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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부름을 받고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가람아.

작년 이맘 때를 기억하니? 갓 대학에 입학하고 징병 검사를 받고 오던 날, 심각한 표정으로 넌 내게 말했지.

"엄마, 병역의 의무는 피할 수 없으니 일찍 갔다올래.  2년 정도 힘들고 괴로워도 눈 딱 감고 군 생활해 볼래.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잖아. 나 지원해서 빨리 갔다 올래."

너의 제안에 엄마는 "한 학기 정도는  마치고 가야 군에서 너 전공에 대한 고민도 하고, 미래의 방향 설정에도 도움이 될 거란다"고 조언했지. 어떤 일에서나 너의 일방적인 고집보다 아빠, 엄마의 말에 귀울이며 합리적으로 해결점을 찾는 너는 한 학기를 마치고 입대했지.

서울 병무청에서 열린 예비 후임병들과의 대화에서 징병 검사자들과 찰칵.
 서울 병무청에서 열린 예비 후임병들과의 대화에서 징병 검사자들과 찰칵.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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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보충대에서의 생활, 신병교육대대를 거쳐 자대 배치까지. 엄마는 애초의 각오처럼 전 과정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충실하게 군 생활을 하고 있는 네가 무척 기특하단다.

"엄마. 군에 올 때는 딱딱하고 막힌 줄 알고 바짝 긴장했는데, 막상 와 보니 인간적이고 소통이 잘 돼"라는 너의 말에 변화하고 있는 군을 느꼈어. 주위에서는 외아들 군에 보내고 눈물나지 않느냐고 묻지만 난 오히려 웃고 다닌단다. 편지, 전화, 면회, 휴가 등을 통해 너의 군생활을 보며 시대에 맞게 변하는 군 생활임을 확인했기 때문이야.

군생활은 한번쯤 꼭 거쳐 가야할 인생의 중요한 관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형, 동생 없이 외롭게 자란 너는 또래와 선임, 상사들과의 만남이 인간관계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지. 그런 네가 벌써 일병이 됐구나. 이등병 때는 아빠가 계급장을 달아줬지. 일병 계급장은 너희 대대장님이 직접 잘아주셨다면서? 군에서는 대대장님이 너의 부모 역할을 하니 항상 동료, 선임, 상사, 대대장님과 의논하고 예절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엄마는 책읽는 현장을 소개할 거야

일일 명예징병관 활동을 하고 있는 정지훈 일병
 일일 명예징병관 활동을 하고 있는 정지훈 일병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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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너의 군생활을 지켜보며 '10여 년을 시민기자로 활동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던 중 병무홍보요원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입대한 아들을 둔 어머니를 대상으로 하는 '어머니 기자'에 지원해 지난 2월부터 활동하고 있단다.

엄마는 그동안 징병검사현장. 해병대 면접장에도 가봤단다. 특히, 3대가 병역의무를 충실히 한 가문을 찾는 병역 명문가를 찾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까지 가기도 했지. 산업기능요원과의 만남도 있었고, 올해 독서의 해를 맞아 펼치는 독서클럽 소식을 취재하러 제주 병무청에 전화를 걸기도 했어.

가람아, 사실 엄마는 처음 병무홍보요원이라고 해서 엄마의 직업인 독서지도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줄 알았어.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를 병영독서 원년으로 정하고, 국방부에서도 '책읽는 국방부 사업'을 추진하며 50개 시범 부대를 선정해 독서운동을 펼친다고 하더라. 얼마나 기쁜지 몰라. 내 독서경험을 발휘할 수 있으니 말이야. 엄마는 책읽는 현장을 마음껏 소개하고 싶어.

병무홍보요원의 역할은 전국의 징병검사장과 입영 현장을 찾아 다니며 자랑스럽게 병역을 이행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란다.

