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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거의 싹쓸이 해버렸다. 지역구도가 더 굳어진 셈이다. 야권은 후보단일화를 했지만 당선까지는 거리가 멀었다.

11일 치러진 경남지역 19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전체 16개 선거구 가운데, 새누리당은 14곳에서, 민주통합당은 1곳(김해갑)에서만 당선했다.

'거제'는 무소속이 당선했다. '거제' 김한표 당선자는 선거운동기간 동안 새누리당 입당 의사를 밝혔기에, 경남 전체를 보면 '15대1'이라해도 무방하다.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김해갑'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민홍철 후보(앞줄 가운데)가 11일 저녁 선거사무소에서 개표 상황을 전해 듣고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김해갑'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민홍철 후보(앞줄 가운데)가 11일 저녁 선거사무소에서 개표 상황을 전해 듣고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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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대 총선과 비교하면, 야권의 성적은 더 나빠졌다. 4년 전 총선 때 17개 선거구 가운데, 야권은 '김해을'(최철국) '사천'(강기갑) '창원을'(권영길)에서 당선했다. 당시 '진주갑'(최구식)은 무소속이 당선했다.

야권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10석 정도를 내다봤다. 김해와 창원, 마산, 거제, 사천, 진주, 양산에 야권연대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이같이 기대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적은 초라하다.

2년 전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 때 경남은 야권연대를 이루어, 김두관 경남지사를 당선시켰다.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도 톡톡한 재미를 봤다. 거기에 비하면 이번에 야권은 참패한 것이다.

왜 야권은 전멸하다시피 했을까?

경남에서 왜 야권은 전멸하다시피 했을까. 새누리당 경남도당은 '조용한 선거'가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경남에서는 크게 쟁점이 없었다고 보고 있다. 김호열 새누리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은 "경남은 다른 지역과 달리 큰 쟁점이 없었다. 후보 자질과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에다 조용한 선거를 치른 게 주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민들은 아직 야당이 불안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고, 민생을 챙기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도민들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4.11 총선 엿새를 앞둔 5일 오전 경남 마산역 앞에서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안홍준 후보가 <오마이뉴스> 총선버스 411에 출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4.11 총선 엿새를 앞둔 5일 오전 경남 마산역 앞에서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안홍준 후보가 <오마이뉴스> 총선버스 411에 출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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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경남도당은 감사인사를 통해 "국내외 위기상황을 잘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 경남도민이 행복한 그날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 표 한 표에 담겨있는 소중한 소망을 잘 받들겠다. 변화와 쇄신을 끊임없이 추진하며 낮은 자세로 도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지역구도가 더 굳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야권연대 경남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인 장영달 전 의원(민주통합당)은 "아직도 지역의 벽이 높다는 것을 느꼈다. 동서화합의 골이 아직 크고 깊다는 것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야권연대 호재 놓쳐... 담백하지 못했다

야권후보단일화 호재를 놓친 게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해관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정책실장은 "야권단일화 효과가 낮아졌다. 단일화 과정에서 실제 당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은 떨어지는 지역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선거가 실패했다. 경남은 단일화 과정이 담백하지 못하고 지루하게 비춰졌다. 또 텔레비전 토론회에 새누리당 후보들이 나오지 않는 사례가 생기면서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시간과 조건을 맞추어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권의 전략에 말려들어갔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정해관 정책실장은 "새누리당은 박근혜 위원장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박 위원장이 경남을 세 차례나 방문하면서 여권표가 결집됐다"면서 "가장 큰 이유는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청와대가 물타기를 잘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즉각 반응하면서, 참여정부도 사찰이 있었다고 했다. 도민들 사이에서는 '감찰'이나 '사찰'이나 무엇이 다르냐는 말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병하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실망스럽다.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겠지만, 지역주의 벽이 너무 두껍다는 것을 실감했다"면서 "이명박정부의 실정으로 선거 초반에 분위기가 좋다보니 야권에서 많이 자만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누리당 전략에 완전히 말려 들어간 것이다. 후보를 검증할 수 없도록 촉박하게 공천했다. 정책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였다"면서 "무엇보다 처음에 이길 것이라는 분위기에 야권은 들뜬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김재경 후보(진주을)가 진주중앙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경 후보(진주을)가 진주중앙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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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밀집지역 진보진영 분열 ... 야권은 오만했다

노동자 밀집지역인 창원에서는 두 석 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창원성산'은 재선했던 권영길 의원의 지역구이고, '창원의창'은 이번 선거 여론조사에서는 통합진보당 문성현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창원 두 곳의 동반 당선도 기대했다.

