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주작, 덕룡산 종주 산행길에 만나는 기기묘묘한 암릉지대를 가야한다.
 주작, 덕룡산 종주 산행길에 만나는 기기묘묘한 암릉지대를 가야한다.
ⓒ 윤도균

관련사진보기


지난 3월 남도 여행을 다녀 올 때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간 산이 범상치 않아 가이드에게 저 산 이름이 뭐냐 물으니 "주작산 475m, 덕룡산 432.9m"이란 소리를 듣고 내 꼭 언제 저 산에 한번 오르고 말리라 다짐을 했다. 우연인지 아니면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더니 '우리산내음' 카페 7주년 기념 산행을 주작, 덕룡산으로 간다는 공지를 보고 "얼씨구!" 추임새 장단까지 치며 참가키로 한다.

애초 4월 25일 밤 무박 종주 산행을 떠나기로  예정되었으나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산행 날 남도 지방에 폭풍을 동반한 봄비가 60-80mm가량 내린다는 기상청 예보에 부득이 산행을 일주일 연기해 5월 1일 밤 12시 떠나기로 했다.

어떤 분들은 아니 산꾼이 비온다고 계획된 산행을 접느냐 평가 절하 하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반 워킹 산행이라면 비를 맞더라도 산행을 강행할 수 있지만 '주작산, 덕룡산'은 산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등산로 전 구간이 암릉으로 이어져 비를 맞고 암벽을 오르내리는 우중 산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뜻밖에 많은 회원님 일정에 문제가 생겨 카페 7주년 기념 산행은 23명의 단출한 회원이 참가한 가운데 (5월 1일 밤 12시) 사당을 출발 주작산 들머리 오 소재를 향해 달려간다.

낼 모레면 고희인 나이에 도전한 '무박 산행'

주작, 덕룡산 종주 산행 들머리 '오소재'에서 일행들이 안내도를 보며 산행대장 회나무님께 설명을 듣고 곧 산행이 이어진다.
 주작, 덕룡산 종주 산행 들머리 '오소재'에서 일행들이 안내도를 보며 산행대장 회나무님께 설명을 듣고 곧 산행이 이어진다.
ⓒ 윤도균

관련사진보기



수직 암벽 구간에 빗물이 흥건하게 흘러도 일행들 너도 나도 가볍게 통과를 한다.
 수직 암벽 구간에 빗물이 흥건하게 흘러도 일행들 너도 나도 가볍게 통과를 한다.
ⓒ 윤도균

관련사진보기



주작, 덕룡산은 전남 강진군 신전면, 해남리 오 소재에서 산행을 시작해 북동향으로 강진 도암산 석문산 못 미쳐 봉황천까지 직선거리로 약 10km 정도 구간에 걸쳐 있는 산이다. '주작산[朱雀山] 덕룡산'은 산세가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듯해서 주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아울러 수십 개에 이르는 기기묘묘한 바위봉우리들이 나열해 다소 힘이 들지만 그러나 봉우리마다 어렵게 오르면 '일망무제 [一望無際]'  파노라마 처럼 한 눈에 볼 수 있는 '다도해 강진 일대' 섬과 바다가 장관이다. 그뿐 아니다 설악산 용아 장성처럼 수려한 암릉길 비경은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로 아름답다.

그 정도로 '주작 덕룡산'은 산이 꼭 높이에 따라 산세가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을 한 마디로 일깨워 주는 아름다운 산이다. 산 높이는 비록 400m 조금 넘는 산이지만 산세는 1000m급 어느 명산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끊임없이 암릉 구간이 이어져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암벽 산행이 힘든 사람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산행을 일주일 연기한 5월 2일도 남도 지방에 20mm 안팎의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과연 내가 젊은 맴버들로 구성된 '주작, 덕룡산' 종주팀을 따라 무사히 완주를 해낼 수 있을까? 한편으로 걱정을 하면서도 모험심이 강하다 보니 "무식하면 용감" 하다고 '까짓 거 한번 도전 해보는 거지 뭐' 가다가 정 힘들어 더 이상 못하겠으면 중도 탈출하면 될것 아닌가? 생각을 하며 참여를 결정한다.

