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잠이 들었을까요. 모기가 물은 것처럼 팔목 부위가 가려운 것 같았습니다. 긁어도 가려움증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잠이 서서히 다시 깨기 시작했지요. 벌써 모기가 돌아다니는 걸까?
지난 일요일(29일)은 봄에서 여름으로 건너뛰었는지 낮 기온이 꽤 무덥게 여겨질 만큼 더워서 베란다 창문을 다 열어놓고 쉬이 가는 봄을 아쉬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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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요일(28일) 남원의 한 야산의 길가에 피어있는 작은 꽃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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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예전 4계절에서 어느 샌가 2계절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춘하추동이 아닌 여름과 겨울 2계절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추워서 몸을 움츠리며 옷을 껴입었던 게 지난주 같은데 1주일 여 만에 반팔이 아니면 더위를 느낄 정도니 우리나라 계절은 이제는 '뚜렷한 사계절'이 아닌 '뚜렷한 이계절'로 바꾸어 표현해야 맞을 것 같네요.
어쨌든 이날 더워서 문을 다 열어놨는데 비록 때가 이르기는 하지만 그때 모기가 들어온 후 팔목 부위를 문 것 같아 몸을 일으켜 세웠지요. 시계를 보니 11시 30분경이었는데 이때 깨어난 후 바르는 모기약을 찾아서 가려운 부위에 발랐습니다.
그러고는 창고 안쪽 깊숙하게 처박아 놨던 액체모기약을 찾아서 콘센트에 꽂았습니다. 또 그것도 모자라다 생각해 모기향을 방안 가득 뿌리기도 했답니다. 작은 모기가 방에 들어와 그렇게 문 걸로 알고 말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더욱 이상해집니다 대충 모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놓고 불을 끄고 다시 누웠지만 점점 몸이 이상해집니다. 한없이 가려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어? 왜 이러지. 그렇게 생각하니 온 몸이 견딜 수 없이 가려운 것입니다. 긁다 긁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시한번 몸을 일으켜 세울 수 밖에 없었답니다.
온몸이 열이 나면서 탈이 생겨도 단단히 생긴 것 같았습니다. 불을 켜고 다시 가려운 부위를 살펴보았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몸 전체가 울긋불긋해지고 두드러기가 전신을 덮고 있는 거였습니다. 뭔가 몸에 이상 물질이 들어와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거지요.
저녁 먹은 것 가운데 뭐가 탈을 일으켰을지를 생각해 보니 의심이 가는 건 두 가지 입니다. 저녁 반찬으로 소라를 삶아서 초장에 찍어 먹고 또 두릅 나물도 먹었는데 이 둘 중 하나가 몸에 이상을 일으킨 것 같았습니다. 일단 약상자를 뒤져 항히스타민제가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없어서 대신해 소염진통제만 두 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두드러기는 가라앉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해지는 거였습니다. 급기야 얼굴까지 번지는 듯해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새벽 1시에 집을 나서 응급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0분여 자전거를 끌고 도착한 단원병원 응급실. 불과 3주 전에도 현기증 때문에 찾았는데 요사이는 응급실행이 잦은 듯 해 씁쓸합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몸이 아픈데 말입니다.
응급실 당직 의사와 상담하니 아마도 두릅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고 하더군요. 병원조치는 간단했습니다. 먼저 수액제재를 투여하기 위해 주사바늘을 꼽은 후 그 바늘을 통해 주사약 2개를 몸에 투여하더군요.
수액제재는 핏속에 섞여 있는 독성물질을 중화시켜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30분여 그렇게 응급실 시트에 누워 있다 보니 그렇게 심하게 퉁퉁 부어오르던 몸이 진정이 되면서 1시간여가 흐르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정상을 되찾더군요. 해서 곧 바로 집으로 돌아와 남은 잠을 청할 수 있었고 한밤중의 소동은 이렇게 마무리 될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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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펼쳐져 있는게 지리산 입니다. 중턱이상은 아직은 삭막한 모습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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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수정 맥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자수정 생산은 맥이 끊겨 있는데 이곳에서 발견된 자수정 광맥이 예상대로 생산 된다면 국내 보석산업에도 도움이 되겠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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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에서 따온 두릅이 잘못된 듯 이날 저를 고통에 시달리게 한 두릅은 하루 전날인 토요일 지리산 자락인 남원의 한 야산으로 일 때문에 갔다가 촬영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따온 거였습니다. 산을 내려오는데 야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한 무더기의 두릅나무에 봉긋 솟아있는 두릅 순을 보고는 맛있게 먹는 상상을 즐겁게 하면서 한 움큼 정도 따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따온 후 하루가 지난 일요일 저녁에 이 두릅순을 삶아서 초장에 찍어 먹었던 겁니다.
이날 두릅순을 먹을 때 우리 네 식구가 같이 먹었는데도 저만 탈이 난 것은 그중 하나에 다른 나무순이 섞여 있어서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두릅하고 비슷하게 생긴 나무순 가운데 옻나무가 그렇게 생겼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얼마 전 야생 나물 채취해 함부로 먹지 말라는 식약청의 발표가 있기도 했는데 이번에 쓰디쓴 경험을 하게 된 거지요.
야생 나물, 겉보기에는 아무리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나물이라고 생각해도 이렇게 한두 개가 섞여 들어 올 때는 대책 없이 이상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종종 독버섯을 식용버섯으로 알고 먹다 사망까지 이르는 뉴스를 접하고는 하는데 자칫 잘못했으면 지리산에 따온 싱싱한 야생 두릅순(?) 먹고 자칫 더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이나마 다행일 듯 싶습니다. 어쨌든 몸으로 때워 가면서 이번에 배운 것은 산에 가서 나물을 함부로 따올 일도 아니고 또 함부로 먹을 일도 아니라는 큰 교훈을 얻은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