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기남>의 흥행요소

영화 <간기남>의 포스터 그 치명적인 유혹

▲ 영화 <간기남>의 포스터 그 치명적인 유혹 ⓒ (주)트로피 엔터테인먼트, (주)더드림픽쳐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간기남>은 매우 영리한 작품이다. 도발적인 제목과 그에 어울리는 주연 배우의 이름만으로 영화가 스스로를 홍보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제작사는 이를 통해 마케팅 비용을 꽤 많이 절감했으리라.

우선 제목부터 살펴보자. '간기남'이란다.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왠지 세련되지 못하고 심지어는 천박함까지 느껴지는 제목이지만 자꾸만 눈이 간다. 기대가 된다. 왜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에서 '간통'이란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이중성 때문이다. 요즘같이 원나잇스탠드가 공공연히 존재하는 개방적인 시대, 혹자는 간통을 살아있는 화석쯤으로 폄훼하지만, 생각보다 적지 않은 이들의 일상 속에서 간통은 현재진행형이다.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부당하다는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간통죄가 아직까지 존속되는만큼 우리 사회는 간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간통의 이중성 아직 우리 사회에서 간통은 유효하다

▲ 간통의 이중성 아직 우리 사회에서 간통은 유효하다 ⓒ (주)트로피 엔터테인먼트, (주)더드림픽쳐스


따라서 사람들의 간통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다. 사람들은 모든 간통이 궁금하다. 앞에서는 쿨하지 못하다며 간통을 무시해도, 뒤돌아서서는 뒷담화에 정신없기 마련이다. 내가 직접 연루만 되지 않았다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간통만큼 재미있는 볼거리도 없기 때문이다. 관음증적인 요소를 채워주는 것은 물론이요, 액션과 스릴러가 따르는 간통. 결국 영화 <간기남>은 바로 이와 같은 간통의 본질을 꿰뚫음으로써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화는 박시연을 주연배우로 내세움으로써 그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박시연, 그녀가 누군던가. 비록 연기력은 인정받지 못하지만 육감적인 몸매만으로 많은 남성들을 설레게 하는, 배우 스스로도 자신을 가리켜 '육덕지다'라고 표현했던 바로 그 박시연 아니던가. 그런 박시연이 하필 간통을 정면에 내세운 영화에 출연하다니, 어찌 남성들의 애간장이 녹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과연 그녀의 노출은 어디까지일까? 영화는 그녀의 매력을 어떻게 살릴까?

박시연의 매력 눈을 뗄 수 없다

▲ 박시연의 매력 눈을 뗄 수 없다 ⓒ (주)트로피 엔터테인먼트, (주)더드림픽쳐스


샤론스톤이 연상된다 그녀의 변신은 성공적이다

▲ 샤론스톤이 연상된다 그녀의 변신은 성공적이다 ⓒ (주)트로피 엔터테인먼트, (주)더드림픽쳐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박시연의 매력을 극대화 시키는데 비교적 성공한 듯 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박시연의 몸짓 하나하나에 눈을 뗄 수 없었으며, 영화 <원초적 본능>의 샤론스톤을 떠올렸다. 박시연의 역할이 샤론스톤의 오마주임을 감안할 때, 영화는 분명 소기의 성과를 이룬 것이다.

<간기남>에서 박시연의 존재는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검은 상복을 입어도 원피스를 입은 것 같다"는 극중 대사처럼 그녀는 영화에서 무엇을 걸쳐도 섹시했으며, 무슨 말을 하더라도 고혹적이고 뇌쇄적이었다. 특히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다가 아주 살짝 남자를 유혹하는 표정을 드러내는 장면은 배우로서 박시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 컷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매력적일 수 있는지.

