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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원 입구의 허공에 떠 있는 '마늘소 먹거리 타운' 광고
 도리원 입구의 허공에 떠 있는 '마늘소 먹거리 타운'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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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양면은 의성군 중에서 대구와 가장 가까운 면이다. 면 소재지는 '의성 마늘소 먹거리 타운'이 개설되어 있는 화전리이다. 화전(花田)리는 1600년 무렵 신지제(申之悌)라는 선비가 마을을 개척할 때 동네 앞밭[田]에 목단꽃[花]들이 너무나 곱게 만발해 있어서 그렇게 지명을 정했다고 전해온다.

옛날 사람들은 동네 앞을 흐르는 쌍계천을 봉천(鳳川)이라 불렀다. 그리고 봉천이 휘감아 흐르는 땅의 모양이 마치 봉(鳳)황이 양(陽)지 바른 곳에 앉은 듯 보인다고 해서 자신들의 거주지에 봉양(鳳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의성군 홈페이지에 따르면, 봉양 이전에는 보통 하천(下川)으로 불렀다고 한다.

도리원 입구의 풍경, 오른쪽 주황색 건물에 '도리원 버스 터니널' 간판이 뚜렷하다.
 도리원 입구의 풍경, 오른쪽 주황색 건물에 '도리원 버스 터니널' 간판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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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봉양과 화전보다 더 널리 사랑받아온 이름이 있다. 도리원이다. 지금도 봉양면 소재지의 시외버스 정류장 건물에는 '도리원 버스 터미널'이라는 대형 간판이 걸려 있다. 도리원이라는 이 이름은 안동 및 의성 쪽과 상주로 가는 길목 삼거리인 이곳이 옛날에 말을 갈아타는 역(驛)이 설치되어 있던 원(院)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도리'는 옛 문헌에 '都里'로 나온다. '都'는 '도시', '里'는 '마을'이므로, '都里'를 '사람이 많이 사는 마을' 정도의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도리원이 '院'이었으니 사람이 많았을 것이야 당연하기 때문이다.

도리원 곳곳에 휘날리고 있는 마늘소 홍보물
 도리원 곳곳에 휘날리고 있는 마늘소 홍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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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는 한자로 '桃李'였다고 이해되기도 한다. 하천시장이 홍수 때마다 피해를 입자 1920년 9월 당시 김춘식 면장이 지금의 자리로 시장을 옮겼는데, 주변에 복숭아[挑]와 오얏나무[李]가 많은 것을 보고 시장에 '挑李院시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지금도 도리원으로 들어가는 옛날 다리 입구에는 '市場移設金春植記念(시장이설김춘식기념)'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비석이 남아 있다.

도리원으로 들어가려면 대구-의성-안동으로 가는 5번 국도를 달리다가 문득 오른쪽으로 접어들어야 한다. 중앙고속도로 의성 인터체인지에서 내리자마자 있는 그 분기점은 찾기도 쉽다. '봉양면(도리원)'이라 새겨진 커다란 돌이 길가 오른쪽에 세워져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하늘에 떠 있는 웅대한 마늘 두 쪽과 소의 얼굴 덕분이다. '의성 마늘소'라는 글자와 함께 군침을 흘리는 소의 얼굴, 그리고 커다란 마늘 두 쪽이 도리원으로 들어가는 도로의 허공을 두드러지게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소의 얼굴과 마늘 아래로는 전광판의 글자가 흐른다. '의성의 자랑- 봉양면 마늘소 먹거리타운입니다' 등의 내용이다. 그러고 보니, 의성 인터체인지를 내리자마자 길가 좌우에 난무하던 깃발을 본 기억이 난다. '의성 마늘소-봉양 먹거리 타운'과 '의성 마늘포크-봉양 먹거리 타운'을 노란 바탕과 파란 바탕에 각각 아로새긴 휘장이 도로 양옆에서 줄을 지은 채 나부끼고 있었다.

