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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2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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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새누리당은 152석(지역 127+비례 25)을 얻어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127석(지역 106+비례 21)을 얻는데 그쳤다. 원내교섭단체를 희망했던 통합진보당은 13석(지역 7+비례 6)에 만족해야 했다. 자유선진당은 5석(지역 3+비례 2)을 얻어 군소정당으로 추락했다. 야권연대가 내걸었던 정권심판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100석도 어렵다던 새누리당, 충격적 반전의 요인

제1당과 제2당의 의석차가 25석에 달하는 데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한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충격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애초 많은 선거전문가들은 통합진보당과 선진당과 무소속 등이 30석 안팎의 의석을 가져가고 제1당과 제2당이 140 대 130 정도 근방에서 미세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민주당이 제1당이 되어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가 과반을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나왔다. 왜 그럴까?

수치적인 결과만 놓고 보면 전문가들의 예상에 비해, 소수정당들이 가져가야 할 30석 중에서 10석 정도를 새누리당이 가져가고 민주당이 130석에 못 미치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새누리당이 충청권의 25석 중 절반에 해당하는 12석을 확보한 것, 그리고 강원도 9석을 싹쓸이한 것이 결정적인 교두보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은 애초에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130석을 넘기면 대단히 선방하는 선거였다. 새누리당이 130석을 넘기려면 (비례에서 최소 20석 이상은 안정적으로 확보된다고 봐야 한다.) 지역구에서 110석을 넘기면 된다. 영남 전체의 지역구가 67석이니까 충청 강원에서 20석을 건진다면 부산 경남에서 7석을 잃더라도 수도권 112석 가운데 30석만 확보하면 130석이 가능하다. 실제로는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43석(서울16, 인천6, 경기21)으로 선방하면서 과반 확보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과반 의석을 확보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답은 최종적인 결과와 여론의 추이를 차후에 꼼꼼하게 분석해봐야겠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4.11총선 지원유세를 위해 1일 부산경남을 방문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
 4.11총선 지원유세를 위해 1일 부산경남을 방문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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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발' 박근혜와 '생얼' 한명숙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이 야권연대의 선거 전략보다 대단히 유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10.26 부정선거사건(이른바 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이 터지자 정권차원의 심각성을 느끼고 박근혜를 전면에 내세워 조기에 총선체제로 돌입했다. 이후 당명과 로고, 색깔까지 바꾸면서 변신을 꾀하더니 친이계를 대학살하는 공천으로 여론반전에 성공한다. 박근혜와 비상대책위원회가 내세운 반성과 쇄신과 변화는 그 알맹이가 얼마나 내실 있는가와는 무관하게 국민들에게 어필한 면이 있다.

그에 반해 한명숙이 이끄는 민주당은 오히려 공천과정에서부터 답답하고 구태의연한 모습만 보여줬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박근혜는 짙은 화장발로 얼굴에 묻은 얼룩을 감추었고 한명숙은 '생얼'로 들이민 격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그래도 우리가 화장이라도 좀 해서 얼룩이 보이지 않으니 그 정성을 봐 달라"는 얘기였고 한명숙과 민주당은 "원래 우리 얼굴이 깨끗한데 화장 같은 거 필요 없고 그냥 생얼로 나가겠다"는 얘기였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화장하는 성의라도 보인' 박근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여자 입장에서도 당연히 외모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남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렇게 '화장발 변신'에 성공한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야권의 정권심판이라는 파상공세를 슬쩍 피해갈 수 있었다. 정권심판론을 피해가는 새누리당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변신, 둘째는 안보 이슈, 셋째는 물타기였다. 변신전략은 이미 언급한 '화장발'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안보 이슈는 사실 잘 먹히지 않았다. 3월말의 천안함 2주기와 핵안보 정상회의,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선거판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특히 정부 일각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 의혹을 언론에 흘렸으나, 보수적인 조중동마저도 크게 보도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와 함께 전형적인 좌우대립이나 색깔론도 예전에 비해 현저히 그 효과가 줄어들었다.

물타기 전략은 이번 총선 최대의 쟁점이었던 청와대의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에서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노무현 때도 사찰이 있었다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 시간을 버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의 물타기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으나 그러기까지에는 시간과 노력과 설명이 필요했다. 박근혜는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오히려 사찰의 피해자로 포지셔닝했는데, 이것이 그의 '화장발 변신'과 맞물리면서 정권심판론을 흡수한 면이 있다.

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한명숙이나 이정희 등 야권 지도자들의 대응은 무척 안일했다. 90년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했을 때 당시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4개항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한명숙이나 이정희는 선거운동이 아니라 오히려 진상규명과 함께 정권퇴진운동을 벌였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권심판을 내세운 선거라면 이보다 더 강력한 선거운동은 없기 때문이다.