그러나 '창원성산'은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와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가 끝내 단일화를 하지 못하고 모두 출마했다. 진보 진영 분열의 결과가 새누리당 당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병하 위원장은 "18대 때 두 석(창원을․사천)이었는데 이번에 모두 잃었다. 책임감을 느낀다.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유낙근 경상대 교수(행정학)는 "경남에서는 창원이 대표적으로 진보세력이 연대하지 못한 곳이다. 반면 보수세력은 더 결집했다"면서 "박근혜 위원장은 12월 대선을 앞두고 자기 선거를 하면서 표를 모았다"고 말했다.

야권이 오만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야권 참패의 더 결정적인 이유는 야권이 너무 오만했다는 것"이라며 "상황을 오판했고, 자기 분열 현상이 해소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투표에 대한 관심이 적은데, 이를 야권이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용기 경남대 교수는 "전체적으로 야권후보단일화의 호재를 살리지 못하고 놓쳤다. 선거 초반의 분위기를 후반까지 이어가지 못했다"면서 "창원은 노동자 도시로 이야기를 해왔지만 출마와 관련해 잡음이 나면서 그 가치를 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경남지역 한 야권 인사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야권단일후보로 당선했던 김두관 경남지사가 이번 총선 전에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지방선거 때 김 지사에 대한 지지는 야권만 했던 게 아닌데, 입당하는 바람에 야권연대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가 반감되었다"고 지적했다.


각 선거구별 득표율과 투표율

경남지역 16개 선거구의 당선자와 주요 후보 득표율을 보면 다음과 같다(일부 선거구는 99% 개표율).

▲의령함안합천-새누리당 조현룡 54.48%, 통합진보당 박민웅 22.46%, 무소속 강삼재 23.05%.
▲양산-새누리당 윤영석 52.30%, 민주통합당 송인배 47.69%.
▲거창함양산청-새누리당 신성범 46.22%, 통합진보당 권문상 16.46%, 무소속 강석진 28.69%, 무소속 김창호 5.45%.
▲밀양창녕-새누리당 조해진 52.81%, 민주통합당 조현제 22.21%, 무소속 박성표 21.80%.
▲통영고성-새누리당 이군현 61.44%, 민주통합당 홍순우 18.22%, 무소속 진의장 17.65%.
▲진해-새누리당 김성찬 58.64%, 무소속 김병로 35.26%.
▲창원의창-새누리당 박성호 54.12%, 통합진보당 문성현 45.87%.
▲창원성산-새누리당 강기윤 49.04%, 통합진보당 손석형 43.83%, 진보신당 김창근 7.12%.
▲마산합포-새누리당 이주영 68.82%, 민주통합당 김성진 31.17%.
▲마산회원-새누리당 안홍준 53.85%, 민주통합당 하귀남 38.45%, 무소속 백상원 7.68%.
▲김해갑-새누리당 김정권 47.17%, 민주통합당 민홍철 48.33%, 무소속 김문희 4.48%.
▲김해을-새누리당 김태호 52.11%, 민주통합당 김경수 47.88%.
▲진주갑-새누리당 박대출 39.60%, 민주통합당 정영훈 22.66%, 무소속 윤용근 8.08%, 무소속 최구식 27.37%.
▲진주을-새누리당 김재경 54.20%, 무소속 강갑중 44.19%.
▲거제-새누리당 진성진 31.69%, 진보신당 김한주 32.96%, 무소속 김한표 35.33%.
▲사천남해하동-새누리당 여상규 50.30%, 통합진보당 강기갑 24.05%, 무소속 이방호 24.57%.

경남지역 전체 투표율은 57.2%다. 총 선거인수 258만8168명 가운데, 147만9692명이 투표했다. 창원의창 54.8%, 창원성산 58.3%, 마산합포 55.1%, 마산회원 56.8%, 진해 56.7%, 진주(갑․을) 60.3%, 통영 52.0%, 고성 54.7%, 사천 62.7%, 김해(갑․을) 55.4%, 밀양 56.6%, 거제 53.8%, 의령 63.6%, 함안 56.5%, 창녕 55.6%, 양산 53.8%, 하동 71.4%, 남해 67.0%, 함양 61.7%, 산청 61.3%, 거창 64.9%.


태그:#4.11총선, #야권연대,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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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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