낼 모래면 고희를 바라보는 내가 자정이 다 돼 무박 산행을 떠난다고 배낭을 메고 나서자 아내와 손자 아이가 염려하는 모습으로 잘 다녀오시란 인사를 한다. 이를 뒤로하고 사당역에 도착하니 자정이다. 일행들을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낼 이른 아침 산행을 위해 버스 전등을 소등하고 너도나도 모두 꿈나라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평소 신경이 예민한 나는 잠은 커녕 오히려 머리만 더 어지로워 비몽사몽하다 간신히 토끼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그 사이 우리를 실은 차가 오 소재에 도착해 회원들을 하차시키고 있다. 이때 시간이 새벽 4시 반이다. 그런데 인근 '오 소재 약수터'에서 쏟아지는 샘물 소리가 마치 거대 폭포수에서 쏟아지는 물 소리처럼 세차다.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주작산 아름다운 암릉산행길 크고 작은 봉우리를 일행들이 하나같이 빼지 않고 잘도 넘어 간다.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주작산 아름다운 암릉산행길 크고 작은 봉우리를 일행들이 하나같이 빼지 않고 잘도 넘어 간다.
ⓒ 윤도균

관련사진보기



멀리 남해안 섬들이 한눈에 시원하게 조망된다.
 멀리 남해안 섬들이 한눈에 시원하게 조망된다.
ⓒ 윤도균

관련사진보기


차에서 내리자마자 일행중 젊은 대원들이 라면을 끓여 아침 식사를 대충 때우고 6시부터 '주작산 안내도'가 있는 오 소재 들머리에서 주작, 덕룡산 종주산행을 시작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곧추세운 듯한 가파른 계단 길을 10여 분 오르고 나니 암릉구간이 나타나 일행들 너도나도 환호하며 마치 다람쥐처럼 날렵하게 바위에 올라 나를 향하여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렇게 이어지는 산행은 때로는 지리산 통천문처럼 바위길 아슬아슬 사이도 지나고 연녹색 울창한 수목 지대도 지나고 멀리 안갯속에 희미하게 자태를 뽐내는 두륜산도 조망한다. 잠시 남해로 시야를 돌리면 얼마 전에 다녀온 '완도' 섬지방 선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고 '쉬양리재'로 이어지는 암릉 코스는 마치 수년 전 다녀온 '설악산 용아 장성' 코스 방불케 스릴만점 암릉 코스가 이어진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우리 회원님들 어쩌면 그렇게 위험한 암릉길에서도 엄살떠는 사람도 없이 어떤 이는 '오늘이 자기 생일'이라나 뭐라나 너스레를 떨며 꼬불꼬불 기암 절경 암릉길을 마치 광댓꾼 줄타기 하듯 요리조리 피해간다. 행복 산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산내음 여전사님들은 현기증 날 정도로 아슬한 암봉에 올라 자세를 취하며 모델이 되어 준다.

그러면서 "청파님 그동안 밀린 모델료 언제 줄 것이냐?"라고 여유까지 보이며 '구름에 달 가듯'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 이어졌다. '오 소재 3Km'를 지나 '쉬 앙리 재 2.8킬로' 오르막 구간은 차돌 암반 지대로, 삐쭉삐쭉 날을 세운 너덜겅을 어렵게 지나고 나니 이번엔 수직 20여m 차돌 암벽을 올라야 하는데 새벽녘 내린 비로 마치 '막수무당 작두' 타듯 세심한 주의를 하며 일행 전원 안전하게 통과한다.

산 자락에 펼쳐지는 운해 쇼... '9시간 산행' 심심하지 않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 사람들이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갑자기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일행들이 고가사다리처럼 곧추세운 수직 암벽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 사람들이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갑자기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일행들이 고가사다리처럼 곧추세운 수직 암벽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 윤도균

관련사진보기



가도가도 넘고 넘어도 끝없이 이어지는 아! 주작, 덕룡산 암릉구간이여...
 가도가도 넘고 넘어도 끝없이 이어지는 아! 주작, 덕룡산 암릉구간이여...
ⓒ 윤도균

