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 포스터

영화 <부러진 화살> 공식 포스터 ⓒ 아우라 픽쳐스


석궁사건을 다루며 사법부와 우리 사회 정의에 대한 물음을 던진 영화 <부러진 화살>이 사실상 종영의 수순을 밟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22일 현재 <부러진 화살>의 스크린 수는 1개, 누적관객 수는 342만 4552명이다.

<부러진 화살>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순 제작비 5억 원을 들인 저예산 영화는 종영 직전 약 256억 원이라는 수익을 올렸다. 국내 영화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흥행 기록인 셈이다.

<부러진 화살>의 흥행은 단순히 작품의 성공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에도 몇 가지 주요한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영화 <부러진화살>은 100%사실이냐 여부를 떠나 2012년 대한민국 사법부가 불신 대상임을 증명하고 있다. 김경호 교수(안성기 분)와 박준 변호사(박원상 분)이 공판에 참여하고 있다.

영화 <부러진화살>은 100%사실이냐 여부를 떠나 2012년 대한민국 사법부가 불신 대상임을 증명하고 있다. 김경호 교수(안성기 분)와 박준 변호사(박원상 분)이 공판에 참여하고 있다. ⓒ 아우라픽쳐스


① 허리가 튼튼해야 전체가 건강...대작만이 능사가 아니다

<부러진 화살>은 이른바 저예산 영화의 흥행 가능성 높였다는 점에서 첫 번째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국내 영화 시장은 사실상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통념 아래 7, 80만 관객이 들어도 수익이 나는 중·저예산 영화의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다. 

10억 원에서 많게는 20억 원 정도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는 수치상으로 60만 관객에서 100만 관객이 순익분기점에 해당한다. 물론 예산의 규모로 중·저예산에 해당하는 영화는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 배급사 구조와 맞물려 스크린 수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봉 초기 <부러진 화살>은 265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했다. 저예산 영화 치곤 상당한 수의 스크린 수를 확보한 것. <부러진 화살>은 흥행과 맞물려 이후 최대 520여개까지 스크린 수가 늘어났었다.

물론 티켓파워를 지닌 배우 안성기의 참여가 없었더라면 초반 스크린 확보도 힘들었을 거란 게 영화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부러진 화살>은 저예산 영화로도 충분히 국내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일깨웠다. 거대 제작사와 배급사 중심으로 톱 배우와 거대 예산이 들어간 작품에 투자가 몰리는 지금의 현상에 일종의 경종을 울린 셈.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두 인물인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와 박훈 변호사가 14일 창원에 있는 박훈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두 인물인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좌측)와 박훈 변호사. 지난 2월에 있었던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당시 모습이다. ⓒ 윤성효


② 사회적 이슈? 더 이상 부담스러워마세요!

알려진 대로 <부러진 화살>은 석궁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단순히 소재로 차용한 게 아닌 영화는 오만한 사법부와 정부 권력을 정면으로 질타했다.

지난해 <도가니>의 흥행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무겁고 어두운 소재라 해도 대중들이 외면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즉, 분명 인지는 하지만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던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욕구가 어느 정도 있다는 말이다.

<도가니>를 비롯해 경찰 권력의 비리를 다루었던 <특수본> 그리고 <부러진 화살>의 흥행 사례는 분명 다소 무겁고 진중한 소재라도 충분히 대중들이 감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더 이상 영화가 오락물만이 아닌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적 양심'의 결과물로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상 영화의 연출과 제작의 입장에서 이런 사회 고발성 작품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모든 게 영화에 대한 투자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반감을 사지 않을까 하는 생각 역시 한 몫 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영화 제작자들은 미리 자기 검열을 하는 등 부담을 가졌던 게 여태까지의 현실이었다. <부러진 화살>의 흥행으로 조금은 그 두려움을 덜어도 좋을 법 하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누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난 영화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이 영화와 배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 ⓒ 이정민


③ 한물 간 노장? 아니다...거장 영화인의 귀환

무엇보다도 <부러진 화살>은 정지영 감독의 성공적 복귀 작품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정지영 감독은 1998년 영화 <까> 이후 사실상 차기작을 만들어 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몇 개의 영화들이 제작 중단되면서 감독으로서 아픔도 겪어야 했던 정지영 감독은 <오마이스타>의 인터뷰에서 영화인들의 '조로현상'에 대해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세태가 빠르게 변하고 관객층 역시 연령대가 낮아진다는 영화계 통념은 이른바 필름세대 감독들의 조기 은퇴 현상을 낳았다. 물론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는 있을 것이다. 한 영화인이 토로했듯 투자자조차 젊어진 상황에 나이 많은 감독을 선호할 이유는 없다는 말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정지영 감독의 성공으로 그런 통념은 기우에 가깝다는 게 증명됐다. 사실 국내 영화계가 놓치고 있었던 선배 감독들이 얼마나 많은가. 1980, 1990년대를 풍미했던 장선우, 박광수, 장길수 감독 등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활발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희망적인 것은 <부러진 화살>의 성공으로 정지영 감독의 동료, 선·후배에 해당하는 이들이 다시 영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디어 환경이 혁신적으로 바뀌었지만 필름 세대 영화인의 감각이 현재 역시 통한다는 건 매우 고무적이다.  

 <부러진 화살>에서 판사를 연기한 배우 문성근

<부러진 화살>에서 판사를 연기한 배우 문성근 ⓒ 아우라픽쳐스


부러진 화살 정지영 안성기 파업콘서트 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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