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선임한 두 명의 전임 위원장이 모두 중도 하차란 불명예를 안았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랬다. 영화 <북경반점>(1999) <청풍명월>(2003)의 감독이었던 그가 현장 출신으론 최초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수장을 맡았고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영화계의 신구갈등, 좌우대립이라는 보이지 않는 갈등에서부터 대기업 독식의 산업구조, 부가산업 황폐화 등 산적한 영화계 현안까지 김의석 위원장이 헤쳐야 할 과제들은 많았다. 최근에는 문화부의 음악저작권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 발표로 음악저작권협회와 영화계 사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도 벌어졌다.

김의석 위원장에겐 그만큼 다사다난했다고 볼 수 있는 지난 1년이었다. 지난 30일 부로 취임 1주년을 맞이한 그를 <오마이스타>가 만났다. 그가 내놓았던 여러 기획들에 대한 진단과 고민을 함께 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청량리동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청량리동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취임 1년 소감 "큰 틀에서는 진전, 경영 문제도 개선"

김의석 위원장은 취임 직후 한국 영화의 글로벌화를 외쳤다. 특히 중국 시장 진출을 통한 한국 영화 산업 저변 확대를 강조했다. 또한 현장 출신인 만큼 영화계 내부 갈등에 대해서도 개선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구성한 '동반성장협의회'가 그러한 의지의 반영이었다.

영화인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방안도 나름 내놓았다. 권고안의 성격이긴 하지만 지난해 5월과 7월 각각 표준근로계약서, 표준상영계약서를 발표했다. 한국 영화 투자에 대한 기준점 제시가 될 표준투자계약서 역시 작업 중이다.

- 취임한 지 1년을 맞았다. 스스로 평가한다면?
"취임 직후 영진위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좀 많았고, 한참 시끄러울 때였다. 우선 영화계와 소통해야겠단 생각이 있었다. 또 내수시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과 부가 수익 시장이 약한 부분이 있으니 그걸 살리자는 생각도 있었다. 영진위 조직에 대한 경영혁신의 필요성, 이런 것들이 위원장 취임 전 직무대행을 몇 개월 하면서 느꼈던 문제였다.

1년이 지났는데, 큰 틀에서는 나름 진행되는 거 같다. 사라졌던 소위원회를 부활시켰고, 좌담회나 간담회, 토론회도 많이 해왔다. 영화계가 원하는 걸 사업으로 녹이기 위해 나름 노력했다고 본다. 지금은 중·장기 계획을 발표해서 단계별로 해나가는 상황이다. 경영 쪽으론 그동안 영진위에 대한 평가가 안 좋았다. 취임 전 D등급을 받았다는데 작년에 B로 올라갔다. 영화인이 우리 고객인 만큼 올해도 고객 만족 경영을 해나가겠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청량리동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청량리동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한중 영화 공동제작 협정, 금년 안에 마무리할 것"

- 취임 때부터 해외 시장, 특히 최근까지 중국 시장 진출을 강조해왔는데.
"현실적으로 중국시장 성장세가 무섭다. 한류가 화두인데 영화의 경우는 불법다운로드로 시장 환경이 좋진 않다. (중국 진출은) 꾸준히 의지를 갖고 진행돼야 한다. 곽재용,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일부 스태프들이 중국에 진출했는데 이는 개인적 차원이고 우린 시스템적으로, 산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1차적으로 오는 4월 필름비즈니스 센터를 오픈한다. 한·중 영화인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도모하는 거다. 또 중국엔 외국영화에 대한 쿼터제가 있지 않나. 하지만 공동 제작 형태로 가면 자국영화로 인정된다. 이걸 위해 한·중 협정을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었고 금년 안에 마무리하려고 한다. 함께 공동 제작을 할 만한 아이템을 찾아 이어주는 비즈니스 미팅도 할 예정이다. 이런 코프로덕션(co-production) 행사는 프랑스, 미국과도 할 예정이다."

- 영화인들 간 소통을 강조해왔는데 잘되고 있나? <잼 다큐 강정> 상영 문제는 해결됐다지만, 자칫 서로의 신뢰에 벽을 쌓는 일일 뻔했다.
"독립영화전용관 직영운영을 처음 하다 보니 미숙한 부분 있었다. <잼 다큐 강정> 문제를 통해 운영위원회 규정도 보완했다. 소통이 쉬운 문젠 아니다. 나도 영화인이지만 세대로 보면 폭 넓고 다양한 색깔의 영화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각자 삶의 배경은 연관이 없다. 한국영화의 발전을 놓고 모두가 소통을 해야한다."