관련사진보기



'오 소재 3.6km' 지나 (401.5봉 ~ 412봉) 사이 이어지는 암릉길엔 울긋불긋 곱게 핀 철쭉이 화사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고 고개를 들면 남해 앞바다 조망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환상이란 단어로 밖에 달리 표현이 쉽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472봉을 코앞에 두고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곧 제법 굵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판초 우의를 착용하고 디지털카메라 보호를 위해 한 손엔 우산을 들고 암릉길을 지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카메라를 접지 못 하는 내가 아무래도 뭣에 단단히 미친것 같다. 한편 '472봉 정상'에 올라 밑을 내려다보면 관악사란 아주 작은 사찰이 마치 바위 사이에 걸려 있는듯 이색 풍경으로 다가 온다. '오 소재 0.83km' 이정목 서 있는 차도를 지나 이어지는 오름길 30여 분 정도 널 산행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훈풍이 불더니 멀리 맞은편 산 자락에 운해 쇼를 펼친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주작산 475km' 정상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는데 또다시 먹구름이 몰려 오더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정상아래서 우산을 쓰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대충 점심을 먹고 곧바로 덕룡산 방향 425봉 방향을 갔다. 내가 알기로 덕룡산이 주작산보다 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 느낌은 분명히 덕룡산이 주작산보다 기암 절경도 난이도도 조금 수월한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곳 '주작, 덕룡산' 많고 많은 바위봉우리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면 대부분 산기슭에 크고 작은 저수지가 있다. 아마 바닷물을 농업용수로 이용할 수 없고 그렇다고 강도 인근에 없으니 농업용수를 저장했다 사용하는 저수지인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동봉 2.3km' 중간 바위봉우리는 영락없이 '부처님 앞에 촛불'을 켜 놓은 형상을 한 부처 바위도 만나며 산행이 이어진다.

무수히 이어지는 암봉들 아래 '실크로드처럼' 부드러운 비단길이 아름답게 이어진다.
 무수히 이어지는 암봉들 아래 '실크로드처럼' 부드러운 비단길이 아름답게 이어진다.
ⓒ 윤도균

관련사진보기



덕룡산 암봉 구간을 통과하며 일행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간다.
 덕룡산 암봉 구간을 통과하며 일행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간다.
ⓒ 윤도균

관련사진보기


산행 시간이 그럭저럭 6시간 정도 지나고 보니 그렇게 선호하던 암릉구간 리지 산행도 지루하게 느껴지며 일일이 다 타고 넘기도 어렵다. 무엇 보다도 시간이 오래 걸려 일부 험한 구간은 더러 우회를 하고 사진 찍는 것도 줄이고 산행 날머리 종점 '소 석문'까지 마의 4km 구간에서 일행들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판단에 슬그머니 선두로 앞장서 저 한 봉우리만 넘으면 산행 끝이란 생각을 했다.

반복해 열댓봉우리는 넘고 넘어 드디어 동봉(덕룡산 432m)을 지나 '소 석문'을 빤히 내려다보며 떨어지듯 내려가는 하산길엔 다리가 풀려 자칫 방심했다간 안전사고 나기 안성맞춤이라 특히 신경을 썼다. '소 석문'에 내려서며 이날 '주작, 덕룡산' 암릉 산행을 9시간에 걸쳐 모두 마치고 나니 코에 단내가 날 정도다. 허둥지둥 배낭을 벗어 던지고 '봉황 저수지' 수로 흐르는 물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나오니 기분이 날아갈 듯 가볍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힘든 산행을 일년에 한두 번 고집하는 이유는 첫째 나의 체력 한계를 확인하는 데 그 목적이 있고, 둘째 매사에 자신감과 인내력을 키울 수 있으며, 셋째 우스갯소리 같지만 돈 한 푼 안 들이고 종합건강검진한 것 이상의 쾌적한 '내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쁨을 즐기기 때문이다.

하도많은 봉우리를 넘어 나중엔 봉우리만 봐도 멈칫해질 정도다  암봉위에  비가 언제 내렸냐는듯 화창한 날씨가 종주 마지막 구간을 빛내준다.
 하도많은 봉우리를 넘어 나중엔 봉우리만 봐도 멈칫해질 정도다 암봉위에 비가 언제 내렸냐는듯 화창한 날씨가 종주 마지막 구간을 빛내준다.
ⓒ 윤도균

관련사진보기


※ 산행코스 : 오소재 ~ 362봉 ~ 401.5봉 ~ 412봉 ~ 427봉 ~ 작천소령  ~ 472봉 ~ 425봉 ~ 무덤 ~ 서봉 ~ 432봉 덕룡산(동봉) ~ 소석문

▲ 구름에 달가듯 넘고 넘는 '주작, 덕룡산' 종주길 땅끝마을 인근에 위치한 '주작, 덕룡산' 종주를 하며 겪은 체험을 동영상에 담아 기록을 남기고저 했다.
ⓒ 윤도균

관련영상보기



태그:#오소재 , #주작산, #덕룡산, #동봉, #소석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