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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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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구에서 그저 잘하거나 열심히 한 사람들은 4·11 총선에서 안 됐다. 징글징글 맞게 한 사람만 이번에 당선됐다."

새누리당 단독과반이란 성적표를 남긴 4·11 총선이 막을 내린 뒤 한 새누리당 당직자가 한 말이다. 수도권에서 당선된 이들은 말 그대로 지역구 내 다른 정당 지지자들로부터도 인정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는 설명이다.

민주통합당 이용선 후보를 꺾고 18대 총선에 이어 재선에 성공한 김용태 새누리당 당선자(44, 서울 양천을)도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인물.

김 당선자와 이 후보 간의 표 차는 불과 1780표. 그러나 정당득표율을 비교할 때 새누리당은 양천을에서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에 비해 1만3758표나 뒤졌다. 김 당선자가 지난 4년간 지역구를 단단히 다진 결과가 승리로 온 셈이다.

김 당선자는 그동안 지역의 '민원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역구 사무실에 "주민을 위해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라는 글귀를 적은 액자를 걸어놓을 정도다. 실제로 그는 선거 전까지 총 41회의 '민원의 날' 행사와 총 80여 건의 청원 작업을 진행했다. 각각 3500명, 3만5000명이 참여한 대대적인 작업이었다.

"민주당, 4·11 총선에서 할 수 있는 자살골 다 넣었다"

김 당선자는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악착같이 지역발전을 위해 일한 점을 인정해주신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특히, 그는 "새누리당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고 민주당은 할 수 있는 자살골을 다 넣어서 지금의 결과가 나왔다"면서 당의 총선 승리를 냉정하게 분석할 것을 강조했다.

김 당선자는 "대선 땐 야권이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역동성을 발휘할 것이고 투표율도 16% 포인트 가량 높아질 것"이라며 "새누리당 지지층의 표 확장성보다 야권 지지층의 표 확장성이 더 클 것"이라고 짚었다.

그 '완전 국민참여경선제'를 강조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가까운 그는 "정권재창출을 목표로 당내 대선후보 선출과정의 역동성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며 "야권과 공직선거법 개정 협상을 통해 완전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내 친박계에서 정당정치 위배 및 역선택 우려 등을 들어 완전 국민참여경선제를 반대하는 것에 대해선 "야권과 협상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 역선택 우려가 해소될 수 있다. 포괄정당을 지향하는 현대 정당의 근간은 그 정당의 가치와 이념에 동의하는 국민들"이라며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로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냐"라고 지적했다.

또한 당내 투표 비율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경선룰 개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민주통합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선후보를 선출하고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라는 드라마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다음은 김 당선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철두철미하게 유권자 이익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집중"

- 민주통합당 이용선 후보를 1780표 차로 꺾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지역(양천을)에서 얻은 정당득표는 민주·통합진보당에 비해 1만3758표나 적더라.
"가장 중요한 진실이다. 사실 선거 때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민주통합당 공천과 관련해 광주 동구에서 투신사망 사건이 벌어졌고 관악을 단일화 과정의 여론조사 조작 문제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했다. 김용민 막말 사태까지 벌어졌다. 우리 쪽 지지자들이 자신감을 회복했다. 자체 여론조사 결과로도 평균 15%포인트 정도 앞서 있었다.

그런데 다 '헛방'이었다. 바닥에선 엄청난 정권심판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한 게 뭐 있느냐, 김용태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무슨 상관이냐,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역시 투표함을 여니깐 1.8% 포인트 차로 간신히 이겼다. 야권연대 진영과는 약 16% 포인트 차로 졌다. 표심은 정권심판론으로 정확히 향했던 셈이다. 1.8% 포인트 차라도 앞설 수 있었던 건 그동안 악착 같이 지역발전을 위해 일한 점을 인정해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감사하다."