휘장에 '마늘'이 강조된 것은 의성이 우리나라 최대의 한지(寒地) 토종 마늘 생산 지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수입해온 종자를 의성에서 키워도 그것은 '의성마늘'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만큼 의성 사람들의 '의성마늘'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물론 소비자들도 의성마늘의 뛰어난 우수성을 전적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의성IC 내리자마자 '의성 마늘소'와 '의성 마늘포크'가 당당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버스정류소도 마늘 모양
 버스정류소도 마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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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소재지 안으로 들어서면 좁은 중심가 좌우에 '의성군이 지정한' 식당 12곳이 마늘소 요리를 준비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토종인 의성마늘을 먹여서 키운 우리 한우의 고기이니 완벽한 우리 먹거리이다. 배가 출출하거나 식도락을 즐기고 싶은 분은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러나 바로 식당으로 들어서면 안 된다. 중심가 중에서도 한복판에 위치한 의성축협정육점으로 가서 쇠고기를 직접 구입해야 한다. 그 후 지정 식당으로 가야 한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한껏 얻고 싶은 의성군이 색다른 장치를 해둔 것이다.

면 소재지가 끝나가는 지점에서 오른쪽을 보면 쌍계천에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건너편 바로 위 허공에는 크게 높지 아니한 산자락이 걸려 있다. 산 아래로 중앙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찻길과 산 사이에 하반신을 반쯤 숨긴 연푸른빛 건물이 하나 부끄러운 듯 머리만 내밀고 있다. 그 건물이 바로 의성이 자랑하는 '탑산약수온천'이다.

쌍계천을 건넌다. 다리가 끝나면 왼쪽으로 접어드는데, 팔각정처럼 생긴 기묘한 건물 하나가 강가에 세워져 있다. '저것이 무엇인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는 찰나, 누군가가 걸어놓은 현수막이 그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중간 지점이 휘감겨 글자들이 한눈에 판독되지는 않지만 대략 '씨름님, 당신은 언제 (이 땅에 태어나) 數千年(수천년)을 어떻게 살아왔으며, 지금도 이렇게 살아가야 합니까?' 정도의 내용이다. 씨름 관계자들이 한국 씨름의 더딘 발전이나 침체를 걱정하여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한 것 같다. 건물 옆에는 '塔山 韓國(탑산 한국) 씨름터'라는 비석도 세워져 있다. 

도리원의 탑산온천. 사진에 보이는 팔각정이 씨름연습장이다.
 도리원의 탑산온천. 사진에 보이는 팔각정이 씨름연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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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와 탑산온천 사이에 조성된 이곳 강변 평지는 '탑산체육공원'이다. 팔각정은 해마다 여러 차례 씨름 대회를 하는 씨름장이다. 이곳에 팔각정이 세워져 있는 것은 의성이 씨름계의 전통 강호 자리를 지켜온 씨름 명문 고장이기 때문이다. 이봉걸, 이태현 등의 천하장사들이 의성 출신이다. 지금도 의성교육장기 학생씨름대회가 매년 열릴 정도이니 의성의 씨름 열기와 수준은 알아줄 만하다. 미리 군청에 물어(054-833-0601) 씨름대회가 열리는 날을 알아낸 다음, 그날 이곳을 찾으면 마늘소 식도락과 탑산약수온천욕 그리고 씨름대회 구경의 '풀코스'를 즐길 수 있으니 최고의 일정을 구가할 수 있을 법하다.

면 소재지 입구의 전광판이 '의성의 자랑- 봉양 마늘소 먹거리타운'하고 선전을 했지만, 탑산약수온천(http://www.topsanspa.com) 또한 의성의 자랑이다. 7천만 년 전 금성산 화산이 분출할 때 생겨난 전국 최고의 게르마늄(72.4㎍) 성분으로 가득한 온천이기 때문이다. 유황, 셀레늄, 리튬, 식염, 유화수소 등이 충만하므로 '약수' 온천이라는 자랑이다. 물론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가능한 선전이니 결코 허위 또는 과장 광고가 아니다. 탑산약수온천의 '약수'는 피부비용, 노화방지, 체질개선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씨름 연습장
 씨름 연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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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의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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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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