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막 잠이 들었을까요. 모기가 물은 것처럼 팔목 부위가 가려운 것 같았습니다. 긁어도 가려움증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잠이 서서히 다시 깨기 시작했지요. 벌써 모기가 돌아다니는 걸까?

지난 일요일(29일)은 봄에서 여름으로 건너뛰었는지 낮 기온이 꽤 무덥게 여겨질 만큼 더워서 베란다 창문을 다 열어놓고 쉬이 가는 봄을 아쉬워 했습니다.

지난 토요일(28일) 남원의 한 야산의 길가에 피어있는 작은 꽃 입니다.
 지난 토요일(28일) 남원의 한 야산의 길가에 피어있는 작은 꽃 입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서울은 예전 4계절에서 어느 샌가 2계절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춘하추동이 아닌 여름과 겨울 2계절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추워서 몸을 움츠리며 옷을 껴입었던 게 지난주 같은데 1주일 여 만에 반팔이 아니면 더위를 느낄 정도니 우리나라 계절은 이제는 '뚜렷한 사계절'이 아닌 '뚜렷한 이계절'로 바꾸어 표현해야 맞을 것 같네요.

어쨌든 이날 더워서 문을 다 열어놨는데 비록 때가 이르기는 하지만 그때 모기가 들어온 후 팔목 부위를 문 것 같아 몸을 일으켜 세웠지요. 시계를 보니 11시 30분경이었는데 이때 깨어난 후 바르는 모기약을 찾아서 가려운 부위에 발랐습니다.

그러고는 창고 안쪽 깊숙하게 처박아 놨던 액체모기약을 찾아서 콘센트에 꽂았습니다. 또 그것도 모자라다 생각해 모기향을 방안 가득 뿌리기도 했답니다. 작은 모기가 방에 들어와 그렇게 문 걸로 알고 말입니다.

지난 28일 남원 지리산 자락은 온갖 봄꽃으로 한참이었습니다.
 지난 28일 남원 지리산 자락은 온갖 봄꽃으로 한참이었습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더욱 이상해집니다

대충 모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놓고 불을 끄고 다시 누웠지만 점점 몸이 이상해집니다. 한없이 가려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어? 왜 이러지. 그렇게 생각하니 온 몸이 견딜 수 없이 가려운 것입니다. 긁다 긁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시한번 몸을 일으켜 세울 수 밖에 없었답니다.

온몸이 열이 나면서 탈이 생겨도 단단히 생긴 것 같았습니다. 불을 켜고 다시 가려운 부위를 살펴보았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몸 전체가 울긋불긋해지고 두드러기가 전신을 덮고 있는 거였습니다. 뭔가 몸에 이상 물질이 들어와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거지요.

저녁 먹은 것 가운데 뭐가 탈을 일으켰을지를 생각해 보니 의심이 가는 건 두 가지 입니다. 저녁 반찬으로 소라를 삶아서 초장에 찍어 먹고 또 두릅 나물도 먹었는데 이 둘 중 하나가 몸에 이상을 일으킨 것 같았습니다. 일단 약상자를 뒤져 항히스타민제가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없어서 대신해 소염진통제만 두 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두드러기는 가라앉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해지는 거였습니다. 급기야 얼굴까지 번지는 듯해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새벽 1시에 집을 나서 응급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0분여 자전거를 끌고 도착한 단원병원 응급실. 불과 3주 전에도 현기증 때문에 찾았는데 요사이는 응급실행이 잦은 듯 해 씁쓸합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몸이 아픈데 말입니다.

응급실 당직 의사와 상담하니 아마도 두릅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고 하더군요. 병원조치는 간단했습니다. 먼저 수액제재를 투여하기 위해 주사바늘을 꼽은 후 그 바늘을 통해 주사약 2개를 몸에 투여하더군요.

수액제재는 핏속에 섞여 있는 독성물질을 중화시켜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30분여 그렇게 응급실 시트에 누워 있다 보니 그렇게 심하게 퉁퉁 부어오르던 몸이 진정이 되면서 1시간여가 흐르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정상을 되찾더군요. 해서 곧 바로 집으로 돌아와 남은 잠을 청할 수 있었고 한밤중의 소동은 이렇게 마무리 될 수 있었답니다.

철쭉도 이제 막 봉우리를 피어 올리고 있더군요.
 철쭉도 이제 막 봉우리를 피어 올리고 있더군요.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저 멀리 펼쳐져 있는게 지리산 입니다. 중턱이상은 아직은 삭막한 모습이었습니다.
 저 멀리 펼쳐져 있는게 지리산 입니다. 중턱이상은 아직은 삭막한 모습이었습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자수정 맥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자수정 생산은 맥이 끊겨 있는데 이곳에서 발견된 자수정 광맥이 예상대로 생산 된다면 국내 보석산업에도 도움이 되겠더군요.
 자수정 맥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자수정 생산은 맥이 끊겨 있는데 이곳에서 발견된 자수정 광맥이 예상대로 생산 된다면 국내 보석산업에도 도움이 되겠더군요.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지리산 자락에서 따온 두릅이 잘못된 듯 

이날 저를 고통에 시달리게 한 두릅은 하루 전날인 토요일 지리산 자락인 남원의 한 야산으로 일 때문에 갔다가 촬영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따온 거였습니다. 산을 내려오는데 야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한 무더기의 두릅나무에 봉긋 솟아있는 두릅 순을 보고는 맛있게 먹는 상상을 즐겁게 하면서 한 움큼 정도 따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틀림없는 두릅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틀림없는 두릅이었습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그렇게 따온 후 하루가 지난 일요일 저녁에 이 두릅순을 삶아서 초장에 찍어 먹었던 겁니다.

이날 두릅순을 먹을 때 우리 네 식구가 같이 먹었는데도 저만 탈이 난 것은 그중 하나에 다른 나무순이 섞여 있어서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두릅하고 비슷하게 생긴 나무순 가운데 옻나무가 그렇게 생겼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얼마 전 야생 나물 채취해 함부로 먹지 말라는 식약청의 발표가 있기도 했는데 이번에 쓰디쓴 경험을 하게 된 거지요.

야생 나물, 겉보기에는 아무리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나물이라고 생각해도 이렇게 한두 개가 섞여 들어 올 때는 대책 없이 이상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종종 독버섯을 식용버섯으로 알고 먹다 사망까지 이르는 뉴스를 접하고는 하는데 자칫 잘못했으면 지리산에 따온 싱싱한 야생 두릅순(?) 먹고 자칫 더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이나마 다행일 듯 싶습니다. 어쨌든 몸으로 때워 가면서 이번에 배운 것은 산에 가서 나물을 함부로 따올 일도 아니고 또 함부로 먹을 일도 아니라는 큰 교훈을 얻은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두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