-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지역구에서 징글맞게 한 사람만 당선됐다'고 하더라. 김 의원이 지역구에서 대표적으로 징글맞게 한 일은 무엇인가.
"지역구에서 열심히 한다는 게 대개 두 종류 정도 아닌가 싶다. 지역주민들과 스킨십하면서 안면을 익히는 방식이 우선이다. 그러나 저 같은 경우는 철두철미하게 개별 유권자의 이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집중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주민들과 냉정하고 엄중한 계약을 맺었다고 생각한다. 그 분들의 이익을 지켜드리면 표를 주신다는 차원에서 일을 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민원의 날'과 '청원 작업'이었다. 단 한 분이더라도 민원을 제기하면 해결할 수 있든 없든 간에 최선을 다 했다. 또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소상하게 그 과정을 보고했다. 선거 전까지 '민원의 날'은 41회 진행했고 약 3500명 정도가 참여했다. 약 80여 건의 청원작업에 동참한 이들은 3만5000명 정도 된다.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선거에 도움이 됐다. 민원을 해결 못하신 분들이 '그래도 그 젊은 친구가 일을 끝까지 알아봐주고 죄송하다고 그러더라.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많이 얘기해주셨다. 감동이었다. 그런 말들이 퍼지면서 김용태를 알아주신 것 같다."

- 선거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민간인 불법사찰도 여권에 악재가 아니었나.
"앞서 말했듯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사실, 민간인 불법사찰은 선거 돌입 한 달 전 얘기였다. 그 이후에 야권의 악재가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고 자신감이 붙었다. '김 의원 다 됐는데 왜 돌아다니나'라는 말도 들었지만 그건 착시 중의 착시였다. 4·11 총선의 본질은 '지금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제 나는 지역주민 49%의 질책에 대해 명확히 답해야 한다. 또 어마어마한 바람 속에서 나를 선택해주신 51%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천 길 낭떠러지 끝에서 제 손을 놓지 않은 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박근혜, 백척간두서 당 살려냈지만...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 새누리당이 초반 예상과 달리, 과반 1당을 차지했는데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지역구도가 그대로 관철됐다. 또 새누리당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고 민주당은 할 수 있는 자살골을 다 넣었다. 액면가로는 극적이고 놀라운 역전승을 한 것이다. 그러나 한 꺼풀 껍질을 까고 들어가면 이긴 것도 아니다. 2008년 총선 때와 비교할 때 수도권은 참패했다. 부산·경남 성적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7 대 3의 게임을 했다. 아무리 야권이 쫓아오더라도 6 대 4의 게임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5.5 대 4.5의 게임이 됐다. 정당득표율이나 각 후보의 득표수를 봐도 마찬가지였다."

- 총선과 대선은 다르단 얘기인가.
"대선과 연계지어 본다면 무슨 수로 이길 수 있을지, 정당만 놓고 보면 깜깜하다. 표 확장성이 중요하다. 야권에선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역동성을 발휘할 것이다. 2002년의 역동성을 생각해 봐라. 선거판을 20~30% 포인트 뒤집는 건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대선 투표율은 지금보다 적어도 16% 포인트 정도 높아질 것이다. 이 경우, 새누리당 지지층의 표 확장성과 야권 지지층의 표 확장성 중 어느 쪽이 더 넓어질까. 춘래불사춘(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이다."

-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한계'라고 봐야 할까.
"박 위원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어느 누가 이 백척간두에서 당을 살려낼 수 있었겠나. 지금 의석수는 박근혜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 노고를 인정한다. 다만, 이번 성과는 박 위원장이 얻을 수 있는 최대치다. 우리의 목표가 정권재창출이라면 대선도 이겼다는 분위기로 일방통행해서는 안 된다."