하필 그녀는 미망인이다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

▲ 하필 그녀는 미망인이다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 ⓒ (주)트로피 엔터테인먼트, (주)더드림픽쳐스


팜므파탈 박시연 다음 연기가 기대된다

▲ 팜므파탈 박시연 다음 연기가 기대된다 ⓒ (주)트로피 엔터테인먼트, (주)더드림픽쳐스


그뿐만이 아니다. 대놓고 '간통'을 운운하는 영화는 여주인공 박시연에게 하필 미망인의 역할을 맡김으로써 남성 관객들의 성적 판타지를 더욱 자극한다.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에서 미망인이나 이혼녀는 어쨌든 남성들의 성적 대상화가 비교적 쉬운 대상인만큼 많은 성적 판타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남편이 없음은 물론이요, 돈도 많고 섹시한 미망인. 형사 역의 박희순과 미망인 역의 박시연이 장례식장 한 구석에서 나누는 격렬한 사랑은 결국 이와 같은 판타지의 시각화이며 현실화다. 아마도 많은 남성 관객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감히 물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박희순과 같은 위치에 처했다면 박시연 같은 여인을 거부할 수 있을까?'

미망인과의 로맨스 결국 사랑에 빠진 형사

▲ 미망인과의 로맨스 결국 사랑에 빠진 형사 ⓒ (주)트로피 엔터테인먼트, (주)더드림픽쳐스


요컨대 영화 <간기남>의 흥행 원동력은 앞서 언급한 두 요소의 화학적 결합이다. 물론 박희순의 안정적인 연기가 바탕이 되고 오밀조밀 잘 엮어진 시나리오 역시 적지 않은 몫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어쨌든 현재 영화는 제목과 배우만으로 최소한 대한민국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데 성공했고, 이는 영화의 인기를 이끌고 있는 중이다.

결국 그녀가 궁금한 것은?

잘 짜여진 얼개와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들 덕에 싸구려 냄새가 나는 제목과 달리 나름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영화 <간기남>.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민망함에 고개를 들 수 없었는데, 그것은 사건을 모두 정리한 채 사라진 미망인 박시연 분과 형사 박희순 분의 마지막 통화 내용 때문이었다.

부적절한 관계 형사는 넘어갈까?

▲ 부적절한 관계 형사는 넘어갈까? ⓒ (주)트로피 엔터테인먼트, (주)더드림픽쳐스


장례식장에서 강렬한 사랑을 나누다가 왜 도중에 그만 두었느냐는 여자의 질문에 절대 간통은 안 된다는 남자의 답변.

물론 영화는 이를 해명하기 위해 박희순이 연기한 형사의 유년 시절의 기억을 소환한다. 간통을 저지른 그의 아버지와 매맞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가 느낀 트라우마. 하지만 그래도 찝찝함은 남는다. 문제는 간통은 절대 안 된다는 소신이 아니라, 그의 간통에 대한 범위, 즉 스스로를 용서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말한다. 절대 간통하지 않았다고. 비록 박시연 분 미망인과 감정을 나누고 키스를 하고 온몸으로 애무를 해도 그것은 간통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멈쳤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의 간통 기준은 바로 삽입인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에게 떳떳한 그.

그러나 관객으로서 나는 그 떳떳함이 영 불편하다. 차라리 유혹에 넘어갔었다고 인정하면 인간적으로 연민이라도 느낄 것을, 삽입하지 않았으므로 간통은 아니라는 그의 자기위한은 궁색하게만 느껴진다.

결국 아내가 궁금한 것 같이 잤어?

▲ 결국 아내가 궁금한 것 같이 잤어? ⓒ (주)트로피 엔터테인먼트, (주)더드림픽쳐스


게다가 더욱 기가 막힌 건 그런 형사를 바라보는 경찰 아내의 시선이다. 그녀는 궁극적으로 미망인에게 묻는다. 남편이랑 잤느냐고. 그리고 나서 보여지는 그녀의 태도는 남편이 미망인과 안 잤기 때문에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다는 투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자지만 않았다면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은 상관없다는 시각인 것이다. 과연 현실도 이와 같을까? 이건 너무 남성적인 시각이 아닐까?

어쨌든 현재 영화 <간기남>은 순항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불편함이 존재했지만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잘 만들어진 작품인 듯 하다. 특히 박시연이란 배우를 다시 보게 만드는. 그녀가 다음 작품에서도 호연하길 바란다.

간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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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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