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는 나이 30전에는 투표를 안 했습니다. 그때는 투표의 중요성을 몰라서 안 했지요. 그러다가 30대에는 투표의 중요성은 알았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을 넘어서 환멸 때문에 하는 둥 마는 둥 했지요.

 

40대 들어서면서부터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열심히 투표는 했지만 역시 정치 얘기만 나오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는 했습니다. 정치 얘기 자체가 나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크게 달라져 있는 내 자신을 보았습니다.

 

2012년 4월 7일 오후 8시 면목동 사가정역입니다. 유세현장에 촛불까지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젊은 친구들이요. 그만큼 현 정권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저는 아직까지 젊은이들이 이렇게까지 열심인 총선은 보지를 못했습니다.

 

어제 저녁 내가 사는 면목동 사가정역에서 선거유세가 있었습니다. 위의 사진에 촛불을 든 사람들이 선거운동원인 줄 아십니까? 물론 선거운동원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신분으로 인터뷰를 하고 지켜본 바로는 "나도 촛불 좀 얻을 수 없느냐? 누구한테 달라면 되느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또 그런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습니다.

 

선거유세장에 촛불? 현 정권에 그만큼 당했고, 촛불을 들 정도로 다음정권에 바라는 게 많다는 얘기겠지요. 오죽하면 투표도 안 하던 내가 투표독려의 피켓을 들고 길거리로 나섰을까요.

 

나는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예전에는 안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이렇게 된 상황을 대통령이나 기타 정치하는 사람들 탓으로 돌리자는 게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부연한다면 누구에게나 돌아올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정치하는 그들이 특권층에게만 몰아줬다는데 대해서 한없는 분노를 삭이지 못할 뿐입니다.

 

그래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 내가 '투표참여가 희망'이라는 피켓을 들고 기어코 길거리에 나서고야 말았습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생업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이래야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하루 밥 세끼면 만족하고 소풍 갈 때 타고 갈 오토바이에 넣을 기름 값이나 있으면 만족하는 소박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뒷주머니에 시집(詩集) 한 권만 있으면 좋아라하는 양처럼 순하디 순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소박한 나를 이런 식으로 거리로 내 몰은 사람들이 참으로 밉고 한심스러울 뿐입니다.

 

면목동 사가정역 사거리가 유세로 인해서 차가 무한정 막히고, 신호가 바뀌어도 사람조차 횡단보도를 건너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 한 사람도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버스기사 분들이나 시민들이나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관까지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신이 났습니다. 바로 축제였습니다.

 

바로 맞은편에는 상대방후보의 유세차량도 있었습니다. 기호 2번을 지원하러 나온 한명숙대표는 상대방 후보에게도 박수를 보내자며 외쳤습니다. 그리고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멋진 일입니다. 남을 배려하고 추켜세우니 자신은 한껏 더 올라갑니다. 여기저기서 멋지다는 말이 튀어나옵니다.

 

말이 많았는데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한마디입니다.

 

"투표합시다."

 

누구를 찍어도 좋습니다. 투표합시다. 누가 국회의원이 되고 누가 대통령이 되던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게 민주주의지요. 다만 제가 불만 없이 따르겠다는 다수의 의견은 다양하고 많은 계층이 참여한, 최소한 투표율 65%를 넘는 다수의 선택을 말하는 겁니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은 열심히 투표합니다. 현 정권이 오만방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 저희들만의 부동표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들처럼 우리가 크게 내세울 만한 기득권은 없지만, 그나마 있는 것 마저 더 이상 빼앗길 수는 없지 않습니까? 더 이상 '투표참여가 희망'이라는 피켓이 내 손에 들여 있지 않기를 희망해봅니다.


태그:#투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