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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빅뱅이 베트남 호치민을 방문했다. 늦은 밤시간에 도착한 그들을 보기 위해 많은 베트남 젊은이들이 호치민 탄솟년 공항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는 소식을 현지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빅뱅, 필자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룹이다. 처음 그들이 한국에 나타났을 당시, 그저그런 따라하기 아이돌 그룹이 일본풍 냄새 나게 시작했군 했는데, 이젠 다른 가수들과는 다른 감칠맛이 나는 음악을 하고 있다. 표절문제와 대성의 사고로 주춤하긴 해도, 나이먹은 필자가 들어도 흥겹고, '색깔있네'란 생각이 절로 든다. 여기 베트남 젊은사람들도 빅뱅은 한국 다른 아이돌과는 다른 색깔을 지녔다고 느끼고 있다. 역시 음악은 공통된 언어인가 보다.

빅뱅 공연이 열린 푸토경기장에서는 공연 시작 전부터 이미 많은 베트남 청소년들이 모여들었다. 입장을 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선 모습은 흡사 과거 한국에 외국의 유명 가수가 왔을 때 봤던 인파행렬을 떠오르게 한다. 베트남의 4월은 건기시즌이며, 잔인하다 할만큼 덥다 못해 태양이 뜨겁다. 그런 것에 아랑곳없이 입장하기를 기다리는 그들의 열정은 어느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예전에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역시나 공연중에 실신하는 여성, 울고불고... 그 비싼 티켓이 날개가 돋친듯 팔려나가고... 그러나 베트남 언론은 이것이 못마땅한가 보다. 한국 아이돌그룹에 10대들이 너무 미쳤다는, 공부를 등한시 할 수 있다는 등등의 이야기를 한다. 기성새대의 눈에는 한심한 어린 것들로 보일 것이다.

이런 류의 기사가 나간 이후 반박이나 하듯 인터넷엔 10대들을 항변하는 기사들이 올라온다.

'우리들을 비평하기 전에 10대인 우리의 감정을 이해해달라, 사람들은 유명한 축구선수, 베트남가수 혹은 리더를 찬양하고 좋아한다. 왜 우리가 한국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면 안되는지 이해가 안된다. 팬이 가수를 좋아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우리는 오픈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며, 단순히 빅뱅의 댄스와 외모 때문에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수년간 트레이닝을 하며, 고된 시간을 보내야지 가능하다. 그들은 스스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사람들이다. 지금의 빅뱅이 있는 이유이다. 일부 소수팬의 부정적인 부분을 가지고 베트남의 K-pop 팬 전체를 평가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겪어왔던, 외국가수의 홍역을 베트남도 겪고 있는 중이다. 동남아시아에서 K-pop에 대한 사랑은 일찍히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가 되었고, 특히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열기가 대단하다. 베트남도 못지 않다고는 하는데, 필자가 베트남 10대를 만나보지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른 동남아 나라보다는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푸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빅뱅콘서트를 보던중 기절하여 경비원에게 실려나가는 젊은 여성
▲ 실신하여 실려나가는 팬여성 푸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빅뱅콘서트를 보던중 기절하여 경비원에게 실려나가는 젊은 여성
ⓒ 류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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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빅뱅콘서트는 얌전하게 TV나 인터넷으로만 점조직으로 있던 팬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사건이다. 10대들의 k-pop에 대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며, v-pop 가수들에게는 변화란 화두를 던져주었을 것이다.

베트남에 오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과거 한국의 20-30년 전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것이다. 교육열 높고, 아직은 순박한 사람들과 헌신적으로 자식들을 돌보는 어머니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과거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현재의 베트남사람들이 k-pop에 느끼는 두려움과 동경감도 우리가 과거에 외국가수의 방한으로 느꼈던 그런 감정들과 비슷할 것이다. 자라나는 나라의 주역들이 타국 문화에 빠져,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을까라며 두려워하고 있을 베트남의 기성세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현재 베트남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수없는 전쟁을 치러냈고, 겪어왔던 세대들이다. 프랑스와의 전쟁이 끝난 후 미국과 싸우게 됐고, 다시 중국과도 수년간 싸우게 된다. 그들의 삶은 헐벗고, 굶주리고, 두려움만 가득하였다. 총칼의 두려움없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삼시세끼 걱정없이 사는게 그당시에 그들의 꿈이었을 것이다.

전쟁을 모르고 자란 10대들에게 있어 부모님세대와의 충돌은 시대의 산물이며, 타협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것이다.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과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는 것은, 마음을 열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다.

베트남은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면에서도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내에서도 프로그램과 노래가 만들어지지만, 미국에서 만들어진 베트남 드라마나 쇼, 노래 등도 음성적으로 돌아다니고 있으며, 현지 베트남 사람들도 즐겨보고 있다. 또한 베트남 TV에 노출신도 많이 등장하고, 사랑과 관련된  주제가 주를 이르며, 한국과 중국 드라마도 많이 방송된다.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로서, 나라에 부작용이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쉽게 통제를 가할 수 있는 곳이며, 나라기강이 어지러워질 때는 가차없이 매를 들기도 한다. 기성세대와 신세대들간의 문화충돌이 어디서 합의점을 찾을지 이방인으로서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빅뱅콘서트에 참여하지 못해, 베트남 10대들의 열기를 직접 느끼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땡볕에 줄을 서서 기다릴 열정은 없지만, 함께 즐길 마음만은 넉넉하기에 다음 K-pop 콘서트를 기대해본다.


태그:#베트남,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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