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콧수염을 달고 있는 길고양이 새끼들, 챨리 채플린처럼 콧수염을 달고있다.
▲ 길고양이 아가들 콧수염을 달고 있는 길고양이 새끼들, 챨리 채플린처럼 콧수염을 달고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몇 년 전 길고양이가 옥상에 살그머니 올라와 새끼를 낳았다. 새끼를 둔 어미인지라 쫓아내지도 못하고, 그해 겨울에서 봄까지 그렇게 길고양이들을 옥상에서 키우다시피했다.

어미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았지만, 새끼들은 이내 친해져서 제법 같이 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부담이 되었는지 어미는 새끼를 모두 데리고 가출을 했다. 지금은 그 새끼들의 새끼들이 밤이면 이 동네 골목을 활보하고 다닐지도 모를 일이다.

이파리까지 노랗게 물든 괭이눈, 어두운 골짜기에 황금빛 가득하게 하는 빛깔이다.
▲ 괭이눈 이파리까지 노랗게 물든 괭이눈, 어두운 골짜기에 황금빛 가득하게 하는 빛깔이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계곡이 좋은 숲, 음침한 곳엔 골짜기를 환하게 밝히는 괭이눈이라는 꽃이 있다. 그 괭이눈에 그리 길지 않은 봄햇살이라도 잠시 비춰주면 눈이 부시다. 나는 '괭이눈'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꽃모양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햇살이 따가울 때 동공이 세로로 찢어져 섬뜩한 고양이눈, 그늘이나 어두운 곳에서 동공이 동그랗게 열려 귀여운 고양이눈, 햇살의 양에 따라 고양에의 동공은 다채롭게 변한다. 햇살에 따라, 아침과 점심과 저녁, 꽃들은 지기까지 다양하게 변한다. 고양이 눈처럼, 게다가 모양도 닮았다.

들이나 길가에서 흔히 마날수 있는 괭이밥, 이파리가 시콤새콤하여 어릴 적에는 이파리를 먹기도 했다.
▲ 괭이밥 들이나 길가에서 흔히 마날수 있는 괭이밥, 이파리가 시콤새콤하여 어릴 적에는 이파리를 먹기도 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이 꽃은 '괭이밥'이라는 꽃이다. 고양이들이 설사가 나면 이 풀의 이파리를 뜯어먹으며 속을 달랬다고 한다. 어쩌면 '고양이 풀뜯는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실재로 괭이밥의 이파리에는 설사를 다스리는 성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간혹 '개가 풀 뜯는 소리를 한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런 풀을 뜯어 먹거나, 풀잎에 맺힌 이슬이나 물방울을 핧아먹는 모습때문에 나온 말일 터이다. 아직, 그 현장을 보지 못했지만, 괭이밥의 시큼털털한 신맛은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인다.

어쩌면 보석함을 닮은 이 모양때문에 '괭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은 아닐까 싶다.
▲ 괭이눈 어쩌면 보석함을 닮은 이 모양때문에 '괭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은 아닐까 싶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바로 요 모양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 이렇게 고양이 눈을 닮은 꽃들을 피운다. 이미 지어진 이름이기때문에 '괭이눈'을 닮았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이름을 지으라고 했다면 '보물상자' 혹은 '판도라의 상자'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앙다문 입술을 열었더니만 그 속에 눈이 들어있다.

작은 종기에 가득한 씨앗들, 이것이 고양이의 눈을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 괭이눈씨앗 작은 종기에 가득한 씨앗들, 이것이 고양이의 눈을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괭이눈의 씨앗이다. 어쩌면 이것이 훨씬 더 극명하게 눈을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종기그릇을 닮은 곳에 들어있는 씨앗들, 그 종기그릇의 크기는 굵은 빗방울 하나면 가득찬다. 저 작은 그릇에 빗방울 하나가 하늘에서 '툭!' 떨어지면, 씨앗은 혼비백산하는 척하면서 신나게 여행을 떠난다.

사연이 있어 '괭이'라는 이름이 붙은 꽃들, 우리나라 꽃 이름은 참으로 재미있다. 그 꽃의 이름을 처음 지어준 이의 섬세함이 고마울 뿐이다.


태그:#길고양이, #괭이눈, #괭이밥, #큰괭이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