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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품성이 온화한 사람인데, 언젠가부터 쌍욕이 섞인 막말을 함부로 하는 내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마도 그 시점이 2008년 2월 말부터이지 싶은데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욕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쌍욕 대신에 꽃 이름과 해산물 이름을 넣어서 욕을 하기로 했다. 아무 죄 없는 꽃들과 청정바다에서 자라는 해산물에게는 되우 미안한 일이나 혜량해 줄 것으로 믿는다.

마음을 먹으면 당장 실천에 들어가는 사람인지라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페이스북의 정치그룹을 며칠 동안 돌아다니며 실험을 해봤다. 사실 정치판이 아니면 욕할 일도 별로 없고 그쪽의 정치그룹에서는 막말도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대접을 받는 분위기이기에 실험대상으로는 최고였다. 실례를 몇 가지 들어보겠는데 예쁜 꽃 이름과 맛난 해산물 이름이 들어갈수록 쌍욕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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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매화 .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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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름이 들어간 막말.

1. 엉겅퀴로 밑 닦을 녀석들.
2. 진달래 꽃가지 꺾어다가 흠씬 패도 시원찮을 녀석들.
3. 쥐며느리발톱처럼 생긴 녀석 같으니라고.
4. 에라이~~ 할미꽃처럼 허리나 꼬부라져라.
5. 저렇게 함박꽃처럼 사람을 홀리는 인간은 혼나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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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미꽃 .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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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 이름이 들어간 막말.

1. 이런! 멍게를 한꺼번에 열두 개씩이나 먹을 녀석.
2. 너 문어빨판에 한번 당해 볼래?
3. 에라이~ 일 년 열두 달 홍천강에 지천인 자반고등어만 먹을 녀석아.
4. 너 그러다가 해삼으로 뺨 맞는다.
5. 저런 성게로다가 밑 닦을 녀석을 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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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박나무꽃 .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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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며칠 동안 욕을 해봤더니 반응이 제각각이었는데 한편에서는 재미있다며 깔깔거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별 미친 녀석 다 보겠네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막말과 쌍욕이 섞인 거친 말이 사람의 온화한 성품을 해친다는 것을 알면 함부로 사용할 일은 아니다. 욕을 먹어야 될 그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생각해볼만하다.

문제는 꽃 이름과 해산물 이름을 넣어서 욕을 해보니 밉던 사람도 예쁘게 보이고 연민의 정이 쌓이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식적인 미사여구로 아름답게 포장된 사기꾼의 열 마디보다는 차라리 정제되지 않은 막말을 나는 사랑한다. 욕 속에도 욕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미추(美醜)가 있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아름다울 수도 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태그:#욕 ,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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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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