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공식 경기에서 일부러 느슨한 플레이를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제아무리 상대가 존경하는 대선배라 해도 말이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LG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안타 3득점 3타점 3도루을 작렬한 이용규의 맹활약에 힘입어 9-7로 승리했다.

LG를 상대로 2연승을 올린 KIA는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5할 승률(3승 3패)로 올라섰고, 개막 후 5경기에서 3승 1패로 돌풍을 일으켰던 LG는 시즌 첫 연패로 5할 승률(3승 3패)로 떨어지고 말았다. LG의 연패를 막지 못한 패전투수는 다름 아닌 타이거즈의 에이스였던 이대진이다.

이대진, LG의 유니폼을 입은 타이거즈의 레전드

 이대진은 현역 생활을 연장하기 위해 작년 정든 타이거즈를 떠나 LG로 이적했다.

이대진은 현역 생활을 연장하기 위해 작년 정든 타이거즈를 떠나 LG로 이적했다. ⓒ LG 트윈스


지금은 LG의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이대진은 여전히 야구팬들에게 타이거즈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1993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무려 18년 동안 타이거즈에서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입단 첫 해부터 10승을 올리며 해태 마운드의 유망주로 주목받은 이대진은 해태가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던 1996년과 97년 각각 16승과 17승을 올리며 일본으로 떠난 선동열의 공백을 메웠다.

특히 1998년 5월 14일 현대 유니콘스전에서는 10타자 연속 탈삼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그해 이대진은 1995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했다).

1990년대 후반의 이대진은 타이거즈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투수였다. 오죽하면 별명도 그냥 '에이스'가 아닌 '에이스 중의 에이스(ACE OF ACE)'였을까.

하지만 이대진은 1999년 어깨 부상의 늪에 빠지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깊은 나락으로 추락하고 만다. 2000년까지 84승을 올렸던 이대진은 KIA로 팀명이 바뀐 2001년부터 10년 동안 단 16승을 추가하는 데 그친다.

이대진은 2010년에도 승리 없이 단 2홀드에 그치며 부진했고 구단은 18년이나 선수생활을 한 이대진에게 은퇴를 권유했다. 하지만 이대진은 선수 생활을 연장을 원했고, 구단에게 방출을 요청한 뒤 투수가 부족했던 LG로 이적했다.

이대진은 LG로 이적한 작년 시즌에도 단 2경기에 출장하는 데 그쳤지만, 2012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노련한 투구를 선보이며 선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4월 14일 이대진의 시즌 첫 선발 등판이 있었고, 상대는 친정팀 KIA 타이거즈였다.

KIA 타선, '대선배' 이대진 상대로 5안타 6득점 폭발

 하루동안 4안타 3득점 3타점 3도루를 기록한 '커트의 신' 이용규는 초반 부진을 완전히 씻어냈다.

하루동안 4안타 3득점 3타점 3도루를 기록한 '커트의 신' 이용규는 초반 부진을 완전히 씻어냈다. ⓒ KIA 타이거즈


영화 <도가니>를 보면 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가해자의 변호인으로 나서자 재판부에서 가해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 영화에서는 그것이 법조계에서 분문률처럼 자행되고 있는 '전관예우'라고 설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타이거즈에서 18년 동안 활약했던 이대진은 한솥밥을 먹던 후배들에게 '전관예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경기 조작 스캔들 이후 더욱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쳐야 할 프로야구 경기에서 이대진을 위한 KIA 타선의 '전관예우'는 찾을 수 없었다.

KIA는 선발로 등판한 이대진을 상대로 1회부터 3회까지 매 이닝 득점을 올리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603일 만에 선발 등판한 이대진을 울렸다. 빠른 공의 속도가 시속 130km대 중반에 머문 이대진은 노련함으로 승부를 했지만, KIA 타자들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결국 이대진은 3.1이닝 동안 5피안타 4볼넷 6실점(5자책) 무탈삼진이라는 실망스런 투구로 시즌 첫 등판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이 정도의 구위로는 앞으로 선발 투수로의 활약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대진의 첫 등판을 망친 장본인은 KIA의 톱타자 이용규였다. 시즌 개막 후 5경기에서 타율 2할에 그치며 부진했던 이용규는 이날 4타수 4안타 1볼넷 3타점 3득점 3도루로 맹활약했다. 특히 이대진을 상대로 결승 득점과 2타점 2루타를 포함 2안타 1볼넷 1도루로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LG는 5회말 KIA의 선발 투수 앤서니 그루의 갑작스런 난조를 틈타 4점을 따라잡았지만, 불펜 투수 우규민과 이동현이 7회 1점, 8회 2점을 추가로 허용하며 13일에 이어 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8회말 공격에서 정성훈과 박용택의 연속 적시타로 대거 3점을 따라갔다는 점을 생각하면 8회초의 추가 2실점은 더욱 뼈아프게 느껴진다. KIA에게 2연패를 당한 LG는 15일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 안방에서 시즌 첫 스윕(3연전 전패)을 당하게 된다.

프로야구 이대진 전관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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