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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롱이가 살고 있는 곳(오각형)과 황조롱이가 낳은 알의 모습
 황조롱이가 살고 있는 곳(오각형)과 황조롱이가 낳은 알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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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아파트 베란다에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가 2달째 둥지를 켜고 새끼를 부화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황조롱이가 둥지를 튼 곳은 전남 여수시 웅천지웰아파트 12층 베란다 실외기다. 황조롱이는 절벽과 민가에서 서식하는 습성을 가진다. 이러한 습성 때문에 집을 직접 짓지 않고 남의 집을 빼앗아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치가 보통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황조롱이가 새가 아닌 사람이 사는 아파트에 둥지를 켠 것은 좀처럼 보기드문 현상이다.

지난 3월 말 류영희(40세)씨는 베란다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쪽파를 심어놓은 대나무 바구니에 정체불명의 새가 알을 낳았기 때문이다. 알은 2~3일 간격으로 1개씩 약 한 달간에 거쳐 총 6개를 낳았다.

처음에는 새의 이름을 알지 못해 인터넷을 검색해보았지만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아파트 홈피에 올리고 나서야 비로소 새의 이름이 황조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황조롱이는 처음에는 얼굴을 마주치면 경계심이 심해 도망을 쳤다. 그런데 알을 품고부터는 창문을 열어도 도망을 가지 않고 있다. 새끼를 부화한 후 경계심이 심해졌지만 위협이 느껴지지 않는 이상 도망가지 않고 있다. 새끼에 대한 모성애의 본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천연기념물 323호인 황조롱이가 아파트 베란다에 놓인 바구니에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다.
 천연기념물 323호인 황조롱이가 아파트 베란다에 놓인 바구니에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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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롱이가 새끼를 부화하고 있다.
 황조롱이가 새끼를 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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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롱이가 잠시 사냥을 간 사이 둥지에는 알에서 부화된 2마리의 새끼와 아직 부화되지 않는 알의 모습이 보인다.
 황조롱이가 잠시 사냥을 간 사이 둥지에는 알에서 부화된 2마리의 새끼와 아직 부화되지 않는 알의 모습이 보인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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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가족들은 황조롱이를 정성껏 보살폈다. 새끼가 부화한 후 어미가 자리를 뜨지 않자 정육점에서 쇠고기를 얻어다 던져주면 1/3 정도를 먹고 남겼다고 한다. 또한 수놈은 어미에게 도마뱀 등 먹이를 물어다주고 있다. 어미가 놀라서 날아오르면 수놈이 바로 그 자리를 교대로 지키고 있다.

황조롱이 때문에 아들인 초등생 혜원이와 대열이는 주변에서 인기짱이 되었다. 친구들이 황조롱이를 구경시켜달라고 조르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비바람이 몰아치자 비를 맞고 있는 조롱이가 너무 불쌍해서 종이박스로 비를 안 맞게 지붕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황조롱이에 대한 류영희씨의 말이다.

"좋은 느낌인 것 같아요. 우리 집에 살아 있는 생명이 집에 들어와 새로운 식구가 생겼잖아요. 오는 사람마다 좋은 일이 찾아올 것이라고 축하해줘요. 황조롱이 때문에 더 화목해진 것 같아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국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사람의 발길이 잦아지자 황조롱이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처음 6개였던 알에서 2마리는 부화를 했고 현재 어미는 알 1개만 품고 있다. 그런데 나머지 3개의 알은 행방이 묘연하다.

황조롱이가 서식하고 있는 웅천지구 옥상에서 본 바닷가 모습
 황조롱이가 서식하고 있는 웅천지구 옥상에서 본 바닷가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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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황조롱이는 정지비행의 달인이다. 정지비행을 하면서 먹이를 찾은 뒤 기회를 포착하여 잽싸게 낚아챈다. 황조롱이가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은 지형적 위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둥지를 튼 곳이 가장 높은 층인 옥상 층이고 실외기 부분이 쏙 들어가 있어 바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사람이 눈을 피할 수 있고 앞이 확 트여 천적으로부터 공격당할 일이 없는 위치다 보니 안심하고 둥지를 튼 것으로 보인다.

몸 전체길이가 32~39cm까지 크는  황조롱이는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 323~8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황조롱이, #웅천지웰, #조롱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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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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