졌지만 MC들의 토크장과는 거리를 둔 분리 형식을 그대로 유지했다. 전반적인 세트장 분위기도 유럽의 강의실 풍경으로 꾸몄다.

프로파일러 표창원 교수가 멘토로 나온 이날 방송의 멘티는 심리학과와 경찰행정학과 학생들로 구성되었다. 그래서인지 방청객의 강의 집중도는 높았다. 멘토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MC들의 '8문 8답'이 강의로 이어졌다. '8문 8답'은 프로그램 초반에 시청자를 몰입을 돕는 역할을 했다. 마치 스무고개를 하는 듯했다. 각 MC들이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출연 멘토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코너였다.

 <두드림>의 '히든카드' 노홍철

<두드림>의 '히든카드' 노홍철 ⓒ KBS


<두드림>은 멘티의 참여를 유도했다. '거두절미하고 물어'는 멘토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코너다. 하지만 굳이 SNS를 사용했어야 했을까? 방청객들은 SNS를 통해 멘토에게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았다. SNS는 미리 질문을 받아놓거나 강의에 참석할 수 없는 멘티들을 위해있는 소통의 통로지, 굳이 참석한 방청객에까지 적용할만한 매체가 아니었다.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표창원 교수의 강의가 끝나고 '고민 상담소'라는 코너가 진행되었다. 이 코너는 고민을 가진 스타가 나와 고민을 상담하고 4명의 MC가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의 고민남녀는 정주리와 김수용. 김수용은 딸과의 관계를, 정주리는 낯가림으로 힘들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고민 상담소'에 나온 오늘의 고민 남녀 정주리 김수용

'고민 상담소'에 나온 오늘의 고민 남녀 정주리 김수용 ⓒ KBS


고민 상담이 끝나면 가장 적절한 대안을 제시한 MC에게 멘토 배지를 수여한다. 이날의 멘토는 노홍철과 김용만이었다. 신선한 시도이긴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앞선 강의의 의미를 흐리게 만드는 역할을 물론 상담하러 나온 스타의 고민도 너무 가볍게 지나가는 효과를 불러일으켜 두 코너 모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두 개의 프로그램이 MC만 공유하는 어색한 구성이었다.

대대적인 개편의 힘이었을까. 이날 <두드림>은 3%대를 유지하던 기존 시청률에서 3% 오른 6.0%(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를 기록했다. 앞으로 <두드림>이 알찬 강의와 더불어 재미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주목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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