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폐막 기자회견. 민병록 위원장(우측)이 올해 영화제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4일 오후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폐막 기자회견. 민병록 위원장(우측)이 올해 영화제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전주국제영화제


김재환 감독의 신작 'MB의 추억'이 올해 전주영화제 최고 인기작 중 하나로 꼽혔다. 알레산드로 코모딘 감독의 <자코모의 여름>이 국제경쟁 대상을 받았고 장건재 감독의 <잠 못드는 밤>은 한국 경쟁 대상에 선정됐다. 전주에서 처음 선보인 이대희 감독의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은 CGV 무비콜라쥬 상을 받아 개봉과 홍보 마케팅 지원을 받게 됐다.

1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9일 간의 열전을 마치고 4일 저녁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심플 라이프> 상영을 마지막으로 폐막했다. 개막식과 백상예술대상이 겹쳐 스타배우들의 참석이 적고, 직전에 치러진 총선의 영향으로 영화제 홍보가 원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전체 관객 수나 참여 열기 등에서는 예년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작품은 줄었으나 상영 횟수와 좌석 수를 늘리면서 관객 수는 67,144명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보였고, 좌석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약간 줄어든 80%대를 유지했다. 영화 상영 외에 야외공연이 많아져 축제성은 확대됐다. 넓지 않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열기는 더욱 뜨거웠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스타 중심의 마케팅보다는 조용히 수준 높은 작품을 관람하는 영화 중심의 행사 성격이 더욱 강해졌다. 관객들에 대한 배려는 국내 어느 영화제보다 가장 돋보여 관객중심 영화제의 명성을 확인시켰다. 주말 관객파티에는 매회 3,000명이 넘는 관객들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최고 인기작 'MB의 추억' 국정원도 깊은 관심

올해 전주영화제는 전체 작품 수가 줄었음에도 화제작들이 풍성했다. 개막작 <시스터>와 폐막작 <심플라이프>는 전주영화제의 성격과 잘 맞는 작품을 선정했다는 호평을 받았고, 정치 사회적 현실을 투영하는 소재의 영화들이 관객들의 관심을 끌며 전주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지난해 유명 맛집의 위선을 폭로한 김재환 감독의 <트루맛쇼>가 있었다면, 올해의 단연 돋보였던 작품은 'MB의 추억'이었다. 김재환 감독이 "보기 싫은 얼굴을 봐야 해 편집이 고통스러웠다"고 밝힌 영화는 관객들이 가장 열광한 작품이었다.

 13회 전주국제영화제 최고 인기작 'MB의 추억' 상영후 관객들과 대화하는 김재환 감독

13회 전주국제영화제 최고 인기작 'MB의 추억' 상영후 관객들과 대화하는 김재환 감독 ⓒ 전주국제영화제


<개들의 집> <나나> 등과 함께 최고 인기작 10편에 들었는데, 상영 전부터 풍자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화제가 만발했다. 첫 상영에 이은 관객과의 대화는 입추의 여지 없이 관객들이 들어차 열띤 분위기를 나타냈다.

특히 국정원이 영화제 측에 전화와 직접 방문 등을 통해 깊은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돼 더욱 주목됐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기존 공개된 영상들을 편집한 것이라 문제가 될 게 없는 작품이라며, 국정원 측에 궁금하면 직접 관람을 제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주영화제가 직접 제작하는 작품들도 돋보였다. '숏숏숏 2012'에서 박정범 감독은 <일주일>을 통해 대리운전과 체불임금으로 고생하는 가난한 남매의 삶을 묘사했고, 김곡 김선 감독은 <솔루션>을 통해 사회에 남아있는 군사독재의 망령을 똥을 소재로 통쾌하게 풍자했다. '서울 봉헌', '찍지마 XX',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 등을 대사로 사용해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디지털 삼인삼색' 역시 중국, 스리랑카, 필리핀 감독이 참여해 장단편 3편을 완성했고 특히 중국 잉량 감독의 <아직 할 말이 남았지만>이 주목받았다. <아직 할 말이 남았지만>은 중국 사법 현실을 고발한 작품으로 영화제작이 완료된 후 내용이 알려지면서 중국 민간인이 판권구매와 영화제 상영 중단을 문의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영화제는 이들 작품에 대한 해외 상영과 국내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안정, 외형적 성장은 한계