- '지도부 내정설' 등이 불거졌을 때 박 위원장은 "당내에서 혼란과 분열이 가중되는 것은 국민들께 걱정과 불안을 안겨드릴 것"이라며 '정쟁'으로까지 규정했다. 어떻게 봤나.
"그 뜻은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이해가 안 된다. 소위 당내 세력분포를 보자면, 80~90%가 박 위원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그런데 '전당대회를 조용히 치러야 한다, 정쟁해선 안 된다' 이러면 무엇을 어떻게 하란 얘기인가. 당내 현실을 반영해 지도부를 계파 안배로 구성하는 건 중요치 않다. 새 지도부가 정권재창출이란 절체절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당내의 합의를 어떻게 만들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전대에 출마할 분들은 정권재창출을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총력전 체제를 어떻게 짤 것인지, 그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민중당 시절부터 연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인가.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나는 민중당 운동을 했던 운동권 출신이 아니다. 장기표 선생이 1992년 서울 동작갑에서 민중당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나를 비롯한 서울대 정치학과 학생들이 거기에 자원봉사를 나갔다. 그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그 때 김문수 지사가 사무장을 맡고 있었고 김성식 의원이 기획실장을 맡고 있었다. 차명진, 임해규 의원이 중앙당에서 민중당 후보들의 연락책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후에 민중당이 해산됐는데 나는 막내 역할을 하면서 그 분들과 인간적인 연을 맺어왔던 것뿐이다. 김문수 지사나 차명진 의원 등과 나를 같은 선상에 놓는 건 그 분들에게 누가 된다."

- 오랜 인연만큼 김 지사를 잘 알지 않나? 리더로서 김 지사의 장점은 무엇인가.
"김 지사도 박 위원장만큼 원칙을 세우면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점은 김 지사가 '현장 중심'이란 점이다. 반드시 현장에 가서 들어보고 사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풀어간다. 예전에는 결과로 승부를 보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실천 과정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 사안 하나 하나에 대해 국민들을 필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필사적으로 현장을 지키고 사람들의 의견과 마음을 읽는 점에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도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김 지사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김 지사의 대선 캠프에서 경선룰 협상 담당을 맡았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인가.
"아니다. 현재 캠프도 구성 안 됐다. 결과적으로 느슨한 형태의 자원봉사 조직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김 지사가 돈이나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나는 캠프의 대변인 개념으로 (경선룰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건 아니다. 내 역할을 설명하자면, 대선 국면에서 정권재창출을 목표로 당내 대선후보 선출과정의 역동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한다. 또 그 과정 중에 김 지사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소개하려 한다. 일단 대선을 둘러싼 정치 과정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야권과 공직선거법 개정 협상을 통해서 전 국민이 참여해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바로 완전 국민참여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이다."

"야권 '단일화 드라마' 준비하는데 새누리당은 뭐할 건가"  

- 친박은 완전 국민참여경선에 부정적이다. 대의정치나 정당정치를 부정하고 역선택 우려도 있다는 주장이다.
"말도 안 된다. 역선택 가능성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여야가 동시에 치르면 금방 해소된다. 또 현대정당에서 정당의 정체성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포괄정당이다. 당원원서를 내고 당비를 납부하는 사람이 정당의 근간이 되는 게 아니라 그 정당이 내세우는 가치와 이념에 동의하는 국민이 정당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그 근간이 어떻게 의사를 표출해야 할까? 당의 대선후보를 선출하는데 본인이 가서 선거인단 명부에 등록하고 선출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4·11 총선 때 국회의원 후보를 어떤 방식으로 공천했나. 당원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로 결정했다. 그런데 지금 당원의 목소리가 반영 안 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또 공직후보는 이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선출돼야 한다. 여론조사로 공직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은 이제 퇴출돼야 한다. 부정확한 여론조사보다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지 않겠나."

- 일각에서는 당내 투표 비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말도 안된다. 앞서 말한 대로 대선후보 선출과정이 땜질식으로 돼선 안 된다. 동원선거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민주통합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선후보를 선출하겠단 것 아닌가. 거기다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라는 멋진 드라마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할 건가."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국회의원이 사소한 민원을 일일이 해결하는 게 본래 일이냐'고 지적하는 분들이 계시다. 하지만 난 정반대의 견해를 갖고 있다.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이해집단의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다. 의원들이 이런 갈등 조정 능력을 어디에서 훈련받고 단련하나. 지역구다. 더불어 지역구의 일은 먼 달나라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 일이다. 사사로운 민원도 있지만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야기된 민원도 있다.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 우리나라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속된 말로 뭘 알아야 면장이라도 하지 않겠나. 현장을 알아야 정책을 비판하고 법안을 입안하고 고친다. 지역구가 곧 의원이 있어야 할 현장이다."


태그:#김용태, #새누리당, #김문수, #대선, #4.11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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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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