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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11 총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었다. 접전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이럴 때면 의례히 각 지역마다 무수한 개발 공약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물론 영남권 공항건설 공약 등 일부에서는 여전히 개발 공약이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2008년 서울에서 뉴타운 공약 광풍이 불었던 것을 감안하면 4년 만에 분위는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주택 문제에 대해 세상이 변하고 국민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음을 암시해준다.

반환점을 돈 부동산 불패 신화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2단지 상가 부동산(자료사진)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2단지 상가 부동산(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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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장, 그리고 사교육 시장은 2000년대 내내 가장 위험하고 변동성이 심한 세 가지 시장이다. 원래 모두 공적인 사회 서비스 성격이 있는 영역이지만 신자유주의 시장화 논리에 편입되고 말았다. 그리고 부동산과 금융, 사교육이 모두 만났던 공간이 바로 강남이었다. 강남의 사교육 신화와 부동산 불패 신화는 그렇게 만들어졌으며 최근까지 강남은 사교육 경쟁 선도 지역, 부동산 투기 진원지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강남의 집값이 떨어질 뿐 아니라 교육열풍도 수그러들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개발독재의 시대의 고도성장 신화가 더 이상 통할 수 없듯이 부동산 불패 신화도 영원할 수는 없다. 부동산이 발화점이 되어 터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과 세계의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과거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는 새로운 환경 변화를 맞게 되었다. 이를 몇 가지만 짚어보자.

부동산 시장을 변화시킨 다섯 가지 요인들

첫째, 세계적인 주택 거품 붕괴로 인한 교훈과 그 여파로 인해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 상당 기간 투기 붐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거품을 주도했던 미국 주택시장은 2012년까지도 바닥을 지났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이며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을 필두로 한 유럽도 유사하다. 중국과 동아시아가 일정한 성장 동력을 배경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추세를 타고 있지만 이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긴장이 상당한 만큼 거품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활황에 연료를 공급해왔던 금융이 붕괴된 상황에서 또 다시 첨단 금융기법으로 부동산 대출을 팽창시키기는 쉽지 않다. 이런 추세는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둘째, 인구와 가구 구조의 대변화가 시작되었다. 이는 과거처럼 주택의 대규모 장기공급 구조의 종말을 의미한다. 양적인 주택수요의 감소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중형 이상 고가 아파트의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이미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어간 상황이다. 2010년부터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었다. 2015년부터는 주택 주요 수요층인 40~50대 인구 비중도 감소할 전망이다. 대신에 경제력이 취약한 30대 이하 또는 70대 이상의 1인, 2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셋째, 2008년부터 사실상 지속되고 있는 장기침체와 소득 불평등이 주택 구매력을 장기적으로 제약하고 있다. 현재 세계경제는 북미와 유럽이라고 하는 주요 선진 경제권이 장기침체와 저성장에서 쉽게 탈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거의 유일하게 성장 동력이 다소 유지되는 중국과 동아시아도 과거의 고성장을 기대할 정도는 못 된다. 가계의 소득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매우 희박한 상황에서 주택시장이 이전처럼 회복될 수는 없다.  

넷째, 특히 우리나라는 1000조 원에 이른 가계부채가 부동산 시장을 근원적으로 제약하고 있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이 가계부채를 연료로 가열되었다는 점에서 가계부채 억제는 곧 부동산 시장의 동력이 멈추는 것이다. 지금은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것보다 가계부채의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LTV나 DTI 같은 금융을 풀어서 부동산을 살리는 해법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다섯째, 무상급식과 무상교육, 무상보육 등에서 발화된 보편 복지 요구가 주거복지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주택 문제가 부동산 시장 살리기가 아니라 주거 복지실현 문제로 전환된 것이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변화이다. 주택은 상품이나 자산이 아니라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공감대가 국민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실로 획기적인 인식변화이다. 이런 인식이 확산될수록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진다.

매매 시장과 임대 시장에서의 뚜렷한 변화

부동산 시장은 절대로 단순한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이 점을 감안하여 부동산 시장을 분석해보면 확실히 2008년 이후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그 이전 시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일정한 시계열을 통해 최근 시장 분석을 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추세들이 나타난다.

