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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영 전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김옥영 전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김옥영 전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2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민간인 사찰건이 문제가 되었을 때도 설마 내 이름이 올라가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번에 발견된 문건에 내 이름이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나서야 '아, 그때 내가 만났던 곳이 바로 그곳이었구나'하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작성한 '2009년 첩보 입수 대장(자체)'이라는 제목의 문건에 이름이 올라 있다. 이 문건에는 김옥영씨가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재임 당시 '정치후원금 50만 원을 3명의 국회의원에게 납부하는 등 불법후원금을 납부했다'는 첩보가 (2009년) 5월 21일 접수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김 전 이사장은 자신이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를 만난 것은 "2009년 3월, 혹은 4월경"이었다며 "(불법후원금 문제를 지적받은) 당시에는 가벼운 경고 정도로 받아 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에도 '내가 민간인인데 왜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이 일을 문제를 삼았느냐'고 물어보자, 그 관계자는 '방송작가협회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감사를 통해서 이런 사실을 알았고, 우리도 이런 것을 할 수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MBC), <인물 현대사>(KBS) 등 다큐멘터리를 집필해온 김옥영 작가는 제27대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김 이사장의 재임기간(2008.2~2012.2) 중이던 2008년 8월 지상파 3사 시사프로그램 집필작가 122명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감염 우려를 보도했던 MBC <피디수첩> 제재에 나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를 비판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방송작가협회는 또 2009년 3월 검찰이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협한다"는 비판 성명을, 그해 4월 검찰이 <피디수첩> 김은희 작가 등을 전격 체포하자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 전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문건에 김 전 이사장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번에 보도가 되고 다른 분이 전화를 해줘서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알았다. 김종익씨 사건, 민간인 사찰 문제가 이미 여러 차례 보도가 되었어도 내가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와 만난 것과 연결 지을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에 '아, 내가 그쪽 사람을 만났던 것과 이번 일이 관계가 있구나'란 생각에 깜짝 놀랐다."

-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와 만난 경위를 설명해 달라.
"정확히 며칠인지는 기억 못하지만 지원관실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2009년 3월이나 4월경 세종로 정부청사 안에 있는 휴게실에서 만난 적이 있다."

- 지원관실 문건에는 '정치후원금 50만원을 3명의 국회의원에게 납부하는 등 불법후원금을 납부했다'는 첩보가 5월21일 접수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5월이라고? 이상하다. 내가 날짜를 정확히 기억을 못해서 상임이사에게 물어보았는데, 3월~4월이라고 확인해 줬다. 초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5월은 분명히 아니었다."

- 불법후원금 문제는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해 달라.
"당시 한국방송작가협회가 국고를 지원 받아서 디지털 라이브러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지원 받은 자금이 다 소진되어서 올스톱 상태에 있었다. 그래서 이것을 해결하려고 여러 국회의원들을 만났다. 만났던 의원들 중에 방송계 선배여서 평소 잘 알고 있던 L(새누리당), C(민주통합당) 의원 두 분께 모두 합쳐 50만 원을 후원했다. 그 때는 단체 명의로 정치후원금을 내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는데, 지원관실 직원이 그 건을 언급하며 문제가 있지 않으냐고 물어서 깜짝 놀랐다. 내가 '민간인인데 왜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이 일을 문제 삼았느냐'고 물어보자, 그 관계자는 '방송작가협회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감사를 통해서 이런 사실을 알았고, 우리도 이런 것을 할 수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기억한다."

"피디수첩 사태까지 겹쳐... 지원관실 의도는 정확히 몰라"

- 문건에는 3명의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것으로 나와 있다.
"아니다. 2명이다. 그때도 지원관실 직원이 '국회의원 3명에게 후원금을 냈다'고 하길래 아니라고 답변했다. 그 직원은 방통위에서 감사한 결과를 보고 자신들이 알았다고 얘기를 하던데, 분명히 우리 장부에 그렇게 쓰여 있지 않은데 어떻게 그렇다고하는지 당시에도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지원관실 직원이 자신들도 '경미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별다르게 강압적이거나 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만 법률적으로 본다면 공금횡령에 해당한다는 말은 하더라. 그래서 좀 가벼운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 경고로 받아 들였던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당시 지원관실 관계자와 만난 일을 얘기했더니 주위 사람들이 '이사장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울 수도 있으니 굉장히 조심하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이전 정권까지는 방송작가협회가 굉장히 온건한 단체여서, 어떤 현안에 대해서 발언을 하거나 한 일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이사장으로 재임하고 있을 때 광우병 <피디수첩> 사태가 터졌다. 소속 방송작가가 연루된데 대해 우리가 침묵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방통위에 의견서도 보내고 성명서도 내면서 목소리를 좀 내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지원관실쪽의 의도가 어땠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가벼운 경고의 의미가 아닐까하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 그 날 이후 공직윤리지원관실과 통화하거나 접촉한 일이 있는가.
"아니다. 그 뒤로는 더 이상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


태그:#김옥영, #민간인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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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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