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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경찰서가 바쁜 영농철을 맞은 농민들의 편의를 위해 오토바이 출장 면허시험을 실시했다. 이날 시험에 합격한 응시자들은 2주 후 면허증이 발급된다.
▲ 나도 이제 떳떳한 라이더! 서산경찰서가 바쁜 영농철을 맞은 농민들의 편의를 위해 오토바이 출장 면허시험을 실시했다. 이날 시험에 합격한 응시자들은 2주 후 면허증이 발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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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를 훌쩍 넘긴 노인부터 운전면허 시험 응시 자격이 부여되는 17살(응시자격 만 16세 이상) 고등학교 학생들이 한 곳에 모였다. 지난 26일 진행된 오토바이 운전면허 시험이 열린 태안군민체육관 앞 공터는 68명의 응시생들로 북적거렸다.

국가공인시험(?)이라서 그런지 이날 시험장에 몰려든 응시생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차 있었다. 특히, 시험 절차를 몰라 신체검사를 마치지 않고 시험장에 나타난 노인들부터 글을 모르거나 시각장애인에 이르기까지 응시자들은 시험을 주관한 서산경찰서 관계자들의 애를 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 파견된 경찰들의 일사불란한 통제와 친절한 안내로 예정 시간보다는 조금 지체되긴 했지만 응시자들은 무난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강풍으로 인해 코스가 바람에 날려 설치에 어려움을 겪자 서산경찰 관계자들이 코스를 못으로 고정하고 있다.
▲ S자 코스 설치 강풍으로 인해 코스가 바람에 날려 설치에 어려움을 겪자 서산경찰 관계자들이 코스를 못으로 고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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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태안지역에는 강풍주의보가 발령됐다. 야외에서 시험을 치러야하는 실기시험의 특성상 포장으로 제작된 코스를 설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태안문예회관 관계자 등의 도움으로 무난히 시험이 진행됐다.

원서 접수에서부터 교통안전 교육, 학과시험, 코스 기능시험에 이르기까지 한 번에 실시된 이날 출장면허시험은 서산경찰서가 농번기 바쁜 태안지역의 농민들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시험이다. 연간 3~4회 정도를 태안지역으로 직접 찾아와 시험을 실시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응시생들이 현장에서 면허시험을 접수하고 있다. 접수비는 1만5000원으로 사전에 적성검사를 받지 않은 응시자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 면허시험 접수도 현장에서... 응시생들이 현장에서 면허시험을 접수하고 있다. 접수비는 1만5000원으로 사전에 적성검사를 받지 않은 응시자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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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경찰서가 서산중앙병원의 협조를 얻어 사전에 신체검사를 마친 응시자들은 이날 현장에서 1만5000원의 응시료를 내고 원서를 접수했다. 이후 실내에서 이륜차 운행시 안전모 착용 등 교통안전 교육과 학과시험을 치렀다.

이날 시험장에는 문맹인 노인들과 장애인까지 포함돼 경찰관계자가 시험지를 읽어주면서 학과시험을 치렀다.
 이날 시험장에는 문맹인 노인들과 장애인까지 포함돼 경찰관계자가 시험지를 읽어주면서 학과시험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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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학과시험에서는 문맹자는 물론 장애인까지 시험에 응시해 경찰 관계자가 직접 문제지를 읽으면서 응시생들의 필기시험을 도와 눈길을 끌었다.

두세 번씩 반복되는 문제를 듣고 응시생들은 한 문제씩 차근차근 차분하게 풀어 나갔다. 하지만, 이를 답답하게 생각한 고등학생 응시생들은 시험 중간에 손을 들고 "먼저 풀고 나가도 되는 거죠?"라고 물었다. 이후 고등학생 응시생들은 40문항을 순식간에 풀고 시험장을 빠져나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출장시험시 대개는 먼저 밖에 나가더라도 필기시험 채점결과가 발표된 뒤 기능시험을 치를 수 있다. 또한, 응시장에서 노인들이 함께 필기시험을 치르는 것을 감안해 응시장에 남아 있는데 이날 시험에 응시한 학생들은 무언가에 쫓기듯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마침내 문제지가 배부되고...
▲ 학과시험 문제지 배부 마침내 문제지가 배부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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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옆 응시자의 답안을 커닝하는 응시자. 이날 학과시험에 응시한 68명의 응시자들 모두가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 컨닝? 슬쩍 옆 응시자의 답안을 커닝하는 응시자. 이날 학과시험에 응시한 68명의 응시자들 모두가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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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학과시험이 끝나고 20여 분 동안의 채점 끝에 학과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는 68명 응시생 전원 합격. 바쁜 농번기를 뒤로 하고 출장면허시험에 도전한 주민들의 속사정을 아는지 친절한(?) 경찰의 도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응시생들은 100% 합격률을 보였다.

[시험장 풍경] 할머니의 폭주... "속도 줄이세요!"

