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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서글퍼도 커튼콜'의 은반지(이혜진 분)와 유정란(송인성 분).우여곡절 끝에 카페 '커튼콜'에서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아픔에 대하여 이해해 간다.
 연극 '서글퍼도 커튼콜'의 은반지(이혜진 분)와 유정란(송인성 분).우여곡절 끝에 카페 '커튼콜'에서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아픔에 대하여 이해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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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Curtain Call): 공연이 끝나고 연기자나 연주자의 인사나 앙코르 등을 위해 관객이 치는 박수갈채. 막이 내린 뒤, 관객이 찬사의 표현으로 환성과 박수를 계속 보내어 무대 뒤로 퇴장한 출연자를 무대 앞으로 다시 나오게 불러내는 일.

'커튼콜'이란 그냥 일반적인 박수, 단순한 칭찬의 박수가 아니라 본 무대가 끝나고 몇 차례 수없이 다시 불러내어 쳐 주는 진심 어린 박수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우리 중 몇이나 그런 커튼콜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4월 6일부터 15일까지 공연된 연극<서글퍼도 커튼콜>(김슬기 작, 오유경 연출)은 우리의 인생은 누구나 박수받아 마땅하고, 퇴장 후에도 다시 나와 박수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연극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김슬기 작가와 '혜화동 1번지' 3기 동인이자 그룹 '동(動)시대'의 오유경 연출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한국공연예술센터(HanPAC)가 2008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신진작가와 역량 있는 연출을 연결하여 새로운 연극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로 <봄 작가, 겨울 무대>의 2011년 네 개 작품 중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오유경 작가의 <서글퍼도 커튼콜>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봄 4월에 다시 올린 것이다.

'서글퍼도 커튼콜'의 반지(이혜진 분, 왼쪽)와 우람(안중권 분). 티격태격하지만 서로의 상처를 알아가고 보듬어준다.
 '서글퍼도 커튼콜'의 반지(이혜진 분, 왼쪽)와 우람(안중권 분). 티격태격하지만 서로의 상처를 알아가고 보듬어준다.
ⓒ 문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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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월 공연은 작년 무대보다 면밀해져 더욱 연극적 재미를 더하였다. 무대 뒷면에 가득한 꽃장식은 찬사받아 마땅한 인생의 꽃과 같은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그 사이로 각 인물의 내면을 연기하는 김현진의 '그림자' 역할을 보강하여 극을 더욱 입체적으로 꾸몄다.

내용은 아픔과 상처로 가득한 세 명의 주인공 이야기다. '은반지'는 엄마와 새아버지가 자살한 후에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다. '최우람'은 엄마의 외도로 늘 외롭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던 카페 '커튼콜'의 주인집 딸 은반지를 좋아한다. 우람의 어머니인 '유정란'은 젊은 시절 성폭행을 당하고, 그 남자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은 예전엔 활기가 넘쳤지만, 이제는 고양이 소리만 들리는 카페 '커튼콜'에서 서로 알게 되고 상처를 보듬고 위로하게 된다.

우람은 반지가 없는 동안 카페 커튼콜을 지킨다. 반지가 돌아오자 그녀에게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이야기하고 사랑을 고백하지만, 무뚝뚝한 반지는 우람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사이 우람의 엄마인 정란이가 카페에 찾아온다. 밝고 자유분방한 정란이가 처음에는 버겁지만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 반지는 차츰 자신의 이야기도 풀어내며, 둘은 서로 인정하기 시작한다.

극중 정란이 반지에게 키스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지만 위로의 '어루만짐'으로 해석된다.
 극중 정란이 반지에게 키스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지만 위로의 '어루만짐'으로 해석된다.
ⓒ 문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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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반지 역의 이혜진은 특유의 눈 깜빡임 연기로 의기소침한 한편 씨익 웃는 모습의 긍정적인 캐릭터를 잘 살려내고 있었다. 최우람 역의 안중권 역시 불우한 가정 탓에 우울하지만, 반지에 대한 사랑에는 적극적인 사랑스러운 반항아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두 젊은 남녀 주인공의 티격태격하는 사랑 다툼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어색한 관계인 두 여자 주인공이 서로 알아가며 보듬고, 상처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보는 것 또한 이 연극의 묘미를 더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1기, 95학번인 오유경 연출과 1년 선후배 사이인 송인성은 자유분방하고 명랑한 18세에 '어머니'가 된 유정란 역을 잘 표현해냈다.

특히 연극 중·후반부에 아픔을 얘기하며 흐느끼는 은반지에게 정란이 살며시 다가가 키스하는 장면은 사실 충격이다. 여자들끼리의 입맞춤은 우리 정서상 무척 어색하고, 다른 성적 의미가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지만, 이 극을 잘 이해한 사람이라면 그러한 장면은 오히려 진정한 마음끼리의 '어루만짐'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연극이 끝나고 이어진 열띤 관객과의 대화에서 "볼에 키스하는 것으로 연출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관객의 질문에 오유경 연출은 "서로가 깊이 공감하고 알게 된 상황에서 단순히 흔한 포옹이나 볼에 하는 키스로 충분한 표현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답변하였다.

연극 '서글퍼도 커튼콜'의 오유경 연출(왼쪽)과 김슬기 작가.
 연극 '서글퍼도 커튼콜'의 오유경 연출(왼쪽)과 김슬기 작가.
ⓒ 문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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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오유경 연출은 "상처받은 세 주인공의 이야기이지만, 아픈 경험을 가지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삶의 이야기이다. 힘들지만 '너 참 수고했다'며 위로해주고 서로에게 박수 쳐 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바라며, 공감하고 연출하였다"고 연출의도를 설명하였다.

김슬기 작가는 "'유정란', '은반지', '최우람'이라는 극 중 인물의 이름은 사실 처음에 큰 의미를 두고 지은 것은 아니었지만, 연극이 진행됨에 따라 각 인물의 성격에 맞게 자리 잡아 가고 있더라. 아마 그러한 이름이 어딘가로부터 나에게 주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암전 후의 화려한 커튼콜처럼 어둠 후 찾아오는 밝고 힘찬 인생의 모습과 그들과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박수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작품의도를 설명하였다.

대개 공연을 보고 난 후 공연의 출연진에게 박수를 치게 되지만, 이번 연극에서 관객들은 두 번, 아니 어쩌면 세 번, 네 번 박수를 쳤다. 배우에게, 그리고 극중 인물에게,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나 자신과 그렇게 힘들지만 잘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쳤다. 따뜻한 위로. 그것이 이 연극의 의도 아니었을까. 그렇게 연극 <서글퍼도 커튼콜>은 우리 인생의 커튼콜을 말해주었다.

연극 '서글퍼도 커튼콜'의 마지막 커튼콜 장면. 실제 극중의 커튼콜 장면은 우리네 인생 각자에게 쳐주는 진정한 '박수'를 이끌어내며 가슴뭉클함을 전해온다.
 연극 '서글퍼도 커튼콜'의 마지막 커튼콜 장면. 실제 극중의 커튼콜 장면은 우리네 인생 각자에게 쳐주는 진정한 '박수'를 이끌어내며 가슴뭉클함을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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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글퍼도 커튼콜, #한팩, #한국공연예술센터, #오유경,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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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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