1일 경기도 고양 화정역 광장에서 '야권단일후보' 심상정 통합진보당 후보와 지원나온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반갑게 손을 맞잡고 있다.
 1일 경기도 고양 화정역 광장에서 '야권단일후보' 심상정 통합진보당 후보와 지원나온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반갑게 손을 맞잡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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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막말 논란과 <나꼼수>의 전략적 실수

막판에 터진 김용민의 막말 논란도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적극 지지층에는 큰 영향이 없었겠지만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에게는 투표장으로 향할 발걸음을 돌릴 이유는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에서 막판 융단폭격을 퍼부어 선거판을 진흙탕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 일단 투표율을 낮춘 데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막말 논란으로 불법사찰을 완전히 덮지는 못했지만 막판에 선거판 전체를 혼탁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이와 관련해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에게도 결과적으로 봤을 때 전략적 실수가 있었다. 우선 진행자인 김용민이 직접 선거판의 플레이어로 뛰어든 것이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나꼼수 입장에서는 선거에 나서는 후보가 없더라도 지난 10.26재보선에서처럼 자기만의 무기로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면 여러 가지로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은 선거를 떠나 MB의 진퇴를 논해야 할 대단히 위중한 사안이었음에도 나꼼수가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4월 8일에 업로드 한 봉주 11회가 처음이었다. 4월 2일에 올린 봉주 10회에서 다룬 천안함 사건은 물론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긴 했으나 완전히 새로운 내용 혹은 결정적인 폭로가 없었다는 점과 선거 판세 전체의 흐름과 잘 맞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라리 그때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에 집중하는 것이 야권의 정권심판 기조에 더 맞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모든 요소들이 작용한 탓에 야권이 중간층을 자기편으로 결집시키는 데에 뒷심이 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이 55%를 넘지 못한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수도권에서 3%이내의 초박빙 접전이 벌어진 곳이 대략 20곳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이 뒷심 부족으로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을 궤멸시키지 못한 것이 충청 강원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제1당을 내어준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정당투표율에서도 새누리당과 선진당이 합해서 46%나 얻어 야권연대의 47%와 거의 똑같다는 점은 정권심판론의 위세가 그다지 강력하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지난 3년간 작성한 사찰 보고서(2619건)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청와대 하명 불법 국민사찰 규탄 집중유세'에서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자들이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MB심판'이라고 적힌 명함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지난 3년간 작성한 사찰 보고서(2619건)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청와대 하명 불법 국민사찰 규탄 집중유세'에서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자들이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MB심판'이라고 적힌 명함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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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남은 대선, 숙제가 많다

야권의 입장에서는 국민들의 선택이 야속한 면도 있을 것이다. 임종석이나 이정희는 보좌관의 잘못 때문에 후보직을 사퇴했고 막말 논란의 김용민은 결국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 국회 입성이 좌절되었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위원장이 손수조 후보(부산사상)와 함께 명백하게 선거법을 어겼음에도 사과 한 마디 없이 무사하게 선거를 치렀다. 또한 누가 봐도 논문을 표절한 문대성(부산사하갑)과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망언을 일삼은 하태경(해운대 기장을), 제수 '강간미수범' 논란 김형태(포항 남구 울릉군), 성추문 논란 유재중(부산수영) 등이 아무런 상처 없이 국회에 입성했다. 진보에겐 유난히 가혹하고 보수에겐 상대적으로 너무나 너그러운 잣대가 적용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박근혜-손수조의 이른바 '카퍼레이드'를 선관위가 막아줌으로써 자동차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91조 3항은 사실상 사문화돼 버렸다.

이번 총선 결과 한명숙과 함께 야권 전체의 리더십은 큰 상처를 받았다. 8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도 박근혜는 대세론에 큰 탄력을 받은 반면 야권은 대단히 힘든 싸움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안철수에게는 운신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대선은 수도권의 이슈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라는 점에서 총선과는 좀 다른 면이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 보였듯 수도권에서의 정권심판과 야권연대를 지지하는 기세가 수도권의 한계를 넘지 못한 것은 쉽지 않은 숙제이다. 새로운 매체라는 SNS에서도 KBS 보도를 보면 진보당 20%, 민주당 45%, 새누리당 35%의 점유율 차이를 보였으나 이것이 결국 오프라인에서는 수도권을 넘지 못한 것이 한계로 작용한 듯하다. 실제로 경기와 인천지역의 경우 서울과 인접한 지역에서는 야권이 이긴 반면 서울에서 먼 지역들은 새누리당이 가져갔다. 이 흐름이 충청과 강원으로 이어지고 영남으로 연결되었다.

8개월 남은 대선에서 야권이 이 한계를 어떻게 넘어서느냐,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이 판세를 어떻게 수성하느냐, 여기서 대권의 판세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태그:#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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