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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1등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죽기살기로 1등을 하려고 합니다. 선거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11일 치른 19대 총선 역시 170여 표 차로 당선된 사람이 있는 반면, 그 표 차이로 떨어진 후보가 있습니다. 소선거구제이기 때문입니다. 중선거구제였다면 둘 다 당선되었을 것입니다.

언론도 1등을 강조합니다. 바로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은 스스로도 '1등신문'이라고 자랑합니다. 역사와 전통을 보면 부인하기 힘듭니다. 조중동 중에서도 가장 먼저 이름이 나오니 누가 부정하겠습니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조선>를 '찌라시'에 비유합니다. <조선>은 이익을 위해서는 언론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팽개치고,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사실로 비판하지 않고, 왜곡으로 정죄하는 데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조선> "전교조 교사, 김정일 어록을 '급훈'"

특히 <조선>은 '전교조' 보도는 상상을 초월한 왜곡 보도를 일삼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14일자 A11면 머리기사 "'김정일 어록' 급훈으로 내건 전교조 초등교사"입니다. 제목부터 '김정일=전교조'로 규정했습니다. 제목하는 정말 잘뽑습니다. 선명합니다. 제목을 읽은 순간 '전교조는 역시 김정일을 좋아해'라는 생각을 저절로 들게합니다. <조선> 독자들 정치성향에 딱 맞는 제목 뽑기입니다. 기사 내용은 읽어 볼 필요가 없지요.

14일자 조선일보
 14일자 조선일보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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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 전교조 교사 급훈으로 정했다는 김정일 어록이란 무엇일까요? "오늘을 위한 오늘을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을 살자."입니다. 솔직히 이 말만보면 굉장히 좋습니다. 김정일 어록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말은 김일성 왕조를 추종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했다는 이유만으로 붉은 색깔을 칠해버립니다.

<조선> 보도는 명백한 오보

<조선>은 기사에서 "'김정일 어록' 급훈으로 내건 전교조 초등교사"에서 "김정일이 한 말이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급훈으로 걸려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보안국은 지난 1월 중순 전교조 소속 최모 교사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면서 인천 동구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이 문구로 된 급훈을 압수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정도 글을 가지고 붉은 덧칠하는 것도 문제지만 급훈으로 정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오마이뉴스>는 14일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최 아무개 교사는 물론 해당학교 교사들은 "우리 학교는 급훈 자체가 없는데 어떻게 김정일 말을 급훈으로 정했다고 보도할 수 있느냐"면서 "명백한 오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습니다.(김정일 어록이 급훈?..."급훈 자체가 없었다" - 오마이뉴스) 

최 아무개 교사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급훈을 교실에 걸지 않았고 학생들에게 급훈에 대해 얘기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사는 "아마도 국정원이 복도에 걸어놓은 학급 안내판의 글귀를 갖고 문제를 삼는 것 같다"고 전했다고 합니다.

목사도 "내일을 향한 오늘을 살자"라고 했는데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이 말을 서울 소망교회 한 목사가 1983년 10월 21일자 <동아일보>에도 썼고, 지난 해 12월 11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교회가 올려놓은 설교 동영상의 제목도 "내일을 향한 오늘을 살자"였다고 합니다. 그럼 이 말을 한 목사도 붉은 덧칠을 해야할까요? 사상의 의심을 받아야 할까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조선일보>의 붉은 덧칠은 처음이 아닙니다.

<조선> "ebs강사가 수상해"라며 붉은 덧칠을 했는데 성공했을까요?

지난 해 8월 5일자 조선일보
 지난 해 8월 5일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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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8월 5일자 <조선일보> 'EBS 인기 강사의 황당한 근현대사 강의' 제목 기사에서  EBS 인기강사인 A씨가 한국전 발발 과정과 관련, "일제 강점기 시대 항일 무장 투쟁을 했던 지도부로 구성돼 있는 북한은 조국 해방을 위해 항일 무장 투쟁을 했듯이 미국의 식민지인 남한을 해방시키기 위해 여전히 투쟁해야 한다는 식의 식민지 해방론의 입장에 계속 있거든요"라고 보도했었습니다.

이 정도면 <조선> 구미에 딱 맞는 말로 영락없이 빨갱이로 걸려 들 수밖에 없습니다.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에 대해 EBS는 5일 "EBS 인기강사가 왜곡된 근현대사 강의로 편향된 사관을 가르치고 있다"는 조선일보 보도는 강의의 전체 맥락과 내용을 보지 않고 일부 내용만 발췌한 왜곡 허위보도라고 밝혔습니다.

<조선> 결국 머리 숙여, 하지만 '척'했을 뿐 왜곡은 진행 중

그리고 <조선일보>로부터 '빨갱이'로 낙인 찍힌 최태성 교사는 5일 청와대 누리집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저는 EBS에서 11년간 역사 강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제 머릿속에 있는 역사관은 딱 하나입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자랑스럽다. 결코 패배주의의 역사가 아니다. 이 자랑스러운 역사를 우리에게 남겨준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님께 정말 감사하다. 봉건, 식민, 독재, 가난으로부터 벗어난 큰 선물을 우리가 받았듯이 우리 역시 우리의 아이들에게 더 나은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자.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말자. 그런 저를 친북 좌경 세력, 反대한민국 세력으로 매도해 버렸습니다.

