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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의 <진보와 저항의 세계사> 겉 표지
 김삼웅의 <진보와 저항의 세계사> 겉 표지
ⓒ 철수와 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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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두 가지를 모두 이룩해야 한다. 정치적인 민주화, 그리고 경제적인 민주화가 그것이다. 이에 관한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는 두 권의 책이 있다. 김삼웅의 <진보와 저항의 세계사>와 박노자·지승호의 인터뷰집<좌파하라>가 바로 그것.

김삼웅의 <진보와 저항의 세계사>는 그야말로 세계사에서 민주화를 이룩한 사건들을 압축해 기록하고 있다. 뭐랄까, 거시적인 안목에서 쓴 책이라 해야 할까. 소크라테스의 재판에서부터 '파리 코뮌'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한국 근현대의 민중저항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역사 혁명을 다루고 있다.

"동학혁명, 2·1 항쟁, 4월 혁명, 5·18광주항쟁, 6월 항쟁, 그리고 두 차례 민주 정부 수립의 역사를 가진 우리는 북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아랍의 봄' 시위가 계속될 때 '먼 산 불구경'을 했다.

리비아의 카다피, 이집트의 무바라크, 튀니지의 벤 알리, 예멘의 살레 대통령이 쫓겨나거나 처형될 때 한국에서는 독재자 이승만의 동상이 다시 세워지고, 박정희의 거대한 기념관이 건립되었다. 역사의 역설일까. 아니면 역사의 반동현상일까."(<진보와 저항의 세계사> 머리말 중)

분명 그렇다. 세계 역사는 끊임없이 진보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독재정치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발돋움만 봐도 알 수 있다. 오직 분노와 저항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가능했다. 그게 없었다면 지금까지의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고 완벽한 민주주의가 시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모두가 자유롭고, 모두가 평등한 주권을 누리고 있을까.

아니다. 참된 민주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는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이명박 정권 들어서 역사의 시계 방향은 거꾸로 돌고 있다고 진단하는 게 그것이다. 그나마 청년들의 저항은 좀 더 나은 민주주의를 꿈꾸게 한다고 말한다.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 후퇴, 서민생계 파탄, 남북관계 적대화를 심화시켰다. 하지만 국민은 역사의 반동을 방관하지 않았다. 촛불시위를 비롯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집회, 4대강 반대,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2011년 10월 26일 실시된 서울 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 당선 등 깨어 있는 국민, 특히 청년층이 역사의 반동을 막고 개혁진보의 가치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한국 청년의 면면한 저항과 진보의 역사의식을 다시 보여주었다."(<진보와 저항의 세계사> 289쪽)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좌클릭'

박노자·지승호의 인터뷰집 <좌파하라> 겉 표지
 박노자·지승호의 인터뷰집 <좌파하라> 겉 표지
ⓒ 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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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와 지승호의 인터뷰집 <좌파하라>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경제민주화의 최종 종착지가 될 수 없다며 되레 그보다 나은 새 시대를 열기 위해 국민들 의식이 좌로 클릭돼야 함을 역설한다. 미시적인 관점으로 혁명과 개혁의 세계사를 다루기도 한다.

"진중권씨나 김어준씨 둘 다 같은 시장, 같은 틈새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나는 꼼수다>가 훨씬 더 전문적으로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억압적인 학교 제도에 질리고, 장기적 전망 부재에 피곤하고, 미래가 두렵고, 이명박 같은 사람이 역겹고, 보수 정치가 끔찍한, 그렇다고 이 사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어디에서도 익힐 수 없는 젊은이들한테 <나는 꼼수다>나 진중권은 신선한 음료수 같은 존재요. 콜라 같은 겁니다."(<좌파하라> 20쪽)

듣고 보니 그렇다. 진중권이나 <나는 꼼수다>나 <이슈 털어주는 남자>나 그밖에 수많은 팟캐스트 방송들은 청량제와 같은 게 사실이다. 한국사회에서 쌓인 분노와 원한을 풀어주는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라고 꼬집는다. 그들로서는 골리앗과 같은 경제적인 장벽들을 넘어설 수 없다고 진단한다.

정권이 바뀌면 가능할까. 하지만 지금껏 민주화되고 나서 네 명의 대통령을 경험했지만, 결코 바뀌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자유주의적 색깔이 있는 극우 김영삼, 고전적인 리버럴한 김대중, 사민주의적인 노무현, 강경 극우 이명박. 그들이 서로 다른 이념과 노선으로 집권했지만 경제민주화는 역시 요원했다는 진단이다. 민중에 대한 그들의 정책은 오히려 일관되게 흘러왔다는 뜻이다.

"문재인과 유시민에게 반성이 있었던가"

누가 그 매듭을 풀 수 있을까. 박근혜가 대통령에 오르면 가능할까. 문재인이나 안철수, 유시민이 권좌에 오르면 가능할까. 박노자는 결코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들은 서민경제를 위한 이미지 변신을 하고 개혁을 표방한다고는 하지만, 모두 정치적인 장사꾼들에 불과했다고 꼬집는다. 그 누구도 국민의 편에 선 진심이 없다는 뜻이다. 그것은 역대 정권을 잡았을 때, 그리고 현재의 집권여당으로 활동하는 일만 봐도 훤히 알 수 있다고 한다. 국민들 의식이 좀 더 완강하게 '좌클릭'돼야만 참된 경제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시민이나 문제인의 노무현 관련 저서를 한 번 정독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 줄의 반성이라도 보이나요?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일입니다. '짱'의 위대한 령도를 받아 한 일에 대해서는, 그들은 원천적으로 자기비판 할 줄을 모릅니다.

… 평양의 군중과 달리, 그들은 어떤 사회적 압력을 의식해서 '빠질'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다 거래되는 '자유 대한'에서 가신(家臣)의 영광스런 길을 스스로 택한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더 한심한가요? 제게는, '카카'를 씹을 대로 씹으면서도 아키히로(明博)의 왕좌를 박원순이나 유시민이 차지한다 해도 이 나라 노동자들이 그대로 죽어날 거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는 <나는 꼼수다>의 팬들이 평양의 군중보다 훨씬 더 한심해 보입니다."(<좌파하라> 209쪽)

정치민주주의를 다룬 김삼웅의 <진보와 저항의 세계사>는 그야말로 교과서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민주화를 위한 진보와 저항도 두루뭉술하게 기록하고 있다. 어떠한 논쟁거리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에 비해 박노자·지승호의 인터뷰집 <좌파하라>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충분한 논쟁거리를 제기한다.

그런데도 어떤가. 이번 총선에서 우리 국민의 의식은 역사의 시계 방향과는 다르게 돌아가지 않았던가.  어쩌면 그것은 대선 정국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또 다른 경제민주화의 이미지에 속고 또 속아 넘어가는 것 말이다. 정치 장사꾼들은 그걸 원하고 있지 않을까. 분명한 건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희망은 '좌로 클릭한 저항의 역사'에서부터 비롯됐다는 것. 이 두 권의 책이 이 지점을 조명하고 있으니 한 번 탐독하길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진보와 저항의 세계사> (김삼웅 씀 | 철수와 영희 | 2012.04 | 1만3800원)
<좌파하라> (박노자·지승호 씀 | 꾸리에 | 2012.04 | 1만4000원)



태그:#김삼웅의 〈진보와 저항의 세계사〉, #박노자와 지승호의 인터뷰집〈좌파하라〉, #아키히로(이명박), #진중권 나꼼수 이털남, #서민생계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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