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국 126개 여성단체들의 총선대응기구인 '2012여성투표행동 퍼플파티'는 오는 4·11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여성관련 공약을 비교 분석하여 발표합니다. 총 7회에 걸쳐 실릴 공약비교가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에 기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기자 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지난해 8월 21일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투표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발표한 뒤 무릎을 꿇는 모습. 서울시 무상급식투표를 전후로 각계에서 복지논쟁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지난해 8월 21일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투표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발표한 뒤 무릎을 꿇는 모습. 서울시 무상급식투표를 전후로 각계에서 복지논쟁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작년 보편주의 복지국가 논의가 시민사회를 비롯해 각계에서 활발할 때만 해도 올해 총선의 승패는 국민들의 삶과 관계된 정책에서 이루어질 줄 알았다. 보편주의 복지국가 논의가 단순히 복지방법론이 아니라 국가의 성격과 관계된 것이었기에 여성운동에서는 각 당의 '성평등(복지)국가'의 청사진에 대해 주목하였다. 그러나 예년의 선거와 다름없이 이번에도 (여성)정책은 선거에서 주요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2012여성투표행동 퍼플파티'는 총 6회에 걸쳐 각 당이 발표한 선거 공약을 검토하였다. 정책공약집과 누리집을 중심으로 살펴본 주요 세 정당(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의 정책을 비교한다면 양적, 질적으로 가장 취약한 곳은 새누리당이었으며 통합진보당은 다양한 영역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앞섰다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 여성정책에 '확연한' 무관심

새누리당은 여성정책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그나마 있는 워킹맘 지원 정책(20대 여성을 위한 커리어 상담기관 커리어 개발센터 업그레이드/ 새일센터 100개소 확대 등), 이주여성정책 등은 이미 있는 것을 재활용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 여성할당 '30%'를 권장하면서 여성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그러나 공천율 6.9%라는 결과는 말할 것도 없고 여성정책이 취약한 정당이 어떻게 여성친화적일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여성정책 평가는 여러 관점에서 가능하지만 여기에서는 일-생활 양립과 여성노동권 부분, 그리고 가족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여성의 (양질의) 일자리 문제와 일-생활 양립정책을 보면,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은 돌봄일자리의 공공성 강화, 좋은 여성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차별 해소, 최저임금 인상, 육아휴직 활성화 등의 공약을 고루 제시하고 있다. 돌봄노동의 제도화 및 공공성에 대해서도 보편적 복지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관련기사 : <새누리당 여성노동공약...무대책 무관심 무능력>)

다만, 공공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보육정책에 대한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민주통합당은 아동수당 도입 시 양육수당 재검토, 어린이집 이용 아동의 40%가 국공립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약하고 있다. 이는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의지(전체 어린이집 중 국공립어린이집 비중을 30~50%로)에는 미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고용과 일자리 정책, 비정규직 대책 관련, 일생활양립을 위한 정책이 전무하며, 보육정책에서는 어린이집 인프라 확충보다는 사립보육시설에 대한 재정지원을 통해 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시장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또한, 양육수당을 0~5세 전 연령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여성이 주로 아이를 돌보아야 한다는 보수적인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정책에 대한 각 당별 입장 차이 분명

또 하나, 여성정책의 차이를 볼 수 있는 영역 중 하나가 가족정책이다. 그동안 여성계는 현재의 가족정책기본법인 '건강가정기본법' 제정 등을 놓고 다른 지형들을 보여왔다. 따라서 가족에 대한 태도와 대책은 매우 중요하며, 각 당은 조금씩 결이 다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건강가정기본법에 대한 입장은 없는 대신 여성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반면,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은 건강가정기본법 폐지 또는 결혼이외의 다양한 생활동반자관계의 법적, 사회적 지위 보장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성애 부부와 혈연을 중심으로 하는 소위 '건강가족'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다양한 가족형태를 지원하는 정책인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한부모, 조손가족의 아동양육비를 10만 원으로 인상하는 계획에서 보듯, 여성장애인, 다문화가족, 한부모가족, 조손가족에 대해 잔여적인 지원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은 남성이 가장이고 여성이 가족내 돌봄을 책임지는 전통적인 역할과 가족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기조를 보이고 있다.

성평등 가치 구현과 성평등 사회를 위한 치열한 고민 필요

위 두 정책을 중요하게 검토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소위 신사회 위험이라는 사회 변화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고용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고, 가족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 현실은 남성 가장의 소득활동을 통해 아내와 자녀를 부양하는 가부장적 모델(구 젠더 질서)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홑벌이로는 더 이상 먹고살 수 없는 현실은 여성의 노동을 더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와 국가는 그동안 가족이 담당해왔던 돌봄영역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위험에 대비하여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같은 환경 아래서 '공공성 확보'와 '다양성의 존중', 그리고 국가의 책임은 중요한 정책 키워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정책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다음으로 대부분의 정당이 성평등 가치의 구현과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고민이 치열하지 않다는 점을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다. 예를 들어 사회 전반에 성평등 가치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하는 문화정책이 거의 없었다.

여성정책기구와 관련해서도 민주통합당만이 성평등정책조정위원회(가칭)를 두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구체적 상이나 실효성 확보 장치는 아직 제시되어 있지 않다. 국가가 성평등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이번 선거 공약을 통해서는 읽기 어려웠다는 점이 아쉽다.

정당의 정책 담당자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선 정책을 제시한 것이고 19대 국회 들어가면 더 많은 정책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진정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보이는 약점, 즉 정책의 구체성과 현장성이 떨어지고 대안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점이 개선되어야 한다.

여성정책 평가 통해 성평등 정책 마련해야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은 각 당이 지금까지의 여성정책에 대한 점검과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현재 여성정책의 전달체계인 새일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에 대한 점검과 평가가 있어야 한다.

여성인권과 관련해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사복시), 사회복지통합관리망(사통망)에 대한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여성정책이 단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을 비롯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을 위한 것임이 표현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핵심 키워드가 성평등 정책이다. 성평등 정책은 여성 발전적인 정책을 기본으로 담보하면서 행정부 모든 부처에 성평등 관점을 통합하는 정책을 발굴하고 생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성과를사회의 제도로 만들어내는 것(입법)이 국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총선이 끝난 후 국회가 개원하면 국민들은 지금 각 당에서 내놓은 공약들이 얼마나 정교하게 보강되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회가 어떻게 노력하는지도 지켜볼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공약만을 놓고 본다면 좋은 점수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권미혁 기자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입니다.



태그:#2012여성투표행동 퍼플파티, #19대 총선 , #공약, #한국여성단체연합 , #권미혁
댓글

1987년 창립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고 여성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대를 이뤄나가는 전국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