 지난 8월 5일 최태성 교사가 청와대 올린 글
 지난 8월 5일 최태성 교사가 청와대 올린 글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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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선일보>는 지난 9월 1일 2면 '알려왔습니다'에서  "본지 지난 8월4일자 A4면 'EBS 인기 강사의 황당한 근현대사 강의' 제하의 기사와 관련, 해당 강사는 '강의 내용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놓고 볼 때 근현대사를 왜곡하여 강의한 바가 없으며, 강의 중 이념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한 적은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라는 사고(社告)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기들 논조에 맞지 않는다고 사람을 빨갱이로 몰아버리는 <조선>은 한 마디로 흉기입니다. 언론이 정론직필을 포기하면 죄 없는 사람을 한 순간에 죽일 수 있음을 이 기사는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은 반성하는 '척'은 했지만 비판 세력과 정치인에 대한 교묘한 왜곡은 이어졌습니다. 지난 해 10월 26일 치른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당시 무소속 후보에 대한 교묘한 비틀기 제목 뽑기 였습니다.

우리나라에 '박원순 재단'은 존재하지 않아

<조선>은 지난 해 10월 1일자와 15일자 보도에서 '박원순 재단'이라는 이름을 연거푸 썼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박원순 재단'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버젓이 박원순 재단으로 제목을 뽑아 보도했습니다.

지난 해 10월 1일자 1면
 지난 해 10월 1일자 1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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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기업과 법인들이 박원순 변호사가 운영해온 아름다운재단에 2001년 이후 작년까지 매년 수천만~수억원씩 총 140억원 이상의 기부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금을 낸 기업 중 일부는 경영상 문제나 사주 비리 등으로 박 변호사가 이끌었던 참여연대 등 좌파 시민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던 상황이어서 여론 무마용이나 보험 들기 차원에서 거액을 후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10월 1일자 <대기업 10곳 '박원순 재단(아름다운 재단)' 148억(2001~2010년) 기부>

지난 해 10월 15일자 조선일보 6면
 지난 해 10월 15일자 조선일보 6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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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상임이사로 재직한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가 일본 도요타자동차측으로부터 총 6억5000만원가량을 후원받은 것으로 14일 밝혀졌다. 도요타재단은 좌파 진영으로부터 "친일 연구와 관련이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곳이다-15일자 <박원순 재단, 日도요타서 6억 받아>

<조선>이 정말 나쁜 이유는 제목은 '박원순 재단'으로 뽑았지만 기사 내용은 박 시장이 활동했던 '희망제작소'와 '아름다운재단'으로 정확하게 표기했다는 것입니다. 제목만 보고 기사를 읽지 않았던 독자들은 박원순 후보가 대기업과 일본 도요타로부터 후원을 받았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에 충분했습니다.

참 심각한 왜곡이고, 저열한 제목 뽑기였습니다. 도덕성이 생명인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 후보를 부도덕한 후보로 낙인찍기에 이 보다 좋은 제목 뽑기는 없었습니다. 정말 심각한 왜곡이고, 저열한 제목 뽑기 였습니다.

역사 교사도 <조선> 딴죽에 피해갈 수 없어

<조선일보>의 딴죽걸기는 전교조와 박원순 시장 같은 이들에게만 아닙니다. 국사 선생님도 딴죽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12월 16일 '어떤 중학교 황당한 국사 시험…선생님 맞습니까'제목기사입니다. 기사는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가,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싸잡아 조롱하려는 목적으로 인용된 발언들을 3학년 국사 시험문제에 예문으로 출제하고, 이를 트위터에도 공개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싸잡아 조롱"한 시험문제 예문은 무엇일까? <조선>에 따르면, "▲ 친일파와 손잡았다 ▲ 정적을 정치적 타살 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 북한을 자극해 결국 도발하도록 조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경찰을 앞세워 가혹하게 탄압했다 ▲ 그러다가 권좌에서 쫓겨났다 ▲ 해외로 망명한 뒤 그곳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등이었다."

<조선일보>는 당시 해당 학교를 공개해 무리를 일으켰고, 해당 교사는 자신의 신상정보가 알려진 것에 대해 분노했습니다. 천만 다행인 것은 교사가 전교조 소속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아마 전교조 교사였다면 붉은 덧칠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조선>은 전교조가 아니었다는 것이 굉장히 안타까웠을 것입니다.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를 몇 가지만 뽑았습니다. 과연 '1등신문'이라고 자랑할 수 있을까요? 언론 생명인 정론직필을 감당하는 <조선일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1등신문'이 아닌 왜곡 1등 <조선일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선일보, #왜곡보도, #찌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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