특정한 작품들만 아닌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매진되면서 프로그램이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병옥 감독의 <개들의 전쟁>, 이대희 감독의 <파닥파닥> 등 한국영화 신작들이 사랑을 받았고, 이장호 감독의 1970년대 작품인 <영자의 전성시대>도 관객들이 호응을 이끌어 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던 야외공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던 야외공연 ⓒ 전주국제영화제


좋은 영화 기획들을 제작 지원하는 JPM(전주 프로젝트 마켓) 또한 4회를 맞이하며 더욱 안정된 모습으로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이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상금과 현물 지원을 확대한 덕분에, 제작비 압박을 받던 작품들이 큰 혜택을 받았다. 다만 연출력이 검증된 감독들이 주요 수상자로 선정된 점과 젊은 감독들의 프로젝트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미흡한 점은 숙제로 남았다.

버스 파업으로 인해 행사에 어려움이 예상됐으나 파업 노동자들과의 상생을 통해 슬기롭게 대처한 부분은 올해 전주영화제의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농성 중인 버스 파업 노동자들을 위해 영화제는 행사 장소를 양보했고, 영화인들은 버스 파업지지 성명으로 응원했다. 이 같은 배려에 노동자들 영화제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애쓰며 서로 간의 연대를 이뤄냈다. 

13회를 맞으며 전주영화제는 더욱 안정감 있게 발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과 국제영화제 도시로서 미흡한 숙박과 교통 인프라는 영화제 발전에 과제를 남기고 있다. 200편 안팎의 편수를 더 늘릴 수 없을 만큼 외형적 성장은 한계에 닿아 있는 상황이다.

국내영화제로는 부산에 이어 2대 영화제로 꼽히고 있지만, 해외에서의 위상 확대 등은 계속된 노력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고사동 영화의 거리 외에 공간의 확장성에 대한 고민도 전주영화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연구가 필요한 사안일 것 같다.

13회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수상작


 13회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품.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자코모의 여름>, <엑스 프레스>, <잠 못 드는 밤>, <파닥파닥>

13회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품.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자코모의 여름>, <엑스 프레스>, <잠 못 드는 밤>, <파닥파닥> ⓒ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우석상(대상)
<자코모의 여름> 알레산드로 코모딘 감독(이탈리아)

*전은상(심사위원 특별상)
<엑스 프레스> 제트 B. 레이코 감독(필리핀)

*JIFF 관객상
<강은 한때 인간이었다> 얀 차바일 감독(독일)

한국경쟁 부문 

*JJ-Star상(대상)
<잠 못 드는 밤> 장건재 감독

*관객평론가상
<아버지 없는 삶> 김응수 감독

*JIFF 관객상
<잠 못 드는 밤> 장건재 감독

*CGV 무비꼴라쥬상
<파닥파닥> 이대희 감독

한국단편경쟁 부문

*ZIP&상(대상)
(애니메이션) <오목어> 김진만 감독

*우수상
(극&다큐) <너에게 간다> 신이수 감독

*우수상
(실험) <바람이 부는 까닭> 이행준 감독

아시아장편영화 부문

*이스타항공–넷팩상(최우수 아시아영화상)
<플로렌티나 후발도> 라브 디아즈 감독

폰 필름 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
<BROTHER> 모상범 감독

*감독상
<소리> 홍혜영 감독

*심사위원 특별상
<보편적 순간> 김진황 감독

전주국제영화제 JIFF MB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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