S자 코스가 설치되자 본 시험 전에 자전거로 코스를 타보고 있는 응시자. 효과가 있었을까.
▲ 자전거로 코스타는 응시자 S자 코스가 설치되자 본 시험 전에 자전거로 코스를 타보고 있는 응시자. 효과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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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용 사륜오토바이에 모여든 응시자들. 응시자들은 스위치 조작으로 주행되는 게 아닌 손잡이로 조작되는 시험용 오토바이가 생소한 지 시험전에 몰려들어 사륜오토바이를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우리가 타는거랑 다른디? 시험용 사륜오토바이에 모여든 응시자들. 응시자들은 스위치 조작으로 주행되는 게 아닌 손잡이로 조작되는 시험용 오토바이가 생소한 지 시험전에 몰려들어 사륜오토바이를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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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이어진 기능시험. 50cc 이륜 오토바이에서부터 4륜 오토바이에 이르기까지 학과시험에서 자랑스럽게 합격의 영광을 안은 응시자들은 경찰들이 노면 위에 설치하는 S자 코스를 보며 나름대로의 전략을 구상하는 모습이었다.

평소 같으면 노면위에 S자 코스를 그냥 펼쳐놓겠지만 강풍으로 인해 이날 코스는 못으로 바닥에 고정시켰다.

"속력을 더 내" 주위에서 기능시험을 지켜보고 있는 응시자들이 위태위태한 응시자를 보고 훈수를 한다. 이 학생도 결국은 합격의 영광을 얻었다.
▲ 위태위태한 응시자 "속력을 더 내" 주위에서 기능시험을 지켜보고 있는 응시자들이 위태위태한 응시자를 보고 훈수를 한다. 이 학생도 결국은 합격의 영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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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설치가 완료되고 첫 기능도전자가 나섰다. 도전자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많이 타본 솜씨인지 이 학생은 금세 S자 코스를 빠져나왔다. 시험을 감독하는 경찰관의 입에 물린 호르라기에서 코스 시험을 마쳤다는 신호가 울리고, 이내 "합격"이 통보됐다.

두 손을 번쩍 치켜드는 학생. 첫 시험자이고 첫 합격자인만큼 다가가서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합격 소감과 함께 오토바이 면허를 취득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이 학생은 "단번에 합격하게 돼 기뻐요"라며 "2주 후에 면허증이 발급된다고 하던데 면허증을 받으면 곧바로 알바를 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창 공부에 매진해야 할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면허증을 취득하게 됐다는 말에 가슴 한구석이 짠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날 면허에 도전한 학생은 10여 명. 이 학생들 대부분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면허시험에 도전했다고 하니 한켠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일었다.

학생들의 도전에 이어 사륜오토바이(일명 '사발이') 시험이 시작됐다. 응시자 대부분은 노인들로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수확한 농작물을 나르기 위해 시험에 응시했단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사륜오토바이 운전면허에 도전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그동안 배웠던 사륜오토바이와 조작방법이 다르다며 불평했다. 그러더니 조작이 미숙해 폭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 사륜오토바이 운전면허에 도전한 할머니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사륜오토바이 운전면허에 도전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그동안 배웠던 사륜오토바이와 조작방법이 다르다며 불평했다. 그러더니 조작이 미숙해 폭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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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륜오토바이 첫 번째 시험에 나선 것은 나이 지긋한 할머니. 이 할머니는 경찰의 안내로 안전모를 착용한 뒤 사륜오토바이에 대해서 설명을 요구했다. 할머니가 그동안 배워왔던 오토바이와는 다소 다른 듯 보였다.

"내가 배운 거는 스위치로 작동하는 건디…. 이건 손잡이를 돌리는 겨?"
"네. 일반 오토바이처럼 천천히 손잡이를 돌리면 돼유. 너무 세게 돌리면 빨리 나가니께 조심하구유."

경찰의 설명을 듣고 오토바이에 오른 할머니. 처음에는 부드럽게 출발을 하더니 코스가 진행될수록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어, 어, 속도를 낮추세요!"

경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할머니는 긴장했는지 더욱 손잡이를 돌렸다. 갑자기 폭주한 오토바이를 따라 경찰이 쫓아갔다.

다행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할머니는 못내 아쉬운 듯 오토바이에서 내리면서 "한번 더 타게 해줘. 그럼 잘 할 것 같은디…"라고 애원했다. 다시 오토바이에 오른 할머니는 처음보다 안전하게 코스 주행을 마쳤다. 본래 시험 전부터 2번의 기회를 준다는 말을 듣지 못했난보다. 이렇게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폭주족(?) 할머니도 결국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시험장에서도 양복을 빼입고 넥타이를 맨 샐러리맨의 여유있는 모습도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기도 했다. 이날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시험장을 찾은 응시생의 대부분은 합격의 영광을 안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일상에 복귀했다.

출장면허시험을 주관한 서산경찰서 관계자는 "바쁜 농번기를 맞아 주민들을 위해 출장면허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면허를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번기에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운전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또 올해부터 50cc 미만 이륜자동차도 사용신고와 의무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운전면하 합격했다고 해도 면허증 발급 전까지 운전을 하다가 적발되면 면허가 취소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1월 1일부터 자동차관리법 개정에 따라 배기량 50cc 미만 이륜자동차 보유자는 의무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삼성화재 관계자에 의하면 50cc 이하 이륜자동차의 의무보험료는 나이와 배기량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6~10만 원선, 125cc는 13만 원 정도의 보험료를 납입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태그:#오토바이운전면허, #서산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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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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