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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국회의원 선거 후 언론보도를 보면, 바야흐로 '박근혜 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낙동강 벨트 상징이었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당선자(부산 사상구)는 언론에서 거의 사라졌다. 정동영 의원(서울 강남을 낙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이름도 별다르지 않다. 물론 지난 16일 <중앙일보>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단독 보도해, 하루 종일 관심이 있었지만 아직은 '설'만 있을 뿐이다.

 

박근혜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것은 제수 성폭행 미수 의혹이 제기된 김형태 당선자 (경북 포항남·울릉)과 석·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을 넘어 '복사'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문대성 당선자(부산 사하갑)에 대한 발언이다.  

 

이준석 비대위원은 두 당선자를 "출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비대위원 발언이 알려지자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포기하더라도 쇄신을 추진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대학에서, 법적인 공방에서 결론이 날 것이고, 그에 따라 당규에 따른 조치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위원장의 발언은 100석도 힘들다면 새누리당은 과반의석을 얻어 구세주가 되었다면 오만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다. 내가 하는 말에 더이상 토 달지 말라는 선언으로 들린다. 김태성과 문대성 두 당선자 행위는 드러날 만큼 다 드러났다. 김태성 당선자 제수씨가 폭로한 녹취록과 언론 인터뷰를 보면 김 당선자를 모함하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말로 단정 지울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다. 여성이 자신이 당한 모욕을 언론을 통해 낱낱이 공개했다. 이는 자신의 생명까지 걸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법적 공방이 결론이 날 때까지 기다리자고.

 

"대학과 법적 판결 후"는 정치적 직무유기

 

문대성 당선자 논문 '복사'는 어떤가. 지난 2일 국내 22개 학술단체로 구성된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는 "2007년 2월 김 모씨가 발표한 명지대 박사학위 논문과 문 후보가 같은 해 8월 발표한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을 비교한 결과 문 후보가 심각한 수준으로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문 후보에게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었다.

 

전형적인 뒷북이지만 <동아>는 17일 교수 임용 직전 논문도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문 당선자가 동아대 교수로 임용되기 직전인 2005년 한국스포츠리서치에 발표한 논문 '태권도학과 재학생의 태권도용품 광고 성향 인식에 관한 연구' 역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면서 2004년 M대 태권도학과 윤모 교수가 발표한 논문 '태권도 용품 광고가 대학생의 구매 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유사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현재 162석을 가진 거대 여당이다. 이런 거대 여당이 두 당선자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면 정치적 직무유기다. 정당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책임있는 상황이 발상하면 법적인 판단이 끝나기 전에 정치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모든 것을 사법부에 맞기려면 정당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정치권은 비리와 불법 사실이 밝혀지면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 법원 판결이 나면"이라는 말 한마디로 넘어가려는 직무유기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고질병에 걸려 있다.

 

19대 총선 기간 중 김용민 막말 발언은 나라가 무너질 사안이라며 지면을 도배하면서도 문대성·김형태 문제는 애써 침묵했던 <조선>도 오만하다. 김대중 고문은 17일 '기사회생에 기고만장한 새누리당' 제목 칼럼에서 "이번 두 당선자의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그 사안을 알고도 당선시켰다는 점"이라며 "유권자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고 했다. 유권자들이 문제가 있지만 지지했으니 출당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조선> "유권자, 김태성과 문대성 문제 알고 찍었다"

 

특히 그는 "그럼에도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당선자를 벌할 것이냐는 것은 새누리당의 자유다. 다만 놀라운 것은 그 과정의 경박성"이라며 "먼저 두 사람은 사안을 부인하고 있다. 또 성추행 미수 문제는 10년 전의 것이 왜 이제 불거져 나왔는지 석연치 않은 점, 논문 표절의 경우는 그가 학자가 아니고 체육인 출신이라는 점 등이 확인되고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즉, 두 사람이 부인하고 있고, 지금에 와서 10년 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무언가 '음모'라는 주장이다. 특히 문대성 당선자가 체육인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완전 어이상실 이다. 그럼 김용민 막말 발언은 8년 전 인터넷 방송에서 했다. 김 고문 논리대로면 김용민씨 막말 발언도 문제를 삼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김용민씨 발언과 두 당선자 성폭행 미수와 논문 복사 의혹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런데도 김용민씨는 안 되고, 두 당선자는 용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언론인으로서 기본이 안 된 것이다.

 

김 고문은 "당 차원의 조사도 없이 일개 비대위원의 주장에 의해 정당인의 사형(死刑) 격인 출당을 먼저 거론하는 것은 지극히 경솔하거나 경박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며 "새누리당이 그렇게 엄격했다면 선거 도중이라도 사퇴시켰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비대위원 출당 발언을 "경박"으로 규정했다. 참 어이가 없다. 특히 그는 "두 당선자의 문제를 야당의 '막말 수준'으로 몰고 가는 것도 당내 들뜬 분위기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을 밀어준 보수지지층의 고육(苦肉)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젊은 층과 중도층을 기웃거리는 리버럴리즘이 고개를 드는 듯하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겸손하게, 촐싹거리거나 교만하지 않고, 그리고 매사에 신중하게 가는 것이 보수(保守)의 길"이라고 했다. 이게 <조선>의 실체다. 보수가 제수씨를 성폭행하려다가 거친 국회의원 당선자를 과반 의석 때문에 출당을 미적거리고, 석박사 학위 논문을 복사했는데도 그냥 넘어가자는 것은 보수가 아니라 수구다. 진정한 보수가 보면 구역질이 날 정도로 수치스러운 보수 모독이다. 이런 자들에게 다시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형태, #문대성, #박근혜, #조선일보,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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