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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동 제3투표소 인헌초등학교. 대학생 유권자가 투표소 안으로 걸어가고 있다.
 낙성대동 제3투표소 인헌초등학교. 대학생 유권자가 투표소 안으로 걸어가고 있다.
ⓒ 손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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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당일인 11일, 대표적인 대학가 중 하나인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 근처 투표소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관악구에 있는 낙성대동과 대학동(옛 고시촌)은 대학생들과 고시생들이 밀집해 있으며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서울의 박원수 후보 득표율 동 중 상위 2등과 4등을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야권 강세 지역이다.(서울대 기숙사가 위치한 관악구 낙성대동 제3투표소는 전체 투표소 중 박원순 후보 최다 득표지역이기도 하다. 당시 나 후보는 28.5%, 박 후보는 71.2%를 얻었다.)

대학동이 위치한 관악구을 지역구는 총선 이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와 이상규 통합진보당 후보, 무소속 김희철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성대동이 위치한 관악구갑 지역구 또한 그간 민주통합당 유기홍 후보와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성식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전의 날인 11일, 대학생들의 표심은 어디로 향했을까?

비가 그치면서 붐비기 시작한 투표소... "'불법사찰' 심판 위해 투표"

날씨가 개면서 분주해진 대학동 제3투표소
 날씨가 개면서 분주해진 대학동 제3투표소
ⓒ 손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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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당일 아침 비가 오는 바람에 투표 행렬이 저조한 듯 보였다. 오전 10시 무렵까지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 인헌초등학교 1층 교무협의실에 위치한 낙성대동 제3투표소는 출구조사하는 조사원과 자원봉사분들이 무색할 만큼 이따금씩 유권자들이 방문하는 상황이었다. 대학동 투표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삼성초등학교와 대학동 주민센터에 위치한 대학동 투표소들도 오전까지는 생각보다 유권자들의 발길이 적었다. 관악구을이 대표적인 초접전지역이라 출구조사원들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온 카메라맨들도 있었는데 다들 저조한 투표율을 걱정하는 눈치였다. 출구조사를 하러 온 조사원 김유진(23)씨는 "날씨 탓에 적극 투표층이 아닌 대학생들의 투표열기가 많이 사그라든 것 같다"며 날씨와 투표율을 걱정했다.

하지만 비가 완전히 그치고 날씨가 개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공휴일이라 늦잠을 잤는지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은 이들이나 투표가 처음인지 상기된 표정으로 투표장에 들어가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점점 증가하기 시작했다. 낙성대동 투표소는 서울대 기숙사가 소재한 투표소답게 학교 과잠바를 입고 선거를 하러 온 유권자들도 많이 보였다. 오후 1시 정도부터 투표소는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투표소가 커서 길게 기다리는 행렬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유권자들이 끊임없이 투표소를 찾았으며 이곳저곳에서 20~30대 유권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투표 인증샷 놀이가 이따금씩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 주소를 서울로 옮기며 생애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되었다는 대학생 2학년 권태진씨는 "투표를 처음 해봤는데 신기하고 뭔가 내가 진짜 국가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투표 해보니까 재밌고 만약 내가 뽑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학생 3학년인 전승민씨는 "지금까지 귀찮아서 투표를 안 했는데 이번에 내 근처 친구들도 다들 투표한다고 해서 나도 해야될 것 같아서 왔다"며 23살에 첫 투표인 게 쑥쓰러운 듯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처럼 부재자투표에서 보여준 대학생들의 열기가 본 선거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대학생들이 투표하는 이유로는 MB정부 심판론과 실생활의 민생문제가 주를 이루었다. 대학동 투표소에서 만난 대학생 3학년 김희연(22)씨는 "내가 대학교 처음 들어왔을 때 촛불시위가 있었다, 그 때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나도 나갔었는데 당시 명박산성과 전경과 경찰들의 과잉진압 등을 직접 보면서 이 정권은 아니다라고 마음을 굳혔다"며 MB정부 들어서의 민주주의 후퇴를 지적하였다. 고시생인 신아무개(25)씨는 "2012년 대한민국에서 불법사찰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며 "그렇다고 민주통합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선 불법사찰과 같은 많은 비리와 범죄를 저지른 이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서 투표하러 왔다"고 자신의 투표 이유를 밝혔다.

실생활 이슈들도 대학생들의 투표 이유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자신을 사범대생이라고 밝힌 김아무개(21)씨는 올해부터 실시된 서울대 법인화의 졸속 날치기 처리에 대해 언급하며 "원래 서울대학교 사범대 소유였던 사범대 부속학교들이 법인화 과정에서 서울대 소유에서 벗어나면서 사범대가 큰 혼란과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하며 "이번 총선에서 서울대 법인화를 폐지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았다"고 투표 이유를 밝혔다. 이밖에도 대학동에서는 자신을 고시생으로 밝힌 김아무개씨는 "서울대 로스쿨의 대부분이 강남 출신이거나 SKY대 출신들"이라며 "그들만의 리그인 로스쿨을 폐지하고 공정하고 평등한 사법고시를 부활시켜야 한다"며 자신의 투표 기준을 밝히기도 했다.

가지각색의 투표 이유 "서울대 법인화 폐지할 수 있는 후보에 투표"

대학생들을 상대로 투표독려운동 중인 통합진보당. 이색적인 플래카드와 투표율 70% 공약이 눈에 띈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투표독려운동 중인 통합진보당. 이색적인 플래카드와 투표율 70% 공약이 눈에 띈다.
ⓒ 손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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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이러한 대학생들의 투표를 독려하고 응원하는 모습들도 있었다. 대학동 투표소 근처에서는 통합진보당 사람들이 조국과 공지영 그리고 안철수씨의 투표독려 메시지를 플래카드로 들고 '투표율 70%를 향한 위대한 도전'이라는 팜플렛을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그리고 각 투표소에 배치된 출구조사 조사원들은 출구조사를 하기 위해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에게 달려가 설문지를 부탁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투표 하셨나고 물어보면서 투표를 독려하는 역할도 같이 하기도 했다. 아직 투표연령이 안 돼서 투표를 못하는 투표소 학생자원봉사자 김영준(18)군은 "투표할 수 있는 형, 누나들이 부럽다"며 "대학생 형, 누나들이 많이 투표하시기를 바란다"고 응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대학가인 대학동과 낙성대동에서 살펴본 대학생들의 투표열기는 뜨거웠다. 관악지역은 20대의 유권자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이들이 적극 투표에 나선다면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 때와 같이 야권에 대한 몰표가 예상된다. 오후 5시 현재 관악을의 투표율은 48.2%이고 관악갑의 투표율은 49.1%이다. 이 투표율은 탄핵 역풍으로 20대의 투표율이 높았던 17대 총선에는 못 미치지만 18대 총선보다는 7%P 이상 높은 수치이다.

이번 총선에서 관악지역은 몇퍼센트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리라 예상된다. 11일 오후 6시에 발표된 MBC·KBS·SBS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관악구을에서는 이상규 후보가 예측 득표율 41.2%로 오신환·김희철 후보를 앞서고 있는 상황이며 관악구갑에서는 유기홍 후보가 예측 득표율 52.0%로 김성식 후보를 앞서고 있다. 청년들의 표심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손태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4.11 총선, #현장취재,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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