아들아, 가수 비도 너랑 월급이 같단다

병무홍보요원들과의 인터뷰 장면
 병무홍보요원들과의 인터뷰 장면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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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은 정말 뜻깊은 만남의 현장에 다녀왔어. 가수 비 잘 알지? 비는 너보다 1주일 먼저 입대(2011년 10월 11일)했기 때문에 엄마도 또렷이 기억해. 비는 현재 육군 5사단에서 너와 같이 일병으로 복무 중이야. 비의 본명은 정지훈인데, 그 정지훈 일병이 올해 제9대 병무홍보대사가 됐다고 하더구나.

엄마는 서울 신길7동에 있는 서울 병무청에서 열린 병무홍보대사 위촉식에 가서 정지훈 일병을 취재했단다. 너와 같은 일병이라 더 친근감이 가더라. 비는 징병검사를 받고 있는 예비 후임병들과 대화의 시간도 갖고 일일 명예징병관으로 임하기도 했어. 예비 후임병들과의 대화시간에는 참 재미있는 질문과 답이 오갔어.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할게.

- 군 생활은 어떤가요.
"입대 당시에는 사회와 단절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점차 군대는 배우고 점차 배우고 얻을 게 많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 특급 전사로도 뽑혔지요.
"네, 사회에서는 일을 열심히 하면 대가가 주어지듯이 군에서도 훈련을 열심히 받으면 포상휴가가 주어집니다. 3km 를 12분 30초 안에 달리고, 윗몸일으키기는 2분에 80개 이상, 사격은 20발 중 18발 이상을 맞추면 특급전사가 됩니다.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하면 안 되는 게 없습니다."

- 포상휴가 나와서 무엇을  하셨나요.
"하루에 열 끼는 먹은 것 같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었습니다."

- 월급은 다른 병사들과 똑같이 받나요.
"그렇습니다. 8만 원 남짓한 월급으로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 쌍꺼풀 수술 계획은 없나요.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나이들면 심각하게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 전역 후 계획은요.
"다시 노래하고 춤 추고 연기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훨씬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늠름한 일병이 되길 바란다

우리집 앞의 봄 소식을 군에 있는 아들에게
 우리집 앞의 봄 소식을 군에 있는 아들에게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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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후임병들과의 대화에서 대략 이런 이야기가 오갔어. 그리고 엄마를 비롯한 병무홍보요원들과 인터뷰를 했지. 인터뷰 자리에서 정지훈 일병은 "어차피 해야할 의무라면 미루지말고, 지금 받아야 할 훈련이라면 즐기면서 군생활을 할 것을 권한다"며 "시작은 두려울지 모르지만 입대하고 보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어. 또한, "군생활을 즐긴다면 큰 추억이 될 것"이라도 했지. 노래, 춤. 연기로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오른 정지훈 일병은 군생활도 '월드클래스급'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참, 엄마는 네 이야기도 했단다. 우리 아들도 일병인데 처음 군에 갈 때는 주변에서 들은 소문으로 바짝 얼고 긴장해서 갔는데 가보니 인간적이고 통하는 면이 있어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이야. 정지훈 일병에게도 입대 전과 후는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어. 그랬더니 너와 비슷한 답을 하더라.

"분명히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으나, 와서는 여러모로 대화도 잘 되고 옛날처럼 통제가 심하지 않고 유연해졌음을 느낍니다. 많은 분들이 오시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가람아. 정지훈 일병처럼 병영문화를 즐기는 군인되길 바라. 목련, 벚꽃, 산수유 등 봄꽃들이 앞다퉈 고개를 내밀고 있는 요즘, 군에서도 봄꽃 구경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 비롯 봄꽃구경은 못하더라도 네 마음 속에는 화사한 봄꽃이 피었으면 한다. 엄마가 보낸 편지가 들꽃이 되면 좋겠어. 이제 일병이 됐으니 더 늠름하고 책임감있게 행동해야지? 그럼 이만 글 줄일게. 안녕.

2012년 4월 12일 엄마가.


태그:#병무홍보대사 , #청춘예찬 , #정지훈 일병 , #병무홍보요원 , #일병 엄마가 전하는 병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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