- 독립영화 지원 사업이 나아졌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실 조금 더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한국 독립영화를 50일 이상 상영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있다. 후반 작업을 현물 지원하는 제도도 작년 하반기부터 생겼고, 개봉 독립영화의 쇼 케이스 지원도 강화했다. 한 해에 150편 정도 국내 영화가 나오는데 이중 독립영화가 절반정도를 차지한다.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한다고 생각한다. 이걸 내년 사업에 반영하려고 한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청량리동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청량리동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표준계약서 권고안 지키지 않으면 미지원 유도"

- 취임 때 영화 스태프들의 4대 보험 가입과 실업급여, 체불 지원 등을 얘기했었다. 
"작년까지 3대 표준 계약서(근로표준계약서, 상영표준계약서, 투자표준계약서) 중 근로표준계약서와 상영표준계약서 권고안을 각각 제시했다. 4대 보험 얘기도 들어갔고, 그걸 지키지 않으면 영진위가 지원을 안 해주는 걸로 유도하고 있다." 

- 영진위 부산 이전과 함께 영화아카데미도 이사한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게 국가 정책이고 내가 취임했을 때부터 결정된 거라 변경이 불가하다. 아쉬움이 남고 납득이 쉽지 않은 거에 동의한다. 파주 쪽에 영화인들 조합에서 스튜디오 부지를 만들었던데 그쪽에서 협조할 부분을 찾고 있다. 서울영상위원회하고 협의해야겠지만 대체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옮기는 게 기정사실화 된 만큼 해결책은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 할 거 같다."

-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을 얘기했지만 발굴 부문에선 소홀하지 않았나는 얘기가 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도 개봉 지원은 있지만 제작 지원은 없다.
"독립영화의 경우 영진위에선 7억 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는데, 지원 규모를 늘리든지 기존 감독과 신인 감독을 구분하든지, 보다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직 만족스럽진 않다. 독립영화는 한국영화의 기반이다. 이걸 시장 논리로만 보면 한계가 있다. 독립 영화 지원은 영진위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애니메이션 부문은 콘진원(콘텐츠 진흥원) 사업으로 갔더라. 현재까지 일부 콘진원 사업을 영진위가 위탁하는 방식으로 가져오는 과정에 있었다. 이 사업을 깊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했다. 콘진원도 나름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지원했는데 영진위에선 '그렇다면 제작 말고 마케팅 지원부터 하자, 안 하는 거 보단 낫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첫발을 디딘 거고,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해 달라."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청량리동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청량리동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한미FTA 고민...우리 투자 시스템 보완 필요"

- 영진위의 시나리오 공모에 대해선 초고가 아닌 트리트먼트(실제 촬영과 제작을 위해 만들어진 글을 지칭하는 영화 용어)를 제출하라고 해서 작가들의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사업 시행에서 세밀한 판단이 부족했지 않았나 싶은데.
"사업 취지가 기획·개발 쪽에 초점을 맞춘 거다. 보면 작가들이 다른 시나리오 공모에 떨어지면 우리 쪽에 그걸 내더라. 이미 완성된 창작물인데 트리트먼트를 낸 사람보다 당선 확률이 높을 거 아닌가. 이렇게 되면 처음 취지에 어긋난다. 우리는 시나리오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받자는 취지다."

- 최근에 음악 저작권 문제가 불거졌다. 문화부가 기습적으로 개정안을 발표했다는 지적도 있다. 상영 때마다 음악으로 인해 추가금을 낸다면 상업영화는 물론이고 특히 독립영화는 더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화계와 토론하는 와중에 터진 문제다. 우리 입장에선 음저협(음악저작권협회)하고 문화부에게 영화계의 입장을 대신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각 차이가 있는 만큼 더 많은 논의가 오고간 다음 결정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영화계 입장을 가지고 가서 그쪽을 설득하고 협상을 해야 하는데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어제도 영진위 위원들을 만나서 고민했다. 우리의 입장을 강하게 표현할 방안을 나누고 영화계는 상황이 어떤지 의견을 나눴다."

- 한·미 FTA 발효와 관련해 영진위 차원에서의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 현재 입장은?
"고민이 필요하다. 폭스에서도 한국영화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의 투자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지 않나 본다. 영화는 결국 돈이 필요하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어느 쪽 돈이든 상관없겠지만, 우리 쪽에선 가능한 균형을 맞추는 안정적 형태가 되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

FTA 발효 전부터 최근까지 10년 가량 한국 영화 점유율이 40에서 60%를 유지하고 있다. FTA 상황에도 영화 인력은 계속 공급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론 이 점유율은 앞으로도 10년은 더 갈 거라고 믿고 있다. 다만 그들의 재능이 우리 쪽에 투입되도록 시스템을 잘 갖춰야 한다고 본다."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문화부 독립영화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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