투자 동력을 상실한 서울 수도권 매매시장이 2008~2011년 동안 가격정체, 실질적 하락 국면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지방에서는 2009년 이후 뒤늦게 가격 상승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종래에는 서울 수도권 추세에 수렴할 것이다. 각종 규제완화와 부양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과 불안정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수년 동안 실질적 가격 하락 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가격폭락과 시장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가격 정체 국면에서 2010년 이후 전월세 임대가격이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을 올리고 있지만 매매 수요로 이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세 임대시장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면서 월세 임대시장이 팽창할 것이다. 주택가격 하락은 100만 가구가 넘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를 양산했는데 이는 주택가격 부양이 아니라 대출상환부담 완화로 해결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불안정하다는 것을 인정하자

그렇다면 이와 같은 시장에 대응하여 필요한 정책과제는 무엇일까? 부동산 시장은 원천적으로 불안정하며 시장 실패가 명확한 분야다. 따라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 조절로만 그쳐서는 안 되며 규제가 필수적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시장 규제와 시장 개입은 복원되어야 한다. 규제를 푼다고 부동산 경기가 부활하는 것도 아니며 규제를 다시 한다고 시장이 붕괴할 상황이 아니다.

자산 불평등을 막고 자산 재분배 효과를 위해 종합 부동산세를 포함한 세제를 복원하여 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도 복원시켜야 한다. 정부의 시장 규제 가운데 임대시장에 대한 가격 규제도 당분간 필요할 수 있다. 주택 가격 하향 안정화 과정에서 전세제도가 월세 제도로 이동하면서 전세와 월세 임대가격 불안이 상당기간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주택경기 하락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시대는 끝났음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프로젝트형 신도시 건설이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연관된 금융대출도 축소해야 한다. LTV, DTI는 그 최소한의 장치다. 지금은 가계대출 관리가 부동산 경기부양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투자수익이 아닌 주거비용으로 접근하자

이제 건설자본이나 금융자본의 기대와 달리 부동산 시장의 회복과 활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반면 더 나은 주거 서비스 제공, 주거 안정망 확보, 국민들이 주거 서비스 비용 축소라고 하는 주거 복지 차원에서 주택 문제와 부동산 문제를 접근하려는 노력들이 커지고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는 추세가 만들어질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와 주택 문제의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서울시 주택 정책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토목건설이 아닌 보편 복지로 주택 문제를 접근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고 정책을 전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서울 뉴타운 출구전략이다. 박원순 시장은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하면서 소유권 중심의 사업을 주거권 중심의 마을 공동체 활성화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차원에서도 새로운 분기점이 시작된 것이다.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보면 부동산과 주택 상품 판매로 인한 수익 실현 논리, 그리고 투자 이익 극대화의 논리에 집중하게 된다. 당연히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계속 올라야 하듯이 주택가격의 끝없는 상승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주거 안정과 복지 차원에서 보면 주택가격은 주거를 위한 비용이다. 전월세 임대료 역시 주거생활을 위한 비용이다. 이때는 더 질 좋은 주거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더 낮은 비용으로 주거생활을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주거복지 상황은?

그러면 본격적으로 우리의 주거복지 상황을 점검해 보자. 총량적으로 볼 때 임대를 놓고 있는 지하방과 옥탑방까지를 포함하면 주택보급률은 101% 가까이 접근한다. 양적인 보급률은 충족되었다. 주택 소유를 기준으로 보면 주택이 없는 가구가 38.7%이고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61.3%이다. 1000조 원의 가계부채를 대가로 한 것이지만 꽤 높은 자가 소유 비율이다. 물론 그 중에서 자기 집이 있지만 임대를 해주고 타지에서 세를 얻어 사는 가구가 7.1%나 되어서 자기 집에 자신이 사는 비율(자가 점유율)은 54.2%로 상당히 줄어든다.

주택 소유 여부를 불문하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막대한 주거비용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소득의 10배를 넘는다. 자기 소득으로 아파트를 샀다면 금리를 5%로 계산해도 매년 소득의 절반을 주거를 위해 지불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파트 가격의 절반을 대출 받았다면 실제로 매년 소득의 4분의 1 이상을 은행에 이자로 지불해야 한다. 나아가 연소득의 5배가 되는 원금까지 상환할 준비를 해야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비용이다.

전세나 월세로 임대해서 살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서울 기준으로 전세가격이 주택가격의 50%를 넘어서기 시작했으니 전세자금이 연간 소득의 5배가 넘게 된다. 이 자금은 말만 금융자산이지 단 한 푼의 이자도 창출하지 않고 유동성도 전혀 없다. 그만큼 모두 비용이다. 월세도 마찬가지다. 매년 소득의 절반을 주거를 위해 임대료로 지불해야 한다. 주거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주택가격이 반드시 추가적으로 하향 안정화되어야 한다.

