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리아> 포스터

영화 <코리아> 포스터 ⓒ (주)더타워픽쳐스


시작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다.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는 윗선의 결정. 남한 대표팀 에이스 현정화(하지원 분)은 남북단일팀에 극렬히 반대했고, 북측 리분희(배두나 분) 또한 남한팀과 함께 경기를 해나가야 한다는 눈앞에 놓인 과제가 탐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지난해만 해도 결승 진출을 두고 맹렬히 겨루던 라이벌 외에도 남과 북이란 '적'으로 나뉜 특수한 관계이니까.

휴전선을 기점으로 수십 년 동안 극렬하게 대립해있던 남과 북의 일시적인 동거는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각각 남과 북은 도저히 넘을 수 없었던 만리장성의 높은 벽. 그리고 '코리아'로 묶이는 한민족이라는 끈끈한 동포애가 쉽게 합칠 수 없는 이들을 하나로 뭉쳤다. 그렇게 21년 전 잠시나마 탁구대 위에서라도 이루고자 했던 '작은 통일'의 기적은 강적 중국을 이긴 것을 넘어 '평화 통일'을 염원하던 당시 수많은 국민을 들끓게 했다.

영화 <코리아>는 실제 1991년 지바 탁구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남북단일팀을 둘러싼 실화를 다룬 '스포츠' 영화다. 그래서 주요 등장인물인 현정화, 리분희, 유복순 등도 그 당시 활약하던 탁구 대표팀 실명을 그대로 따왔다.

이 점에서 <코리아>는 개봉 이전부터 실제 핸드볼 여성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다뤄 흥행을 이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과 종종 비교되곤 했다. 그러나 코리아는 <우생순>, <국가대표>처럼 스포츠 영화 외에도 남북 화합이란 특수한 소재를 앞세운다. 때문에 <코리아>는 탁구 판 <우생순>이 아니라, 스포츠를 빌린 제2의 <JSA 공동경비구역>이란 평도 있다.

만약 1991년 현정화가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면, <코리아>는 영화화되기 어려운 소재다. 당시 탁구는 인기 스포츠 종목 중 하나였고,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국가대표 선수 현정화를 향한 국민적 관심도는 뜨거웠다. 그래서 <코리아>는 악조건 속에서도 근성으로 이뤄낸 '감동'적인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외향은 같지만, 너무나도 다른 '남'과 '북'이 진심으로 '하나'가 되었다는 과정에 집중한다.

악화한 남북관계속  <더킹 투 하츠>...스포츠로 하나된 <코리아>

그러나 <코리아>는 실화를 영화화였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남북 화합 소재를 다룬 MBC 수목 드라마 <더킹 투 하츠>에 비해서는 현실적이다. 그리고 점점 악화하고 현재 남북관계를 의식한 듯, 낭만적이기보다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사실적인 장면을 보여 주고자 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자란 남한 선수들이 먼저 북한 선수들에게 살갑게 다가간다 해도 억압적인 북한 체제가 변하지 않는 이상 남과 북은 하나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은 북한을 마냥 우호적으로 볼 수 없는 이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그러나 체제 유지를 이유로 준결승을 앞두고 중단될 위기였던 남북단일팀이 다시 합치게 된 것은 이념이나 정치적 계산과 상관없었다 탁구와 같은 '코리아'라는 공통점으로 이미 하나가 된 선수단과 코치진의 강한 의지 덕분이었다. 현정화와 남한 선수들의 간곡한 부탁이 강경한 북한 측의 마음을 되돌리고, 남북단일팀 우승이라는 신화를 이끌 수 있었던 것.

이는 더욱 극적인 요소를 살리기 위한 픽션이긴 하다. 그러나 결승에서 리분희와 함께 하기 위해 거센 비를 맞으면서도 북한 측 감독에게 무릎까지 꿇었던 현정화. 그리고 끝까지 남한과 함께하기로 결심한 북한 대표팀의 변화는 영화 속 허구를 넘어 수많은 남한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기적적으로 세계선수권에서 남북단일팀이 금메달을 획득하고 난 이후, 바로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했던 남과 북 탁구 선수들. 그렇게 탁구대의 네트 위에서보다 팽팽한 긴장감과 대립이 오가던 남과 북은 서로 하나로 뭉치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그들을 가로막았던 수많은 난관은 21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될 기미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코리아>는 짜릿한 승부 끝에 현정화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영광인 '금메달'을 따놓고도 서로를 가슴에 품은 채 눈물바다 이별을 해야 하는 '신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적'으로 알던 사람이 탁구를 통해 진한 우정을 쌓다가 국가 분단이라는 잔혹한 운명으로 헤어지는 그 자체도 충분히 슬프다.

거기에다가 더더욱 신파를 부추기는 불필요한 에피소드 장치가 안타까움을 넘어 식상함을 주기까지 한다. 또한, 명색이 스포츠 영화인데 남북 화합이란 감동에 집착하여 정작 스포츠가 주는 짜릿함이 모자랐다는 부분은 남북 신파극 <코리아>의 아쉬움을 부추긴다.

그러나 고된 탁구 훈련만으로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완벽한 스매싱은 물론 자신들의 몫을 충분히 해낸 하지원, 배두나라는 걸출한 두 여배우의 열연. 그리고 21년 전 남북이 하나가 되었던 그때의 감동을 스크린을 통해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감격. <코리아>는 그렇게 2012년 관객들의 마음을 뜨겁게 울린다.

코리아 하지원 배두나 현정화 리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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