주거비용 축소와 주거 양극화 해소가 첫 관문

최근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문제는 주거 양극화 현상이다. "최근의 변화된 시장 환경은 무엇보다 주택 절대부족은 해결되었지만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른바 실질 주택보급률은 서울까지도 100%를 넘어섰고,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수도 7% 내외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반)지하방이나 옥탑방 거주가구가 7%에 이르고, 고시원 거주가구도 서울의 경우 4%에 육박할 정도"라는 김수현 세종대 교수의 지적이 그것이다.

결국 고비용 주거환경 개선과 주거 양극화 해소가 주거복지의 일차 관문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해법은 공공임대주택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공공임대 주택은 전반적 주거비용 인하를 유도하면서 소득에 따라 비용부담을 차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 또한 주기적 계약갱신을 통해 주거 불안정성을 일정하게 완화시킬 수도 있다. 이는 시장만 맡겨서는 절대 불가능항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기 공공임대주택은 70만 가구가 안 되며, 전체 주택 재고의 4%에 불과하다. 프랑스와 스웨덴의 경우 그 비중이 20% 전후이고 OECD 평균은 11.5%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비율이다. 그나마 참여정부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던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분양 위주로 정책이 바뀌면서 임대주택 공급량이 크게 줄었다.

근본대책은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확대

따라서 2015년을 전후까지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현재의 두 배 이상 늘려서 10% 이상 수준으로, 그리고 2020년 이전까지 20%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주거 복지를 위한 최저선이다. 그러할 때 공공임대주택이 가격과 주거 안정 기능을 선도하면서 자가 소유 주택과 민간임대주택의 적당한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될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LH공사나 SH공사가 적극적으로 공급을 확대하거나 기존 주택 매입 임대주택을 활성화하는 방안, 도시 재생사업시 공공임대주택 확보를 하는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지금까지는 개발이익을 활용하는 주택정책을 폈기 때문에 2010년 기준으로 책정된 주택 복지 재정은 1조 원 남짓에 불과하다. 주택 정책이 국토개발 차원이 아니라 주거복지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인식 아래 재정을 크게 늘려야 한다. 동시에 공공임대주택은 도로나 철도 같은 사회간접자본 이상으로 손실 염려가 없는 사업이므로 '공공임대주택 펀드'와 같은 별도의 공적 기금 조성으로 수혈을 받을 필요도 있다.

민간 임대시장 규제와 임차인 보호

이와 함께 지금 당장은 대다수 국민들이 민간 임대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전체 가구의 45%는 전월세 임대 주택에 살고 있다. 이 중 공공임대를 이용하고 있는 4%를 제외하더라도 40% 이상 가구는 민간임대시장에서 주거를 확보하고 있다. 향후 공공임대 주택을 20%까지 늘린다 하더라도 대략 20~30%의 가구는 민간임대주택을 이용해야 한다. 주거복지 차원에서 사적 임대시장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여전히 임대가격은 매우 높은 상태이고 임차인은 거래관계에서 약자이다. 따라서 가격 규제를 포함하여 임차인을 보호하는 방향에서 일정한 시장 규제가 필요하다. 우선 임대차 등록제와 임대계약갱신 청구권 제도, 임대료 상한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하고, 이를 위해 새롭게 주택 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하여 민간임대시장에서의 주거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특히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지금의 상황을 반영하여 월세의 특성을 반영한 임대차 보호법이 되어야 한다.

주거복지 취약계층에 대한 조사 필요

또한 현재의 전세 가격이 그대로 월세로 전환되면 그 부담이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므로 이를 통제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통상 소득 하위 20% 이하 계층에 대해 지급하는 저소득층 임대료 보조제도(주택 바우처 제도)를 포함하여 다양한 임대료 지원제도가 검토되고 있지만, 이에 앞서 기본적으로는 턱 없이 높은 임대가격을 낮추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덧붙여 제대로 된 주거 복지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을 주거 환경과 수준에 따라 층위를 구성해보고 각 층 단면의 특성에 따라 어떤 주거 복지 정책을 적용해야 할지를 검토해야 한다. 특히 주거복지 취약계층이 어떤 계층인지 확인하고, 이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은 '수준 편차에 따른 주거여건 층위도' 같은 것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주거복지 정책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김병권 기자는 새사연 부원장입니다.



태그:#주거복지, #부동산 시장, #주거 양극화, #임대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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